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25 21:51
수정 : 2006.10.25 21:51
새도시 발표뒤 가파른 상승 입주땐 하락 돌아서
뉴타운·파주 등 입주하는 09년부터 안정 전망
정부의 수도권 새도시 추가 조성 계획 발표 이후 다시 주택수요자들와 부동산 업계가 다시 술렁이고 있다. 정부는 공급 확대로 최근 다시 들썩거리는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이지만, 주택 시장이나 수요자들은 그게 제대로 먹혀들지 의구심을 보인다.
수도권 새도시 개발은 정부가 1980년대 말 이후 집값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써오고 있는 정책이다. 그동안의 사례를 분석해보면 개발 초기 국면에는 주택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으나 입주가 이뤄지는 시점에는 집값 안정에 기여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에도 장기적으로는 주택가격 안정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우선 당장은 개발 기대감에 따른 땅값 및 주변 집값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분양가를 낮추면서도 투기를 억제하는 대책을 병행해야 과거와 같은 집값 안정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새도시 입주로 집값 하락 경험=주택 200만가구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노태우 정부는 집권 이듬해인 지난 1989년 4월 분당 등 5개 새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했고 그해 11월 분당 시범단지 분양에 들어갔다. 그러나 새도시 발표 이후에도 서울지역 집값은 계속 올라 새도시 입주가 시작되기 전인 91년 전국 집값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국민은행 조사를 보면, 2003년 9월 기준 100으로 볼때 88년말 당시 53.5에 불과했던 서울 주택가격 지수는 91년 말 75.8까지 치솟았다. 3년 만에 집값이 50% 급등한 것으로, 이 기록은 그후 10년 동안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자고나면 오르던 서울 집값은 새도시에 쏟아진 입주 물량으로 인해 하락세로 돌아섰다. 91년 10월 분당새도시 시범단지 입주를 시작으로 94년까지 3년여 동안 5개 새도시에서 30만가구 가까이가 입주했다. 입주가 봇물을 이루던 93년 9월 69.9로 떨어진 서울 집값 지수는 이후 96년8월까지 3년 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다. 국토연구원은 당시 5개 새도시 입주물량이 서울시 주택가격 하락에 4%, 전국 집값 하락에 4.5% 정도를 기여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후 96년부터는 집값이 다시 완만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으나 97년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상황이 또 반전됐다. 서울 집값 지수는 99년 4월 당시 63.2까지 떨어져 바닥을 친 뒤 김대중 정부의 부동산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2002년 말 93.7까지 뛰어올랐다. 2001년 당시 집값이 큰 폭의 오름세를 이어가자 정부는 성남 판교와 화성 동탄 새도시 개발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2009년 이후 집값 내릴 것”=정부가 이번에 발표하는 3기 새도시는 기존 새도시 확대를 포함해 분당급 이상 3곳이다. 이들 새도시는 규모가 크고 환경영향평가 등 개발계획 수립에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르면 2011년부터 아파트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원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며 강제수용을 밀어붙였던 분당 등 1기 새도시 건설 때와 비교하면 개발계획 발표부터 주택 입주 때까지의 기간이 5~6년 정도로 훨씬 길다. 이에 따라 새도시 건설이 진행되는 공백기에 집값이 불안이 지속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대표는 “분당새도시 입주 당시처럼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는 확실한 새도시가 없다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에 2기 새도시인 화성동탄 새도시가 입주를 시작하고 2009년부터는 판교새도시를 비롯해 김포장기, 파주운정 등 현재 건설 중인 새도시가 순차적으로 입주하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백준 제이앤케이 대표는 “판교는 중대형 분양주택 물량이 적어 과거 분당과 같은 효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서울 강북 뉴타운과 파주, 김포새도시 등에서 입주가 시작될 2009년께부터는 서울·수도권 집값이 내림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서울 뉴타운과 새도시에 입주할 물량만 50만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최근 은평 뉴타운과 파주운정지구에서 빚어진 고분양가 논란이 새도시에서도 반복돼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고종완 알이멤버스 대표는 “새도시의 땅값과 분양가를 내리는 대책을 따로 추진해야 집값 안정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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