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후속대책 (하) 강남 재건축 연착륙
개발이익 철저한 환수·안전진단 강화 필요
쪽방만 만드는 소형 의무비율 재조정해야
“강남에 집 사서 손해봤다는 사람 봤어요? 기다리면 풀려요.”(강남의 중개업자) “규제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규제만 강화하는 것은 폭탄을 안고 가는 것과 같아요.”(정부 관계자)
정부·여당은 요즘 ‘8·31부동산 종합대책’ 때 미뤘던 강남 재건축 안정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뚜렷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해 고민중이다. 강남 재건축 문제는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 현재까지 당정이 논의한 것을 보면, 무분별한 재건축을 막기 위해 안전진단을 한층 강화하고 막대한 개발이익 중 일부를 개발부담금으로 환수하는 것이 뼈대다. 그러나 규제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재건축시장을 연착륙시킬 수 있는 종합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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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동안 재건축 집값을 잡기 위해 △소형평형 의무비율 △재건축 후분양제 △조합원 지분전매 금지 △임대주택 의무건립제도 등의 규제를 동원했다. 이런 수요 억제 정책은 ‘반짝 효과’는 있지만 금세 한계에 부닥친다. 불합리한 규제는 풀고 재건축을 연착륙시킬 ‘재건축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선계획-후개발’ 개념을 도입하자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연도별 주택 공급 추이와 재건축 가능 주택 등을 고려해 5년, 10년 단위로 계획을 세워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면 재건축으로 인한 시장 불안 요인을 상당 수준 차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건립 연도, 노후도, 시장의 필요성 등을 종합해 예측 가능하게 물량을 조절하자는 것이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팀장은 “정부와 자치단체가 함께 종합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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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재건축을 막기 위해서는 안전진단을 보다 강화하고 막대한 개발이익 중 일부를 개발부담금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 공사가 한창인 서울 잠실주공 3단지.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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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규제는 재조정=강남은 중대형 수요자가 많다. 그런데도 소형의무 비율 적용을 받는다. 최근 분양한 강남구 삼성동 영동차관 재건축 아파트의 일반분양은 416가구인데 33평형은 고작 1가구다. 나머지 415가구는 모두 10평형대다. 지난해 분양한 서울 잠실 시영 재건축 아파트 일반분양분은 모두 864가구인데 16평형(전용 12평)이 344가구, 26평형이 520가구다. 중대형은 한 가구도 없다. 18평 이하를 20% 짓도록 규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남 아파트는 10평형대도 2억원이 넘는다. 서민은 들어갈 수가 없다. 만약 소형주택 의무 비율을 전용 25.7평 기준으로 50 대 50으로 했다면 영동차관 재건축 아파트는 소형은 없고 33평형(전용 25.7평) 이상만 공급된다. 계층간에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는 좋은 취지의 소형주택 의무 비율은 좀더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서면 집값은 내린다.” 정부 관계자, 전문가 모두 이 말에 동의한다. 정책의 일관성은 이처럼 중요하다. 김영삼 정부 때는 ‘새도시는 일체 안된다’는 정책 기조에 따라 택지 개발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로 경기가 곤두박질치자 분양가 규제, 분양권 전매제한 등 부동산 규제를 대거 풀었다. 이런 요인들이 겹치면서 참여정부는 분양가 상승 등 집값 불안에 시달리자 다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대책이 정교해야 하는 이유다.
허종식 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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