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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값에 덩달아…14개월새 두자릿수↑
공급 달려 매물없어…세입자 발동동
회사원 송아무개(34)씨는 지난달 아파트를 사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 서울 대림동 32평 아파트를 2억6500만원에 살까 했지만 1억4000만원에 이르는 대출금이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했다. 그런데 그 아파트 값이 어느덧 3억원으로 뛰어올랐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달 1억6000만원에 계약한 송씨의 아파트 전셋값도 그새 1000만원이나 올랐다. 2년 뒤 집을 재계약할 때 얼마가 될지도 가늠할 수 없다. 송씨는 “무리해서라도 그때 아파트를 사야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치솟는 아파트 매맷값을 따라 전셋값도 덩달아 오르면서 세입자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지난가을 ‘전세 대란’ 이후 여전히 아파트 전세 물량이 달려, 겨울을 코앞에 두고도 집을 못 구하는 실수요자들이 적지 않다.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인 스피드뱅크의 분석 결과, 지난해 정부의 ‘8·31 대책’ 이후 14개월 동안 수도권의 전셋값은 10.2%가 뛰어올랐다. 이 가운데 새도시의 전셋값 평균 상승률은 12.4%다. 지난 추석 이후 11월 초까지 겨우 한달 동안 수도권의 전셋값은 1.62%나 뛰어올랐다. 세입자들이 체감하는 전셋값 상승분은 더욱 크다. 서울 응봉동의 32평 아파트에 사는 박아무개(32)씨는 “2005년 2월 1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했는데, 내년 2월 재계약을 하려면 5000만원을 더 얹어야 한다”며 “평수를 좁히거나, 더 싼 변두리 지역으로 옮겨가야 할 판”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경기 성남에 사는 회사원 이아무개(35)씨는 집값이 저렴한 편인 성남에서 계속 집을 구하고 있으나 석달째 헛수고다. 이씨는 “9월부터 전세는 물론 월셋집까지 알아보고 있는데, 그사이에도 5000만원짜리 14평 아파트 전셋값이 1000만원이나 올랐다”며 “가격이 너무 터무니없이 올라 경기도 외곽으로 나가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오른 가격에도 전셋집을 구하기가 힘들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 신당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신종식씨는 “아파트는 전세 매물이 없다”며 “33평짜리 아파트의 전셋값이 1억4000만~1억5000만원에서 형성되는데, 지금은 2억원짜리도 나오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해 8·31 대책 이후 전셋값이 크게 뛴 뒤로는 올가을이 가장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김은진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 시황분석팀장은 “지난 9~10월에 전셋값이 크게 뛴 것은 쌍춘년 이사 수요 등 계절적 요인이 컸지만 최근 전셋값이 오르는 것은 매맷값 동반 상승 때문”이라며 “12월부터 봄까지 학군 이동 등에 따른 이사 수요가 있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전세 시장이 계속 요동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114의 김규정 차장도 “뉴타운, 재개발 등 전세 수요는 많은 데 반해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은 회전되는 양이 많지 않은데다 내년 수도권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도 올해보다 적어 전세 물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태 전종휘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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