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05 20:06
수정 : 2006.11.0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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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분양원가 공개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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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공개’ 대선공약→반대→다시 공개 혼선
분양원가 공개는 이미 오래전부터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강력한 대책으로 꼽혀 왔다.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분양값이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도 이를 알고 대통령 선거와 총선 때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6월9일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청와대에서 만찬을 하면서 “분양원가 공개 반대는 소신”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시장이 요동쳤다. 당시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 등이 제시한 분양원가 공개 반대 논거를 보면, 분양원가를 공개할 경우 원가 규제로 분양값이 내려가면 분양권 당첨자들이 막대한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어 분양시장이 과열된다는 것이었다. ‘분양원가 공개=부동산 투기 조장’이라는 강변이었다. 또 신규 아파트 공급이 차질을 빚어 내집 마련의 기회가 줄어들면 서민층만 피해를 본다는 주장도 나왔다. 시장경제 원리 위배와 기업 경영권 침해 등도 이유로 제시됐다.
이에 대해 내집 마련이 꿈인 서민들은 청와대 게시판 등에 “집값이 비싸 평생 돈을 모아도 아파트 한 채 살 수 없다”며 분양원가 공개를 통한 분양값 인하를 거듭 호소했지만, 정부·여당은 외면했다.
이처럼 분양원가 공개에 강하게 반대하던 정부가 노 대통령의 지난 9월 “이제는 분양원가를 공개할 때가 됐다”는 단 한마디에 원가 공개로 돌아섰다.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하던 관료들의 목소리는 갑자기 사라졌다. 정부는 내년 4월께 민간·공공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기로 하고, 학계·연구단체·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분양가 제도 개선 위원회’를 지난달 3일 만들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4년 가까이 지나서야, 그것도 오락가락하다가 나온 결정이어서 그런지 여전히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허종식 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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