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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1 19:04 수정 : 2006.03.22 03:03

8.31 후속대책

상) 분양값 이렇게 낮추자


‘우성아파트 31평 매매 12억~13억, 선경아파트 31평 전세 3억6천~4억’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유리창에 붙어있는 시세표다. 매맷값은 1년 전보다 3억원 가량, 전세금은 5천만~1억원이 올랐다.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8·3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반년 만에 공염불이 되고 만 셈이다.

서민 주거 안정도 한낱 허울좋은 구호로 전락했다. ‘로또’가 돼 버린 판교아파트 분양값은 평당 1200만원 안팎이다. 국민주택 규모인 33평형의 분양값이 4억원에 이른다. 임대주택 24평형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가 최고 80만원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다시 집값을 잡겠다며 ‘8·31 후속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을까. 타성을 벗어나지 못한 부동산 정책 때문이다. 규제 일변도의 ‘강남 대책’, 공급자 위주의 분양값 정책, 말뿐인 보유세 강화 등이 그것이다.

집값 폭등의 진원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는 지금 온갖 규제로 꽁꽁 묶여 있다. 묶어만 놓는다고 집값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폭발력을 키워 ‘단계적 폭등’이 반복된다. 개발이익 환수 장치를 확실하게 만든 뒤,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 정상적인 공급이 되도록 하는 쪽으로 발상을 바꿔야 한다. 5년, 10년 단위의 종합개발 계획을 세우는 등 ‘계획 먼저 - 나중 개발’ 방식의 청사진을 제시해 주택 수요자들이 예측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분양값 산정 구조도 주택 수요자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돼 있다. 막대한 토지 보상비나 택지 조성비 등이 고스란히 분양값에 떠넘겨져 모두 주택 수요자가 부담한다. 이런 비용을 주택공사나 지방자치단체 등 개발과정에서 실제로 이익을 보는 당사자들에게 분담시키면 분양값을 대폭 낮출 수 있다. 분양값 책정 방식을 주택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위주로 바꾸라는 것이다. 일본이나 싱가포르에서 시행 중인 토지 임대부 분양제나 후분양제도 단계적으로 도입할 때가 됐다.

보유세도 여전히 미흡하다. 최근 발표된 주택 공시가격의 시가 반영률은 60~70%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세금 매기는 기준금액인 과표는 공시가격의 50%다. 그만큼 보유세 부담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종부세 대상자는 기준금액이 6억원 이상으로 낮아지면서 지난해의 7만4천여명에서 30만~4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시가격 자체가 시가보다 30~40% 낮은데다 과표 적용률도 공시가격의 70%에 그쳐, 부동산 부자들에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달 말 발표할 ‘8·31 후속대책’에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대책을 담겠다”고 밝혔다.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 기본에 충실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후속대책’도 기존 정책의 연장선에서 마련되면 집값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석구 선임기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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