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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엔화 편법대출’ 적발 |
개인사업자 시설투자 않고 부동산 매입 전용
싼 이자때문에 시설투자 및 기업 운전자금으로만 대출이 가능한 엔화대출을 전문직 개인사업자들이 부동산 투자 등에 편법 전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6일 “지난해 말 엔화대출이 급증한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6개 은행을 검사한 결과 엔화대출 편법 전용 사례가 적발돼 해당 은행에 대한 징계절차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엔화대출은 일본의 저금리 탓에 국내 조달금리가 2%대로 아주 낮지만,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성 때문에 기업(개인사업자 포함)의 시설 투자 및 운전자금 용도로만 대출이 가능하고 개인대출은 금지돼 있다.
그러나 금감원이 최근 엔화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우리, 하나, 경남, 광주, 전북, 대구 등 6개 은행의 엔화대출 실태를 검사한 결과, 일부 은행이 용도확인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부동산 매입 등에 편법 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 은행은 정해진 용도에 쓰이지 않을 것을 알고도 이를 눈감거나 오히려 적극 주선한 사례도 있다는게 금감원 설명이다.
지난 2002년 외화대출 규제 완화로 사업자 등록을 한 사람이면 누구나 엔화대출이 가능해지면서, 은행들은 ‘닥터론’ 또는 ‘톱스페셜론’ 등의 이름을 내걸고 의사와 약사, 한의사 등 전문직종 개인사업자를 상대로 적극적인 엔화대출 마케팅을 폈다. 개인사업자들도 원-엔 환율 하락 추세 속에 대출 자체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고,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면 겹수익을 올릴 수 있어 엔화대출에 관심이 많았다는게 은행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지난 2003년 말 1조560억엔으로 늘어난 뒤 2004년 말 9390억엔, 2005년 6월말 9102억엔으로 소폭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10월 말 현재 1조3280억엔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처지에서 일일이 대출 고객의 용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일부 적극적으로 편법 대출을 주선한 은행의 경우 징계가 불가피하다”며 “엔화대출을 편법 사용해 적발된 개인사업자의 경우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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