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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3 16:49 수정 : 2006.05.23 17:11

부동산 거품 붕괴 논쟁이 가열되면서 지난 수십년 동안 이어져 온 ‘강남 불패 신화’가 드디어 무너질 것인지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 대치동 타워팰리스 전경.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금감원, 거품붕괴 대비 발언…급등지역선 3억 싼 매물도 “사자”없어


급등한 부동산 가격이 거품인지 여부를 두고,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거품 붕괴’가 임박한 신호가 시장과 정책부문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른바 '버블 세븐'(강남3구, 목동, 분당, 평촌, 용인) 지역의 매도-매수 호가(부르는 값) 격차가 5천만~1억원, 많게는 3억원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23일 중개업소에 따르면 목동의 하이페리온 1차 68평형은 매도 호가가 25억원인데 매수 희망가는 22억원 선으로 매도.매수 호가 차이가 3억원이나 벌어진다. 분양권 상태인 목동 하이페리온 2차 56평형도 주인은 20억원을 부르지만 매수자는 3억원 낮은 17억원에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S공인 대표는 "매물도 많이 없지만 일반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는 주상복합아파트는 이번 버블 논쟁으로 거래가 더 위축됐다"며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에 평균 2억~3억원은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호가 중심으로 급상승했던 부동산 시장이 일부 급등지역으로부터 ‘거품’이 빠져나가는 신호가 나오는 가운데, 금융권에서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비’한 발언을 하고 있다.

김중회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23일 부동산 값이 절반으로 떨어져도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김 부원장은 이날 오후 KBS 1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해 은행권의 담보인정비율(LTV)을 지난 2002년 70% 수준에서 현재 52.1%까지 낮췄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 부원장의 발언은 일각에서 급작스런 부동산 가격하락이 일본처럼 장기침체로 이어져, 국민경제 전체의 불경기로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내용이라 주목된다. 한편 이 발언은 금융권이 부동산 가격을 거품으로 보고, 이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언질로 풀이된다.

한편 부동산 값이 거품이라는 인식과 부동산가격을 하향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쪽 의지는 더욱 굳건하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22일 “부동산과 주택시장에는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키고자 노력하는 잘 조직화된 이해관계 세력이 존재한다”며 “조금 과장되게 이야기한다면 부동산 정책의 성패가 이들과의 ‘전쟁’에 달려 있는 상황이 되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다시 집값을 생각한다: 불로소득 차단, 회군은 없다’라는 글을 통해 이렇게 말하고 ‘조직적 이해 관계 세력’으로 복부인·기획부동산 업자·건설업자·일부 주요신문을 지목하며, 이 4대 부동산 공적에 대한 ‘치밀한 논리싸움과 홍보전’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또 “강남에 수요가 몰린다고 강남과 그 인근지역에 공급을 늘린 결과 강남과 그 주변지역은 중상층과 전국의 투기자본을 끌어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되었다”며 보수언론들이 요구해온 고급주택 공급확대론을 정책 실패의 주원인으로 꼽으며, 보유세 강화를 통한 집값 안정에 나설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김 실장은 “정부의 관심이 시민사회에 전달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관련 정책과 정보가 왜곡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시민사회 차원의 또다른 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해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연합

아래는 김실장이 22일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이다.

[브리핑전문] 다시, 집값을 생각한다

불로소득 차단, 회군은 없다 /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약 6년 전 어느 날, 우리 가족은 서울 강남에서 강북의 북한산 아래 동네로 이사를 했다. 아이들을 좀 더 잘 키워보자는 욕심 때문이었다. 어디를 가도 똑 같은 모양의 아파트 숲, 아파트를 나서면 바로 정체된 차량 행렬에 술집과 여관. 백화점 다니는 것이 중요한 오락이나 여가생활이 될 정도의 소비문화 등. 이 속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내 능력으로는 안 될 것 같았다.

강북으로의 ‘모험’

‘다들 강남으로 오는 판에 웬 강북이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때의 선택을 ‘정말 잘 한 일’로 생각하고 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없지만 아이들은 산과 하늘을 좀 더 가까이 하며 자랐고, 우리 부부는 ‘조금은 느려 보이는, 그래서 사람 냄새가 좀 더 나는 듯한’ 동네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제대로 된 빵 가게 하나 없다’고 불평을 늘어놓던 아이들에게도 이제는 ‘우리 동네’가 ‘좋은 동네’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은 강남 사는 사람들에게 강북으로 이사해 보라고 권하지는 않는다. 고급 백화점을 비롯한 각종 소비 인프라에 좋은 시설, 그리고 좋은 학원 등, 강남이 지닌 강력한 흡인력을 쉽게 부정할 수 없는 데다,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이미 하나의 문화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 역시 처음에는 ‘제대로 된 학원’도, ‘제대로 된 미장원’도, 또 ‘제대로 된 슈퍼나 할인점’도 없다는 불평을 입에 달고 다녔다. 아내는 한때 일주일에 몇 차례 아이들을 데리고 강남의 학원을 오가야 했고, 나 역시 거의 대부분 강남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모임으로 고생을 해야 했다. 결국, 적지 않은 것을 포기해야 했고, 또 새로 적응해야 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강남을 미워한다고?

‘강남 사는 게 죄야? 세금이다 뭐다 하는데, 정말 무슨 ’적‘으로 아는 거야?’

흔히 듣는 비판이다. 정말 그렇다. 강남 사는 것이 어떻게 죄가 되겠는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강남은 강력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좋은 학교, 좋은 학원, 좋은 백화점, 좋은 음식점, 좋은 병원…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또 누구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기회와 수단이 그 속에 있다. 게다가 가만히 앉아 있어도 집값이 껑충껑충 올라가는 재미까지 있다. 누군들 살고 싶지 않겠는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우습지만 정부 안의 누구도 강남 사는 사람들을 ‘죄인’으로 보지 않는다. ‘적’으로도 보지 않는다. ‘강남 부자들을 때려 저소득층 표를 모으려 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심지어는 ‘세금 때리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시론이나 사설을 보기도 하는데, 이 또한 재주 없는 이야기꾼들의 ‘억지’일 뿐이다. 우리 모두 어차피 천사가 아닌 바에야, 더 좋은 환경과 더 좋은 기회를 찾아 이동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욕할 수 있겠는가?

정부가 추구하는 것은 다른 지역도 강남에 뒤지지 않는 환경을 구축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강남에 집중되는 수요를 분산시켜 제대로 된 도시, 반듯한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강남지역의 주민 역시 ‘강남 집값’의 피해자이다. 집을 살 때는 있는 돈 없는 돈 다 내고도 모자라 은행이자 부담까지 안아야 하고, 살고 있는 동안에는 똑 같은 집에 가격만 오르니 실속 없이 세금만 더 내게 된다. ‘이러다 정말 뚝 떨어지는 거 아니야?’ 집값에 거품이 끼었다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 하루는 올라서 세금 걱정, 또 하루는 떨어질까 걱정, 편할 날이 없다. 그 뿐인가? 다른 지역 사람들을 만나면 공연히 부동산에 목을 맨 사람같이 보인다. 미워하고 욕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얼마 전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정부가 강남집값을 걱정하는 것은 집값상승이 과도한데다 이 지역 집값이 다른 지역의 집값은 물론 국민의 경제의식까지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잠시 언급하였지만 강남이라고 하여 좋은 것만 지닌 것은 아니다. 향락산업 등 좋지 못한 생활환경에다 교통체증에 좋지 못한 공기…여기에 강남 프리미엄을 약화시킬 입시제도와 세제의 도입 등, 부정적인 요소들이 적지 않다. 게다가 이들 부정적인 요소들은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가격과 상승추세가 과도하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고, 급격한 가격하락이 가져 올 사회경제적 파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강남 집값에 대해 비난을 받는다면 오히려 정부가 먼저 받아야 한다. 투기가 일어나고, 사람과 돈이 몰린 것이 주된 원인이겠지만, 이를 막을 일차적 책임이 정부에 있었기 때문이다. 막을 힘이나 시간이 부족했다면 모르겠지만 이 또한 아닌 것 같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강력한 정책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권위주의 정부가 운영되고 있었고, 강남ㆍ북 불균형이 심각한 양상을 띠기 시작한 것도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강남공급 확대, 투기의 블랙홀 만들어

도대체 무엇을 잘못하고, 무엇을 제 때 하지 못했던 것일까? 참여정부는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그동안의 부동산 정책을 다시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위에 몇 가지 중요한 생각들을 정리해 왔다. 그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부동산이나 집값문제에 대한 전통적 논리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부동산 시장에는 불변의 진리처럼 떠도는 논리들이 있다. ‘공급이 최고의 약이다’ ‘세금으로는 부동산을 잡을 수 없다’라는 이야기 등이다. 과연 그럴까? 이러한 이야기들이 옳기만 한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그렇지 않다. 하나의 예가 되겠지만 공급이 약이라는 단순 공급논리는 오히려 강남 집값을 부추기는 촉매역할을 해 왔다. 강남에 수요가 몰린다고 강남과 그 인근지역에 공급을 늘린 결과 강남과 그 주변지역은 중상층과 전국의 투기자본을 끌어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되었다.

중상층이 몰리니 좋은 학교와 학원, 좋은 백화점이 몰리고, 이것이 다시 중상층과 투기자본을 끌어들이는 불건전한 순환을 되풀이 해 온 것이다. 중상층이 집중되면서 나중에는 그 지역에 사는 것 자체가 신분적 지위를 상징하는 것이 되기도 했다. 경제적 합리성을 넘어서는 집값상승, 그래서 ‘올라도 너무 오르는’ 집값상승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이야기다.

힘이 들겠지만 이제 우리는 균형발전과 수요분산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상층 주택을 공급하더라도 강남이나 그 주변지역이 아닌 지역을 생각해야 하고, 다른 지역의 서비스 경쟁력(학교, 학원 등)을 강화하여 강남으로 몰리는 중상층 주택수요를 분산시키는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 공급을 하더라도 임대주택 중심의 공급 등 다른 방안들을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고가 주택 세금 부담 많은 것은 정상

둘째는 위와 연결된 문제이겠지만 잘못된 인센티브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부동산이나 주택은 공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TV나 자동차와 같은 일반재화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공적인 재화로서의 특성이 그만큼 강하고, 그만큼 투기적 요소를 차단할 필요성이 다른 재화보다 더 크다는 말이다. 당연히, 팔고 사거나 지니고 있을 때 일정한 부담을 느끼게 할 필요가 있으며, 투기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보다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그 이유가 어디에 있건 이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부족했다. 양도소득세 강화와 같은 조치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투기이익을 환수하는 장치는 여전히 미약하고, 보유세가 약하다보니 큰 집을 살 때도 세금부담을 걱정하지 않는다. 주요 OECD국가의 보유과세 비율이 1%를 오르내리는데 비해 2005년 현재 우리는 0.2%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투기를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유리하고, 큰 집을 몇 채씩 가지고 있어도 보유세 부담을 느끼지 않는 잘못된 인센티브 구조가 존재하는 셈이다.

서민들 주택까지 부담을 느끼게 해야 된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중요요소에 대해 과도한 부담을 느끼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투기행위를 방조하거나 유발시키는 제도와 관행에 대해서는 보다 철저한 고민이 있어야 하고, 고가의 주택을 보유하고도 별 부담없이 편익을 누리는 관행은 빨리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 정책 필요

셋째,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강조이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하여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오래 전, 소위 ‘재개발 딱지’의 전매과정을 연구한 적이 있는데, 그야말로 기가 막힌 사실을 확인한 적이 있다. 원 거주자인 영세민들이 본인들이 소유한 ‘딱지’를 소위 ‘복부인’ 등 투기자본에 넘기게 되는데, 그 가장 큰 이유가 일관되지 못한 정부의 태도였다.

사실 ‘딱지’의 원주인은 재개발이 확실하고, 그래서 ‘딱지’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이를 팔지 않는다. 기다릴수록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가 수시로 그 입장을 바꾼다. 곧 시행될 것 같이 이야기했다가, 얼마 가지 않아 또 아니라고 한다. 어려워진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딱지’가 전 재산인 영세민들은 불안한 마음에 이를 내다 팔게 된다. 이들 영세민에 비해 정보도 많고 재정적 여유가 큰 투자자들이 이를 사들이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정부 입장이 수도 없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 결국 ‘딱지’의 대부분은 외부 투자자 내지는 투기자본으로 넘어가게 되고, 원래 주인이었던 영세민들은 세입자가 되어 ‘억울하고 분한 마음’으로 ‘세입자 보호투쟁’에 나서게 된다.

정부는 그동안 주택정책을 경기조절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곤 했었다. 그래서 때로 규제를 풀었다 묶었다 하고, 양도소득세 등도 편의적으로 적용하기도 했다. 스스로 왔다 갔다 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그 기능이 부쩍 강화된 국회의 입장 또한 작지 않은 변수가 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부동산 정책과 관련하여 정부와 입장을 달리하는 의원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들은 의원입법 등의 방식을 빌어 정부정책을 제어하거나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정부정책이 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투기자본이나 주택을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불리한 환경이 사라지거나 완화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고, 이러한 상황 아래 시간적, 재정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부가 바뀌면 정책이 바뀐다는 ‘확실한 믿음’이 우리의 부동산 시장과 주택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들의 믿음이 ‘확실한’ 만큼 장관이 바뀌고 국회구성이 바뀌어도, 또 더 나아가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쉽게 변하지 않는, 그야말로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정책’을 향한 노력이 커져야 한다.

부동산 정상화에 대한 조직적 공격세력 존재해

넷째, 조직화된 이해관계 세력에 대한 관심이다. 부동산과 주택시장에는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키고자 노력하는 잘 조직화된 이해관계 세력이 존재한다. 흔히 말하는 ‘복부인’에 기획부동산 업자, 건설업자 등이 그 일부이다. 전체 광고지면의 20% 이상을 부동산 광고로 채우고 있는 일부 주요 신문도 눈 여겨 봐야 할 대상이다. 부동산 경기가 죽으면 당장에 광고수입이 크게 줄어드는 구조 위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민주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던 권위주의 시대와 달리 매스미디어를 통해, 아니면 직접적인 정보제공 채널을 통해 매일같이 부동산이 죽지 않는다는 정보를 흘려보낸다.

실거래가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할 수도 없다. 이론이나 논리보다는 정황이나 한 두 사람의 의견을 가지고 시장을 예단한다. 이들은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조치들에 대해 가차 없이 공격해 오는 한편,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해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조금 과장되게 이야기한다면 부동산 정책의 성패가 이들과의 ‘전쟁’에 달려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동안 정부는 이들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적절한 수준의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치열한 논리싸움과 홍보전을 준비해야 하고, 이들과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공익적 시민단체의 활동 등에 대해서도 과거와는 다른 수준의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생각의 틀 위에서 참여정부는 크고 작은 정책들을 준비하고 집행해 왔다. 단순 공급논리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 위에 주거복지 개념을 강조한 임대주택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여 왔으며, 국토전체와 서울지역에서의 균형발전 문제를 강력히 제기해 왔다. 세계 최고의 도시가 될 행정중심복합도시와 기업도시의 건설,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 등이 그 예이다. 또 이 자리에서 자세히 이야기할 것은 아니지만 강북지역의 각종 서비스 인프라 강화 등 강남지역이 지닌 과도한 ‘흡인력’을 완화시키기 위한 수요분산 방안들이 하나하나 다듬어지고 있다.

종부세 국민 대다수완 상관없어, 3% 고가주택만 해당

잘못된 인센티브 구조를 바꾸는 작업도 상당히 깊이 진행되어 있다. 종합부동산세의 신설 등 고가주택에 대한 보유과세를 강화하는 일은 그 좋은 예다. 종합부동산세는 그 부담이 적지 않은데, 단계적 상향조정을 통해 2009년에 완전한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일부에서는 이를 ‘세금폭탄’이라 하는데, 이는 맞지 않는 말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볼 때 ‘폭탄’이 아니라 보유과세를 ‘정상화’시키는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제도 자체가 국민 대다수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전체 가구의 3% 정도에 해당하는 고가주택 소유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양도소득세를 강화하였고, 얼마 전 있었던 4월 국회에서 재건축 개발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였다. 뿐만 아니라 오는 6월부터는 등기부에 실거래가를 기재하게 되는데, 이 또한 투기욕구를 억제시키고 투기이익 추구 행위를 차단하는데 크게 공헌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에서 거래 내용을 지속적으로 살피게 되어 있기 때문에,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거나 소득이 불분명한 사람이 고가주택을 사는 경우 그냥 넘어가기는 어렵다. 머지않아 주택이 매력 있는 투자대상이 아니라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다. 우선, 주택경기를 살려 전체 경기를 살리겠다는 생각은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이미 버렸다. 주택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또, 가장 중요한 제도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종합부동산세는 세수입을 지방재정이 상대적으로 나쁜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해 줌으로써 이들이 ‘수호천사’ 역할을 하게 하였다. 정부가 바뀌어도 쉽게 손을 댈 수 없도록 해 놓은 것이다.

양도소득세에 대해서는 아직 일관성 확보를 위한 별 다른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참여정부가 끝나면 다시 완화될 것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어느 대통령이 1가구 2주택 이상의 소유자들이 기대하는 만큼 완화시켜 줄 수 있을까? 눈에 띄는 대선주자들에게 양도소득세를 대폭 완화시킬 용의가 있는지 한번 물어보면 어떨까?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 바뀌더라도 부동산 정책 바꾸기 힘들어

그러나 완화나 폐지에 대한 시장에서의 ‘믿음’이 강한 만큼 정부 또한 스스로 그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실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 여기에도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장치’를 고안해내야 할 것이다. 일관성의 확보와 그를 통해 잘못된 ‘믿음’과 ‘확신’을 버리게 하는 것이 부동산 정책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끝으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화된 세력에 대해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어디까지나 시장과 시민사회의 자율을 존중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할 수 있다면 정책논리와 홍보를 강화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정부의 관심이 시민사회에 전달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관련 정책과 정보가 왜곡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시민사회 차원의 또 다른 운동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들 정책으로 집값이 잡혀질까? 집값이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 ‘그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우리는 머지않아 그렇게 되리라 확신한다. 지금까지의 정책과 앞으로 계속될 정책의 방향이 정확하게만 전달되어도, 또 이들 정책이 일관되게 집행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만 제대로 알려져도 상당한 효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소득대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룹에 들어가는 집값. 가구평균 가계자산의 80%를 집에 집어넣고 있는 상황. 그러고도 모자라 집값은 계속 올라간다. 집이 없어서 문제가 된다면 그나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주택 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고 있다. 말썽 많은 서울도 90% 수준. 계산에 잡히지 않는 오피스텔과 다가구 주택을 합치면 이 역시 100%가 넘는다.

그야말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경제적 합리성만으로는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적 요인과 함께 심리적 요인 등 비경제적 요인에 대해서도 함께 주목한다.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강남불패’의 기대감, 종합부동산세 등 현 정부가 도입한 각종 제도가 다음 정부 때는 틀림없이 바뀔 것이라는 믿음, 여기에 그 나름대로의 특성을 강화해가고 있는 ‘강남문화’ 등, 많은 요인들을 함께 생각한다는 것이다.

글을 맺으면서 이 중 한 가지 사안에 대해 한 마디 더 해 두고 싶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강남집값 상승을 막는 제도들이 참여정부 이후에는 틀림없이 바뀔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 대해서이다.

잘 알다시피 참여정부는 검찰과 국정원 등 많은 권력기구들을 국민에게로 돌려주었다. 권력적 수단을 기반으로 억지를 부리는 일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자연히 대부분의 정책도 권력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과 명분, 그리고 시민사회의 신념과 이해관계를 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권력기구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문제 그 자체에서부터,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을 거쳐 노동서비스 선진화와 ‘선거혁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책들이 이러한 맥락에서 만들어졌다. 야당도 싫지만 따라올 수밖에 없고, 정부를 비판하는 일부 언론도 결국에는 손을 들 수밖에 없는 정책들이다. 그 속에 역사가 있고, 명분이 있고, 시민사회의 신념과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기반으로 억지로 만들어진 정책은 정권이 바뀌면 쉽게 바뀐다. 억지가 있었던 만큼 바꾸는 즉시 ‘표’도 몰리고 인기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와 명분 그리고 시민사회의 신념과 이해관계를 담고 있는 정책은 다르다. 어느 누구도 쉽게 바꿀 수 없다. 바꾸는 순간 ‘표’도 인기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졌다. 여러 차례 이야기하였지만 쉽게 바꿀 수 있게 되어 있지 않다. 역사와 명분을 담았거나, 아니면 우리사회 여러 주체들의 이해관계를 잘 정리하여 자생력 있는 시스템으로 정착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실거래가 등기부 기재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바꿀 수 없다. 앞서도 이야기하였지만 야당이나 야당지도자들에게 집권당이 되거나 다수당이 되면 당장 이를 바꾸는 법안을 강행처리라도 하겠는지 물어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문제 해결하지 않으면 모두 피해 입는다

과도하게 비싼 집값은 온갖 문제의 원인이 된다. 자금의 흐름을 왜곡시키면서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과도한 주거비를 강요하며 임금인상 투쟁과 그에 따른 기업경쟁력 약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산소득의 확대에 따른 양극화 심화, 사회적 이질감 형성, 성실한 근로자의 근로의욕 상실, 주거비 상승에 기인한 저출산, 중산층 이하의 소비부진 등 수많은 사회문제들도 집값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 경제 전반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사회전체의 상황이 악화되는데 그 안에서 누군들 편히 지낼 수 있을까? 한마디로, 우리 모두의 문제다. 나 혼자 우선 덕을 보고 말 문제도 아니고, 누구를 원망하거나 미워할 문제도 아니다. 시민사회와 정부, 수도권 주민과 비수도권 주민, 강남사람과 강북사람, 부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 우리 모두, 우리사회의 가장 큰 고민을 실질적으로 공유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 출발을 ‘잘못된 믿음’을 버리게 하는 데서부터 출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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