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21 19:02
수정 : 2006.11.21 19:25
김용민씨는 연봉 3천만원대의 10년차 회사원이다. 지난 99년에 1억3500만원을 주고 서울 상도동에 빌라를 샀다. 같은 직장 13년차 선배는 똑같이 99년에 1억5천만원을 주고 목동에 27평짜리 아파트를 샀다. 당시 1500만원 차이는 6억원 차이로 벌어졌다. 김씨는 평생 저축을 열심히 해도 그 차이를 회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부동산값 폭등은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우리 사회 자산격차를 더욱 확대시켜 놓았다. 심지어 비슷한 교육을 받고 입사해 같은 연봉을 받는 같은 직장내 회사원들이라도 ‘집’에 따라 계층이 달라지고 있다.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과 상관없는 ‘순간의 선택’-집을 살 것이냐 말 것이냐, 어디에 살 것이냐-에 의해 엄청난 부의 차이가 생겼다는 허탈감은 직장인들을 아노미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증권사에 다니는 오아무개(40)씨는 “회의하면서 사람들끼리 ‘야 줄 그어라. 강남 사는 사람은 저쪽으로 가고 비강남은 이쪽으로 오고’ 하면서 농담하곤 한다”고 사무실 풍경을 전했다.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김아무개 변호사는 “내가 10년동안 변호사해서 번 돈보다 강남에 있는 내 아파트가 최근 3년새 올라 생긴 차익(10억여원)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겨레> 기획기사 ‘부동산 광풍이 남긴 것’ 세번째 기사는, 부동산이 신분을 가르는 현실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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