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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3 18:57 수정 : 2006.03.23 19:05

성남시, 입주공고 코앞 분양 승인 거부
평당 190만원 대 310만원 가산비용 논란
민간업체 분양 차질…“거품 더 빼야” 지적


경기 성남시가 판교 새도시 민간분양 아파트의 분양승인을 미뤄, 청약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됐다. 공공택지에서 분양 승인권자인 자치단체가 아파트 분양승인을 미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입주자 모집 공고를 청약일로부터 5일 전에 하도록 하고 있다. 분양공고를 늦어도 24일 석간신문에 내지 않으면 29일 시작될 1692가구의 민간임대 아파트 청약부터 순연이 불가피하다.

이대엽 성남시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판교 아파트 분양일정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건설업체의 신청가격을 정밀 분석해 과다 계상된 분양가격의 거품을 없앨 것”이라며 “무주택 시민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판교 아파트 분양가를 시민이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적정한 가격으로 인하할 것”을 공급 업체에 요구했다. 평당 분양가가 너무 비싸 분양 승인을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업체들은 “땅값을 깎아주든지 세금을 감면해 주면 모를까 인하 요인이 없다”며 “성남시가 분양 승인권을 무기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기 판교 새도시 아파트 분양값 결정이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은 성남시와 건설업체들 사이에 적정 분양가에 대한 시각차가 크기 때문이다. 성남시는 무주택 서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 분양값이 평당 1100만원 이하라고 못박고 있는 데 반해, 민간업체들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맞서고 있다.

적정 분양값에 대한 시각차=판교 분양값의 적정선을 둘러싼 논란은 가산비용을 놓고 벌어지고 있다. 원가연동제(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분양가는 ‘땅값+건축비+가산비용’으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땅값(평균 569만원)과 건축비(평균 341만1천원)는 확정된 값이다. 그러나 가산비용은 계산법에 따라 달라진다.

성남시는 가산비용을 평당 190만원선 이하로 잡고 있다. 반면 민간업체는 지난 17일 성남시에 분양승인을 신청할 때 평당 313만~328만원을 제시했다. 가산비용은 △지하층 건축비 △분양보증 수수료 △친환경 건축물 예비인증 △정보통신 특등급 예비인증 △법정 초과 복리시설 설치비용 등으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비용은 지하층 건축비로 기본형 건축비의 70%로 계산한다.

성남시는 원가연동제가 처음 적용된 동탄 새도시의 전례에 비춰볼 때 판교 업체들이 제시한 가산비용은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분양된 동탄 새도시 아파트의 경우 가산비용이 평당 150만~160만원대에 책정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판교 참여 업체들은 동탄과 달리 판교는 지상주차장이 없도록 설계해 지하 2층 밑으로 파들어가기 때문에 공사비용이 더 든다고 주장한다. 또 아파트 터 지하에 암반이 발견돼 기초 공사비가 평당 30만~40만원이 추가됐다고 설명한다.

가산비용 공개항목 세분화해야=판교 참여 업체들은 성남시의 거듭된 분양가 인하 요구에 평당 1180만~1190만원(3층 이상 중간층 기준)까지는 양보할 수 있다는 자세다. 이는 민간업체들이 처음 제시했던 평당 1240만~1250만원에서 평당 60만원 정도 내린 것이다. 민간업체들은 분양가를 더 낮추려면 택지를 공급한 성남시와 한국토지공사가 땅값을 깎아주는 게 마지막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택지개발로 수익을 내는 한국토지공사와 성남시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렇지만 업체 쪽이 분양값을 좀더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더 많다. 이번에 판교에 짓는 주공아파트의 경우 민간 아파트의 품질에 견줘 전혀 뒤지지 않는데도 분양값은 평당 1100만원으로 정했다. 민간업체들도 분양 수익을 좀더 줄이는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분양원가 공개항목 가운데 가산비용에 대해서는 세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는 게 이번 분양가 문제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있다. 고종완 알이멤버스 대표는 “민간업체들은 가산비용을 줄이면 아파트의 품질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이를 입증할 자료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가산비용을 분양원가의 한 항목으로 뭉뚱그려 놓은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이대엽 시장 “집없는 서민 감당하기 벅차”
건교부 “분양시장에 지방선거 개입”

이대엽 성남시장은 23일 판교 새도시 분양승인을 미루면서 “집없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분양가격의 거품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수많은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이런 결심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시장의 분양가 인하 요구에는 ‘5·31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성남시 공무원은 “분양가 인하는 누구나 환영하는 것”이라며 “이 시장의 요구로 평당 100만원 정도 깎인다면 좋아하지 않을 유권자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성남시와 판교 분양업체 관계자들은 그동안 여러차례 회의를 열어 평당 1190만원 선에서 의견 접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성남시는 판교 분양업체에 공문을 보내 “건교부가 이미 공표한 분양 예정가인 1100만원 선에서 분양가를 책정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실무자 선에서 거의 타결되어 가던 판교 분양가는 이 시장에 대한 보고 과정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판교 분양 물량의 약 50% 정도를 성남시민이 분양을 받는데 시민의 주거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시장으로서 분양가가 너무 비싸 인하를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민간업체에서 신청한 3660가구에 대한 분양가를 살펴보니 평균 분양가가 평당 1230만원대에 육박하고 발코니 확장 비용을 포함할 경우 추가 비용이 훨씬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32평형 민간 임대아파트는 임대보증금만 2억5천만원에 가깝고, 월 임대료까지 감안하면 분당 새도시의 같은 평형 아파트 집세보다 비싸지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무주택 성남시민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양가 인하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교부 관계자는 “판교 분양에 지방선거가 개입하고 있다”며 “땅값, 표준건축비, 가산비용 등을 포함한 원가 계산이 아닌 정치적 판단에 따라 분양가를 결정하면 분양시장에 큰 혼란이 초래된다”고 우려했다. 건교부는 특히 김포, 양주, 파주 등 여러 새도시를 개발 중인데 앞으로 분양승인권을 가진 자치단체가 성남과 마찬가지로 정부와 엇박자를 내면 정책의 신뢰성에 큰 상처가 난다며 성남시에 정부 방침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공공주택을 제외한 민간 아파트에 대한 분양승인은 지방자치단체가 갖고 있다.

한편, 이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나서기 위해 한나라당에 공천 신청을 한 상태다.

허종식 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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