등록 : 2019.10.30 18:43
수정 : 2019.10.31 07:56
|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청사. <한겨레> 자료사진
|
결핵진단기 독점 공급해온 퀴아젠코리아
수요 급증 예상하고 대리점 계약 부당 해지
|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청사. <한겨레> 자료사진
|
직접 대량 납품하려는 목적으로 국내 대리점과 맺은 기존 계약 관계를 부당하게 끊은 다국적 의료기기 회사가 과징금 4천만원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질병관리본부의 납품 입찰을 앞두고 국내 대리점과 계약을 중도 해지한 ‘퀴아젠코리아’에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4천만원을 부과했다고 30일 밝혔다. 독일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퀴아젠(QIAGEN GmbH)을 모회사로 둔 퀴아젠코리아는 혈액검사 방식의 결핵진단기를 국내에 공급하는 사실상 독점 사업자다. 과거에는 모회사가 만든 제품을 국내 수입한 뒤 별도 계약을 맺은 국내 대리점을 통해 병원 등에 공급해왔으나, 질병관리본부가 대규모 입찰 계획을 내놓자 대리점 계약을 해지한 뒤 직접 입찰에 나선 게 문제가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직접 입찰 참여를 통해 국내 대리점이 종전에 가져가던 유통 마진을 챙기려 한 것”이라며 “퀴아젠코리아는 (유통 비용이 줄어들었음에도) 입찰가는 종전 그대로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종전에 맺은 대리점과의 계약을 정당한 사유 없이 해지한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퀴아젠코리아가 직접 응찰에 나선 건 혈액검사 방식의 결핵진단기 시장이 크게 확대되던 상황과 맞물린다. 질병관리본부의 대규모 입찰 공고가 난 시점(2015년 10월)에서 불과 3개월 전에 혈액검사 방식의 결핵진단기가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지정됐다. 결핵진단기 수요가 급증할 것을 예상하고 직접 응찰 계획을 세웠을 정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퀴아젠코리아의 결핵진단기 매출액은 2015년 23억원에서 2017년엔 246억원으로 10배 넘게 늘었다. 이 사건을 조사한 송정원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경쟁과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건강보험 급여 대상 지정에 따른 수요 확대를 염두에 둔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로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했다”며 “법에서 정한 한도 가까이 과징금을 책정한 배경”이라고 밝혔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