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기업 급조, 돈주고 명의 빌려…법규 구멍 ‘숭숭’
인천 송도국제도시가 외국인 투자기업 종사자들에게만 특별공급하는 아파트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제19조 4항)과 ‘외국인 투자 촉진법’은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외국인 투자기업 종사자들에게 주택 공급물량의 10%까지 특별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외국인 주택 특별공급 규칙은 분양받을 수 있는 자격조건에 대해 “경제자유구역 안에 있는 외국인 투자기업에 종사하는 무주택 외국인”이라고만 돼 있고, 그 이상의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그런데 특별공급 대상이 되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경우 법인기업 최소 자본금인 5천만원의 10%에 해당하는 500만원 이상 외국인의 지분만 있으면 ‘외국인 투자 촉진법’에 의해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등록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규정으로 실질적인 외국인 투자기업 여부를 판단하기는 무리다. 또 기업의 건물 소유나 사무실 규모 등의 기준도 없어 사업자가 주소지를 경제자유구역 안으로 옮겨 유령 외국인기업 설립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외국인 투자기업에 종사하는 무주택 외국인이라는 규정도 이중국적자나, 투자유치 촉진이라는 취지와 거리가 먼 비정규직(일용직, 청소원 등) 외국인 노동자도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구분이 불분명하다. 최근 외국인 주택 특별공급 규칙에 따라 처음으로 송도국제도시에서 외국인 기업 종사자에게 아파트를 특별공급했으나, 모두 시세차익을 노린 내국인들이 외국인 투자기업을 급조하고 외국인의 명의를 빌려 공급받은 것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송도국제도시에서 분양한 주상복합 아파트 12채를 분양받아 전매를 시도한 10명을 적발해 손아무개(37)씨를 구속하고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손씨 등은 지난해 7월 외국인 투자기업을 급조해 송도국제도시에 사무실을 마련한 뒤 인터넷이나 식당 등을 돌며 자격을 갖춘 외국인을 찾아내 명의를 빌리는 대가로 300만~500만원씩 준 뒤 외국인 등록증을 건네받아 자신들이 설립한 회사의 종업원으로 서류를 꾸며 특별분양을 신청한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분양값이 가구당 6억~10억원 정도 가는데 특별공급을 받은 외국인을 확인해 보니 공사판이나 식당 등에서 일하는 조선족 5명과 몽골인 등 돈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외국인들이 분양받아 수사에 착수했다”며 “이들은 분양받은 외국인의 비자가 만료되면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노리고 이런 짓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 청라, 영종 등 3개 지구에서 공동주택의 10%인 1만7900여가구를 공급하는 등 경제자유구역인 인천과 부산, 진해, 광양 등에서는 외국인 투자기업 종사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잇따라 주택이 특별공급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지 않으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처음 시행하는 것이어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 건설교통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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