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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부에 대한 재경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06.11.1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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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일 개최한 부동산정책 관계부처 장관 간담회는 더 이상의 집값 상승을 두고볼 수 없다는 긴박감에서 비롯됐으나 기대했던 안정화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이미 8.31, 3.30대책으로 추가로 쓸 수 있는 카드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데다 강도높은 대책과 신도시 건설 등 공급 확대 노력에도 불구 이미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어떤 대책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분양가 인하에 초점이 맞춰진 정부정책 방향에는 최근 수급난을 해소할 수 있는 단기 대책이 빠진데다 기반시설 설치비용 지원에 대한 적정성 논란, 용적률 조정에 따른 환경.시민단체 반발 등으로 어떤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 정부 추가정책 마련 배경 = 정부가 권오규 부총리 주재로 긴급히 이날 부동산 관계장관 회의를 열었다는 것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타난 집값 불안이 심상치 않아 차후 자칫 국가경제적, 사회안정적 측면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최근 시장은 검단신도시 개발, 파주신도시 확대 등 정부의 공급확대책에도 불구, 주택수요자가 대기수요로 돌아서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던 정부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주변 집값만 들썩거릴 정도로 달아올랐다.
시장이 이처럼 불안해진 것은 지난 8월말부터다.
3.30대책의 여파로 진정기미를 보였던 시장은 전세난과 판교 중대형 주택 실분양가 평당 1천800만원 돌파, 평당 1천만원 안팎에서 예상됐던 파주 민간 분양가 1천300만원 책정, 은평뉴타운의 중대형 분양가 최고 1천500만원 결정 등 악재로 매수 대기에 머물던 세입자들의 내집마련 욕구를 자극했다.
과거와 다른 점은 지금까지 강남, 분당, 목동 등 인기지역의 집값보다 구리, 일산, 부천 등 수도권 주변 지역으로 보름만에 가격이 1억원 오르는 단지가 속출하는 등 가격 급등세가 연출됐다는 점이다. 이는 투기적 의도라기 보다는 중저가 주택 실수요층이 집을 구매하겠다는 쪽으로 급선회했음을 보여준다.
실제 국민은행 통계에서 10월 집값은 과천(10.2%), 구리(6.2%), 수원 장안(6.5%), 서울 은평(3.4%). 강동(3.2%), 강서(3.3%) 등 그동안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던 지역의 매매가 상승률이 강남과 분당을 웃도는 등 전국적으로 1.3%가 올라 3년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 알맹이 없는 대책..향후 정책은 = 장시간의 회의에도 불구, 이날 참석자들은 달아오른 시장을 진정시킬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최근 집값 상승이 고분양가에 따른 시장불안에서 비롯됐다고 판단, 섣부른 단기대책보다는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지구에서 양질의 저렴한 주택을 공급한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전달함으로써 잠재적인 주택 수요자들의 매수열기를 진정시키겠다는 우회전략으로 방향을 정한 것이다.
당초 알려진대로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를 논의하다 발표문에서 뺀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일단 분양가를 '획기적'으로 내리고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공공택지내 용적률, 건폐율 등 개발밀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기로 했다.
실제 고분양가 논란을 낳았던 은평뉴타운의 경우 쾌적성을 강조하느라 개발면적의 40%를 녹지로 조성하고 개발밀도를 낮춘 것이 분양가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신도시의 개발밀도는 환경부, 환경단체의 반발로 1기인 분당이 ㏊당 197명에서 판교의 경우 95명까지 낮춰졌다.
현재 150% 안팎인 신도시 등 공공택지의 용적률을 200-250% 정도로 높이고 개발밀도를 ㏊당 150명 안팎까지 조정하더라도 분양가는 최고 10% 가량 낮출 수 있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또 공공택지 지구밖의 광역교통시설 설치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되 형평성과 재정부담을 감안, 입주민과의 적절한 분담방안을 찾기로 했다.
판교의 경우 광역교통시설 설치비용은 총 4조3천824억원인데 이중 1조6천694억원 정도가 분양가에 전가돼 가구당 평균 6천만원 가량의 간선시설 비용을 부담했다. 정부 재정부담을 늘려 입주민의 부담을 10%로 낮춘다면 가구당 3천만원의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건설중인 파주, 김포, 송파, 수원 이의 등 신도시와 성남도촌, 의왕 등 공공택지의 사업속도를 가속화해 공급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전월세 대책으로는 주차장 의무비율 조항 등 난개발에 따른 건축규제로 2002년 이후 물량이 크게 줄어든 다세대.다가구, 오피스텔 등 서민형 주택의 공급을 규제 일부완화와 부담금 축소를 통해 공급 확대를 유도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수요측면에서 대출규제 강화보다는 8.31정책의 기본골격을 유지하고 투기억제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하면서 주택금융분야에서 금융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 기대 효과와 과제 = 정부는 이날 논의된 사항에 세부대책을 보완해 연내 정부안을 확정하고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할 계획이다.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당의 협조를 얻어 가급적 빨리 법제화, 내년 상반기중 단계적으로 시행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같은 계획들이 차질없이 추진되면 공공택지내 아파트 공급가격을 평당 1천만원 이하로 억제할 수 있고 민간아파트의 분양가 인하 유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예상됐던 단기대책은 빠져 달아오른 시장을 얼마나 진정시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분양가를 낮추기 위한 용적률, 건폐율 등 개발밀도의 상향조정문제는 환경부, 환경단체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현실성있게 이를 조정할지도 의문이다. 또 용적률을 상향조정해 주택을 조밀화할 경우 향후 주택공급이 풍부해졌을때 슬럼화될 우려가 있고 사후 처리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국고를 특정 공공택지의 기반시설(지구밖 광역교통시설) 설치에 무한정 지원하기도 어렵다. 국고 분담비율을 얼마로 높일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불특정 다수가 낸 세금을 수도권 택지에까지 설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반발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월세 시장안정을 위한 다가구.다세대주택, 오피스텔의 공급확대 역시 자칫 도심지역의 난개발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경수 기자
yk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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