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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에서 월세로 바꾸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면서 월셋값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20일 서울 용산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유리창에 붙은 아파트 전·월세 매물 게시판 앞을 한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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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전세→월세’ 전환 5년새 43% 증가
세입자는 5년새 ‘1천만원당 31만원꼴’ 덜내
정금순(65)씨는 4년 전 서울 신월동에 6가구짜리 다세대 빌라를 지어 한 곳엔 자신이 살고 나머지 5가구를 7천만원씩에 전세를 줬다. 3억5천만원의 전셋값에서 부족한 건축비 등을 메우고 남은 돈은 2억3천만원. 정씨는 “처음 2년 동안 전셋돈을 굴려봤지만, 수입이 시원찮아서 지금은 전부 월세로 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씨에게 월세를 내는 세입자들이 모두 같은 돈을 내는 것은 아니다. 늦게 입주한 사람일수록 월세가 줄었다. 2년 전에 입주한 가구는 전세 1천만원당 월 8만원을 냈지만, 최근 계약한 가구는 1천만원당 6만5천원이다. 정씨는 “주변에 월세 놓는 집들이 많고, 그렇다고 집을 비워둘 수도 없어 낮췄다”고 말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아파트나 원룸, 오피스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소한 전셋값의 20~30%는 월세로 받고 싶어 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월세 인하 경쟁이 한창이다. 이서창(33)씨는 지난달 분당의 전세 1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증금 2천만원에 월 65만원의 조건에 내놓았다가, 월세를 60만원으로 낮춘 뒤에야 임대계약을 할 수 있었다. 이씨는 “중개업소에서 요즘엔 가격을 더 낮추라고 한다”며 “같은 단지에 월세를 더 내려 나온 집도 있다”고 전했다.
월셋값에 낀 ‘거품’이 서서히 걷히고 있다. 시장금리 연 4% 시대에도 연 10%를 웃돌았던 월셋값이 ‘구조조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서울 신대방동 삼성부동산 강현덕 사장은 “예전엔 1부(1천만원당 월 10만원) 월세가 많았지만 지금은 0.8부(월 8만원)가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계약 단계에서 더 깎아주는 일도 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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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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