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원가공개 요구'에 업계.전문가 '불가' 입장
판교신도시, 파주신도시에 이어 은평뉴타운 아파트까지 고분양가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분양원가 공개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20일 업계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은평뉴타운 등 공공기관이 짓는 아파트뿐 아니라 민간 택지에 짓는 아파트도 지방자치단체 등이 분양 원가를 공개해야 하거나 가격 검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업계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민간택지의 원가공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19일 서울시에 은평뉴타운의 분양 내역 공개를 요구한 데 이어 모든 아파트의 분양원가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은평뉴타운 등 소비자에게 절대 불리한 선분양 아파트의 경우 분양원가의 세부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며 "민간 아파트 역시 이미 감리자 모집공고단계에서 58개 공종별 공사비 세부내역을 공개하고 있는 만큼 분양승인권자인 지자체장이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최근 지자체의 분양가 검증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 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했다.참여연대 관계자는 "현재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경우 택지비, 공사비 등 7개 세부 내역에 대해서만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건설업체의 이윤이 적정한 지 평가할 수 없다"며 "주택법을 개정해 광역 시.도 단위로 분양가 검증위원회를 만들어 적정성을 평가하고, 행정 관청이 적정 분양가를 권고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중인 공공택지는 차치하더라도, 민간택지에 대해서는 원가 공개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민간 연구원의 박사는 "선분양 제도 아래서 입주때까지 3년 후의 적정 분양가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민.관 합동 전문가 몇 명으로 검증될 일도 아니다"며 "분양가 공개는 하면 할수록 불신이 쌓여 각종 소송 등 부작용만 낳게 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원가공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시장경제 원리에도 벗어나는 일이라며 시민단체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A건설 관계자는 "민간 택지에 짓는 아파트의 원가 공개는 자동차나 음료수의 원가를 공개하고 판매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는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공공택지와 달리 택지 매입단계부터 어려움이 많은 민간 택지까지 원가공개나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면 사업을 할 수 있는 회사가 거의 없다"며 "이 경우 아파트 공급이 크게 위축돼 수급 불균형에 따른 집값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판교신도시조차 채권입찰제 시행으로 고분양가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만큼 원가공개가 반드시 분양가 인하의 해결책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가 공개를 논하기에 앞서 주택 공급 주체를 시장에 맡길 것인지, 정부가 주도할 것인지, 또 중소형과 중대형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며 "민간 택지의 원가공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공공기관이 짓는 아파트만큼은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 인근 집값이 오르는 일이 없도록 통제장치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sm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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