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23 21:27
수정 : 2006.03.23 21:27
판교신도시 분양이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전 국민에게 약속한 청약일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함에 따라 건설교통부와 성남시, 민간 건설사들은 200만 청약통장 가입자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판교신도시 분양은 초반부터 순탄치 못했다. 건교부는 당초 지난해 11월 중소형과 대형을 일괄 분양하려던 방침을 느닷없이 올 3월과 8월로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주변 집값이 많이 올라 분양가 상한제(중소형)와 채권입찰제(대형)를 도입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건교부는 2003년 8월 판교신도시 중소형 분양가를 평당 860만원으로 묶겠다고 공언했다가 올들어 업체들이 평당 1천200만-1천300만원에 분양가를 책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황급히 '1천100만원을 넘기지 않겠다'고 발언, 이번 분양가 논쟁의 원인 제공을 했다.
결국 분양승인이 순조롭지 못할 것임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건설교통부와 성남시는 전체 분양 일정까지 촉박하게 잡아 청약일정이 지연되는 사태를 빚고 말았다.
성남시는 특히 사업승인과 분양승인 과정에서 늑장 대응을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A건설사 관계자는 "당초 2월 20일 사업승인이 나야 그나마 청약일정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성남시가 8일이나 늦은 28일에야 사업승인을 내줬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성남시는 건설사들이 지난 15-16일 분양승인을 신청한 후 2-3일이 지난 18일까지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평당 1천100만원대에 맞추라'고만 요구했고, 21일 업체별로 최종 가격을 합의한 후에도 22일 다시 가격 재조정을 요구해 전체 일정을 흔들었다.
성남시의 이런 뒤늦은 입장 변화는 이대엽 시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B사 관계자는 "청약자의 혼란은 뒷전인 채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민간 업체도 분양가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분양승인 과정에서 가격이 낮춰질 것을 감안해 업체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가격으로 분양승인을 넣었기 때문이다.
현재 풍성주택 등 6개 분양주택이 제시한 가산비용은 평당 140만-150만원선. 이는 지난해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분양했던 우미건설의 평당 116만원, 대우건설 평당 128만원에 비해 평당 10만-40만원 가량 비싼 것이다.
최근 김포 장기지구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가산비용도 이지건설이 평당 110만원, 제일건설은 평당 101만원선이다.
임대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대방건설 등 4개 건설사가 책정하고 있는 임대료를 전세로 환산하면 2억7천만원을 넘어서 주변 아파트 전셋값보다도 4천만-7천만원 가량 비싸다.
이에 따라 청약 예정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에 사는 안모(40)씨는 "판교 청약을 위해 3년 전부터 기다려왔는데 일정이 수시로 바뀌어 너무 혼란스럽다"며 "분양가를 깎는 것도 좋지만 정부가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정책의 신뢰성에 먹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분양가를 제한하려면 평당 1천100만원이 적정하다는 '가이드라인'만 던져놓을 게 아니라 건교부와 성남시가 공조해 명확한 근거를 미리 제시했어야했다고 지적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판교신도시 분양가가 논란이 될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정부와 성남시는 건설업체를 무조건 찍어 누르면 될 것으로 안이하게 생각하고 대처한 것이 문제"라며 "8월 중대형 분양 때도 이런 문제가 되풀이 되지 않을 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sm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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