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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성사 되레 위축 중개업소도 유착 꺼려
최근 수도권 일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집값 짬짜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 동안은 반상회 등에서 은밀하게 짬짜미를 논의하는 게 보통이었으나 요즘에는 부녀회가 최저 거래가를 정한 현수막을 내거는 등 그 행태가 대담해지고 있다. 집값 짬짜미는 주택 거래시장을 교란하고 매수자에게 엄청난 재산상 손실을 입힌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심각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짬짜미를 조장한 주민을 처벌하는 방안까지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짬짜미로 인한 주택시장의 왜곡 현상을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집값 상승이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문가들과 부동산업계가 보는 시각은 조금 다르다. 주민들의 짬짜미는 일시적으로 호가로 끌어올리는 부작용이 있는 게 분명하지만 실제 거래시세에 반영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집값 짬짜미가 이뤄진 아파트 단지를 살펴보면, 대부분 지역에서 짬짜미로 정한 가격과 실거래 시세는 차이가 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만, 일정한 가격을 정해 짬짜미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시점에서는 부동산정보제공업체가 조사한 시세도 동반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호가 중심의 시세에는 일정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 고양시 화정동 ㄷ아파트는 연초부터 산발적인 짬짜미 움직임이 있다가 지난 4월부터 주민들이 구체적인 매도가 가이드라인을 정해 짬짜미를 본격화한 곳으로 꼽힌다. 주민들은 당시 부동산114 시세가 5억750만원(평균)이던 49평형에 대해 2억원을 더 얹은 7억3500만원을 최저 매매가로 짬짜미했다. 이후 이 아파트값은 꾸준히 올라 두달이 지난 현재 부동산114 시세가 6억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달 구청에 신고된 실거래값은 최고 5억8천만원이다. 결국 이 아파트는 짬짜미 이후 매매시세가 두달에 걸쳐 1억원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그것은 같은 기간 인근지역 집값이 오른 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현지 ㅅ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부녀회의 압력을 받고는 있지만 거래도 없이 인터넷 시세를 올렸다가는 주변 중개업소로부터 ‘왕따’를 당해 영업을 못하게 된다”면서, “담합가격은 커녕 단기간에 급등한 현재 호가 수준에서도 거래가 이뤄지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군포시 ㅂ아파트는 주민들이 지난달 34, 38평형을 인근 평촌새도시 수준인 6억~6억5천만원 수준까지 받자고 반상회와 게시물을 통해 짬짜미를 시도한 경우다. 당시 부동산114의 이 아파트 34평형 시세는 4억2500만원이었으나 현재는 1천만원 오른 4억3500만원에 이르고 있다. 또 지난달말 군포시청에 신고된 34평형의 실거랫값은 4억2천만원으로 인터넷 시세와 비슷했다. 이 단지의 경우 거래가 전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짬짜미 영향이 거의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일선 부동산정보제공업체 시세조사 담당자들은 주민들이 짬짜미한 값이 그대로 시세로 둔갑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부녀회의 짬짜미가 성공하려면 지역 내 모든 중개업소를 협조자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정기적으로 시세를 제공하는 중개업소는 한 단지에 한 곳이지만 실제 시세는 현지 다른 중개업소까지 포함해 거래가를 중심으로 체크된다”면서 “부녀회가 끌어들인 특정 중개업소가 시세를 좌지우지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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