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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08 17:52 수정 : 2006.12.09 21:51

국민 86%가 값싼 공공주택에 거주하는 싱가포르에서도 민간 고급주택에 대한 수요는 높다. 시내 남부 마리나 지역에 새로 지은 고급 콘도미니엄. 앞으로 싱가포르 정부는 마리나 지역을 최고급 주거와 상업지역으로 개발할 청사진을 갖고 있다. 구본권 기자

[취재기] 싱가포르 주택개발청과 도시개발청

지난 주말 싱가포르에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의 목적은 3일 열린 제5회 싱가포르 국제마라톤대회 취재였다. 재활병원 건립운동을 벌이고 있는 푸르메재단이 에쓰오일의 지원을 받아 국내에서 8명의 장애인을 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시킨 행사였다. 이와 별도로, 최근 한국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싱가포르의 토지임대부 아파트 분양제도를 알아보았다.

싱가포르는 인구 약 400만명이 서울시와 부천시를 합친 만한 크기의 국토에 모여 사는, 고밀도의 도시국가이다. 말래카해협에 위치해 일찍부터 무역이 발달한 교통요지인 싱가포르는 도시 안에 국제적 규모의 항만, 공항, 저수지, 군시설, 도시기반시설 등을 지녀야 하는 하나의 국가이기도 하다. 주거와 업무용 시설로 가용할 수 있는 국토는 더 좁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많은 인구가 살아갈 수 있을까? 이는 싱가포르란 국가의 최대과제였다. 한국과 비교하면 외형적으로 훨씬 열악한 게 싱가포르의 주거 현실일 것이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주택문제는 한국과 딴판이다. 싱가포르 국민 대부분은 자기집을 소유하고 있다.

가장 좁은 땅을 소유한 국가의 국민들이지만, 어느 나라의 국민보다 내집 마련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 싱가포르. 그 역설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싱가포르에서 공공주택 공급을 관장하는 주택개발청(HDB, Housing & Development Board)과 도시계획을 다루는 도시개발청(URA, Urban Redevelopment Authorithy)을 찾아, 싱가포르의 주택정책을 살펴봤다. ‘싱가포르의 역설’은 그 나라 국민 '욕구'의 차이에서 비롯하지 않았다. 국민 주거 욕구의 절실함을 인식한 정부가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면서도 강력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함을 통해 이뤄졌다.


“요즘 한국 기자들 문의 엄청나게 많다. 무슨 일이?”

싱가포르 시티갤러리에 있는 다양한 전시물에는 싱가포르 섬 전체의 면적을 사용목적별로 분류한 전시물도 있다. 40~50년 뒤에 꿈꾸는 도시계획상의 면적은 주거 19%, 휴식과 공공 공간(학교, 체육시설, 공원, 자연보존지역) 20%, 업무시설(사무실, 공장, 상업시설) 19% 사회간접자본(도로, 교통, 항만 등) 22%, 기타(국방, 수원지, 묘지, 미개발지) 20%다. 2002년 현재 각 부분의 할당률도 나타나 있다. 구본권 기자
지난 4일 오전 싱가포르시내 토아 페이요에 위치한 싱가포르 HDB(주택개발청) 센터(Hub)를 찾았다. 새로 공급하는 공공주택 분양홍보와 대출 상담이 건물 1층부터 3층까지 부산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HDB의 공공주택 공급정책을 설명해줄 담당자를 찾으니 28층으로 올라오란다. 협동개발부 책임자인 타이 유 위안이 웃으며 나타난다.

“요즘 한국 기자들의 문의가 엄청나게 많다. 이메일도 많이 오고 있다.”

시내 HDB 센터에서 부부로 보이는 싱가포르 시민이 새로 분양할 공공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구본권 기자

싱가포르의 주택보급률은 110%가 넘고 국민의 82~85%는 정부가 공급한 HDB 아파트에 거주한다. 20% 미만의 부유층만이 민간주택을 소유하고 사는 것이다. 한마디로 내집마련 걱정이 이 없는 나라다. 다만 HDB 아파트의 입주자격은 신청 당시 ‘합법적인 가족’으로 월 가구소득이 500만원(8000 싱가포르달러)이하여야 한다. HDB 아파트는 방 1개짜리부터 방 5개(침실3, 거실1, 주방1)짜리까지 6가지 형태로, 다양하다. 가장 흔한 HDB 아파트는 90평방미터크기의 방 4개짜리(침실2) 주택으로, 한국으로 치면 27평형 정도의 아파트에 해당한다. 가족수에 따라 신청할 수 있는 주택 규모가 차이나는 것은 아니다. HDB 아파트는 평생 두 번까지 공급받을 수 있으며, 정부는 집값의 대부분(80%)을 장기저리(연2%) 융자로 입주자에게 빌려준다. 대신 입주자는 토지를 소유하지 않고 건물만을 소유하다가 집값 상승분 등을 반영해 주택을 되팔 때 반드시 공급한 정부에 팔아야 하는, 환매조건부의 주택이다. HDB 주택 분양을 통해 물가상승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두기 힘든 구조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싱가포르정부가 1965년 독립하면서 국토의 40%였던 국유지는 1966년 도입한 강력한 토지취득법 덕택에 현재 90% 수준이다. 싱가포르 공공주택의 힘은 바로 국가의 토지 소유와 다량의 공공주택 공급, 적극적인 대출지원 등에서 비롯한다.

“싱가포르 국민 누구나 구입가능한 집을 공급한다” 목표

싱가포르 시티갤러리 안에는 방문객들이, 싱가포르 시에 대한 제안을 할 수 있는 벽이 있다.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온 국민의 관심사가 어떻게 이 좁은 국토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인가 이다. 구본권 기자
싱가포르 국민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의 집을 제공한다(Affordable homes!)는 것이 HDB의 최우선 목표다. 신생국가가 각기 다른 민족 출신 국민에게 집을 공급함으로써 국가의식을 심어주고자 하는 게 싱가포르 공공주택 정책의 배경이다. 이를 위해 재정지원도 과감하다. 한국이 정부예산의 0.5%를 주거에 투입하지만, 싱가포르는 3.8%를 투입한다.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방 5개짜리 HDB아파트(110 평방미터, 침실 3, 한국식 30평형대)의 가격은 대략 1억2천만원이다.

한국에 두 번이나 다녀간 HDB의 타이는 방 3개짜리 서울 강남의 집값이 평균 10억원이라는 설명에, 최근 5년새 2~3배로 값이 뛴 아파트가 많다는 말에 놀랐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거주수단일뿐만이 아니라, 가장 수익률이 높은 투자수단이라는 말에 “여기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도 공공주택이 주택 수요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보안이 확실하고, 수영장이 있고 편의시설이 더 나은 민간 아파트를 선호한다. 싱가포르에서는 HDB 아파트를 ‘플랫’, 토지를 소유한 민간아파트를 ‘콘도’라고 부른다. HDB에 근무하는 타이에게 “플랫에 사는지, 콘도에 사는지”를 물었다. “나는 지금은 콘도에 산다. 그렇지만 나도 결혼하면서 8년 동안 HDB에 살다가 7년전 콘도로 이사했다”고 타이는 말했다. 타이는 “통계를 내지는 않았지만, 4600명에 이르는 HDB 직원들도 국민들이 HDB 주택에 거주하는 비율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DB의 최근 주력정책은 기존 HDB 주택의 고품질화다.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저층 주택들을 헐고 새로이 40~50층 대의 고밀도로 재개발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HDB 센터 28층에서 토아 페이요 지역을 내려다보니, 저층단지를 고층아파트로 재건축하는 곳이 여러 곳 눈에 들어왔다. 정부 부문이 최소규모의 공공주택을 다량 공급하는 것만이 아니라, 고품질 주택을 요구하는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이었다.

싱가포르 도시갤러리 “우리는 작은 도시다. 어떻게 이땅을 이용할지 함께 고민하자”

싱가포르 시내 토아 페이요에 있는 HDB 센터 28층에서 내려본 HDB 아파트. 낡은 중층 아파트를 초고층으로 재건축하고 있다. 구본권 기자
싱가포르는 성공적인 도시계획의 모범 사례이기도 하다. 도시개발청(URA)이 도심지에 대규모의 도시전시관(시티갤러리)을 운영하면서 적극적으로 도시국가로서 싱가포르의 특수성과 미래 비전을 홍보하고 있다. 싱가포르 시티갤러리는 한 눈에 싱가포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면서, 도시국가로서의 싱가포르의 정체성과 지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다.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모여 살면서 인간다운 삶과 경제적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고민을 해야 하고 무엇을 실행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싱가포르 시티갤러리에는 싱가포르 도시 전체를 모형화해 전시했다. 건물 하나하나가 모두 드러나 있어 내가 사는 집을 찾을 수 있을 정도다. 구본권 기자
시티갤러리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아스마 아흐마드는 이날 “전세계로부터 도시계획을 연구하는 많은 공무원과 방문객들이 찾는다”며 “한국인들도 많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1999년 1월27일 문을 연 싱가포르 시티갤러리는 40여년의 짧은 기간에 싱가포르라는 작은 도시국가가 어떻게 오늘의 번영을 이루게 되었는지를, 토지의 계획적 활용에 대해 어떤 접근을 해왔는지를 설명한다. 비단 도시의 역사와 현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좁은 국토라는 근본적 한계를 극복하고 번영을 이루기 위해 범국가적 차원에서 집단적 지혜를 모으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싱가포르 도시개발청의 임무는 “싱가포르를 살고, 일하고, 즐길 수 있는 위대한 도시로 만드는 것”이고, 시티갤러리는 다양한 전시물과 쌍방향적인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이를 홍보하는 장소이다.

싱가포르라는 작은 도시국가가 짧은 시간 안에 번영할 수 있었고, 앞으로의 미래 또한 밝아보이는 이유는 이 갤러리에서 확인되었다. 좁은 국토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범국가적 지혜를 모으고 ‘공공적 이익’을 맨 윗자리에 놓는 모습이 그 번영의 이유였다.

싱가포르/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아래는 지난 11월22일 국정브리핑에 실린 싱가포르 주재 한국대사관의 전성오 홍보관이 실은 기고 '싱가포르 주택정책이 시사하는 것은'이다.

[전성오 홍보관] 싱가포르 주택정책이 시사하는 것은?

국민 86%가 ‘환매 조건부 분양’ 공공주택 거주

‘토지의 공공성을 현실로 만드는 싱가포르’, ‘500만원만 있어도 30평 아파트 산다’,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 배우자’, ‘환매조건부 분양제 도입될까?’

최근 국내 언론의 부동산 문제를 다룬 기사 중 싱가포르의 사례를 인용한 기사 제목들이다. 왜 싱가포르의 주택정책에 대해서 부러움이 묻어나는 기사가 넘치는 것일까?

싱가포르 하면 국토는 작고 인구는 많은 도시국가의 전형으로서 당연히 도시화에 따른 문제 중에서도 주택문제가 큰 과제일 법도 하건만 싱가포르는 오히려 주택문제를 가장 잘 풀어가고 있는 반면, 그보다는 여건이 나을 법한 우리는 부동산 문제로 국민적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으니 부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주택보급율 102.2%임에도 불구하고 자가 점유율이 54.2%에 불과한 반면 싱가포르는 주택보급율 112.6%에 자가 점유율 92.3%, 다시 말해 국민의 92.3%가 자신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PIR 즉 연간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는 최저 2.3으로서 한국의 2003년 평균 8.9에 비해 훨씬 낮다. 게다가 거의 해마다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치뤄야 하는 한국과 달리 부동산 투기의 설 자리가 없는 나라라는 점이 부러움을 살만 하다.

국민 86%가 공공주택 거주, 민간주택은 일부 부유층 대상

실제로 싱가포르에서 살아본 사람들이 처음에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 중 하나가 국민소득 수준(2005년 1인당 GDP 2만7000달러, 올해 3만달러 이상 예상)에 비해 인건비가 낮은 편인데도 큰 사회문제로 부각되지 않는다는 점, 또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고급 승용차로 넘쳐난다는 점일 것이다 (싱가포르는 정부의 강력한 자동차 억제 시책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자동차 가격이 거의 2배에 가깝다). 얼핏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두 가지 사실이 기실 부동산 문제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내 집을 갖는 것이, 이후에는 조금 큰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양 허덕이며 살아가는 반면, 집을 갖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 싱가포르인들에게는 인건비가 조금 낮아도 감내할 만하고 또 집 대신 자동차나 그 밖의 다른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우리도 당장 그들의 방식을 따라 우리의 고질병인 부동산문제를 해결했으면 하는 유혹이 따르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들의 제도를 무턱대고 따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처한 역사적, 지리적·정치적 환경이 우리와 많이 달라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있고, 받아들인다 해도 우리의 현실에 맞게 변용하는 것이 필수적인 것도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의 주택은 크게 HDB라 불리우는 공공주택과 민간주택으로 나뉘는데 싱가포르 국민의 86%가 공공주택에서 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주택이 35% 내외임을 감안할 때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비율이 무척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공주택은 우리나라 주공에 해당하는 주택개발청 (HDB : Housing and Development Board, 이하 HDB라 함)에서 공급하는 주택이고, 민간주택은 민간에서 건축하여 공급하는 비싼 가격의 주택으로서 소수의 부유층과 외국인들이 주로 거주한다.

HDB는 1960년 설립된 이후, 모든 싱가포르 국민들이 자기의 집을 소유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균질의 아파트를 대량으로 보급하여 왔다. 그러나 국민들의 소득수준 향상으로 고급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고급형 콘도미니엄도 공급하고 있다. 또한 HDB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는데 전체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이며 건설자금은 전액 정부가 지원한다.

가족구성형태·소득수준 따라 주택 분양 순서 정해져

그러면 수요자 입장에서 주택의 소유와 판매의 과정을 살펴보자.

대부분의 국민들은 HDB가 제공하는 신규 공공주택 시장을 통해 최초 주택을 분양받는다. 이 경우 시민권 보유 유무, 가족구성형태, 소득수준 등 사전에 공지된 기준에 따라 우선순위가 정해지는데 주택 가격은 시장 가격이 아니라 수요자의 소득수준 등을 고려한 가격으로 통상 시중 가격의 55~60% 수준이다.

주택 구입자는 1차적으로 사회보장성 저축인 중앙연금준비기금인 CPF(Central Provident Fund)를 통해, 부족할 경우 HDB로부터 주택가격의 80%까지 낮은 이자율(실질 금리 1%미만)로 융자를 받을 수 있는데 특히 주택구입시 지불해야 하는 최초납입금(총금액의 20%)의 18%를 CPF 융자로 지불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최초 주택 구입시 개인이 직접적으로 부담해야하는 금액은 2%에 그치게 된다.

CPF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유사한 것으로 모든 싱가포르인들은 수입의 33%(고용주 13%, 본인 20% 부담)를 의무적으로 납입하게 되어 있는데 이 자금으로 주택 구입 자금 융자를 해주는 것이다.

이렇듯 신규주택 가격이 낮고 구입이 쉽다면 당연히 이를 전매하여 시세차익을 내려는 세력이 생겨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바로 ‘환매 조건부 분양’이라는 제도이다.

다시 말해 신규 주택 구입자가 5년 이내에 주택을 판매하고자 할 때에는 시중에 판매할 수 없고 HDB에만 되팔 수가 있게 한 것이다. 물론 그 가격은 시중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이므로 의무기한 내에 파는 것은 그만큼의 손해를 감수해야하기 때문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최소한 5년은 보유하게 된다.

5년이 지났을 경우 시중에 팔 수 있는데 대개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그 시세차익의 10~25%는 HDB에서 환수하지만, 나머지는 주택 소비자가 갖게 되는데 이를 부당이득이라기보다는 적절한 소득의 이전이라 보아 문제삼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무한 반복적으로 활용하게 할 수는 없으므로 국민들은 일생동안에 단 2회만의 HDB구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민간주택을 사고자 하는 사람은 HDB 판매 대금을 밑천삼아 자유롭게 사고 팔 수가 있다.

싱가포르는 이러한 제도를 통해 서두에서 얘기했듯이 거의 전 국민이 주택을 소유하고 주택 가격의 안정을 거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만을 두고 섣불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자칫 피상적인 성과만을 올리거나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었던 배경과 전제조건 등을 면밀히 따져보아야 될 것이다.

먼저 싱가포르가 국민들의 주택소유를 강력하게 촉진할 수밖에 없었던 싱가포르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싱가포르는 1965년에 독립한 역사가 매우 일천한 도시국가이다. 당연히 국민들의 싱가포르에 대한 일체감과 귀속감이 약하고 대신에 중국, 인도·말레이지아·인도네시아 등 종족적 출신지에 자신의 정체성을 일치시키는 경향이 강했다.

주택정책, 국민국가로 통합위한 최상의 방책으로 활용

싱가포르의 지도자들은 싱가포르인이 싱가포르에 자신의 재산을 갖게되는 것이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키우고 국민국가로서의 통합을 이루는 최상의 방책이라는 점을 인식, 국민들의 주택소유 촉진 정책을 우선적으로 실시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주택시장에 개입하는 차원이 아니라 전면적인 주택의 조성과 관리를 정부가 떠맡아 추진해 온 것이다.

둘째, 부동산 소유제도가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싱가포르는 전 토지의 90%가 국유지이다. 영국의 식민지 하에서 대부분의 토지가 국가 소유였을 뿐 아니라 국가가 토지를 소유하는 것이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 하에 1966년 토지수용법을 제정, 토지의 국유화를 가속시켰다. 따라서 공공주택 제공을 위해 국가가 토지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확연히 다르다.

셋째, 중앙연금(CPF)의 설립과 이를 활용한 안정적인 주택자금 지원체제가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무려 소득의 33%를 국가가 거두어 강제 저축토록하고 이를 활용한다는 것은 다른 어느 국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제도이다.

넷째, 우리나라와 싱가포르의 자연환경의 차이를 고려해야한다. 싱가포르는 면적이 697.1㎢로서 서울 606㎢보다 약간 더 큰 정도의 작은 국가이다. 그러나 싱가포르에는 산이 없어 가용면적이 훨씬 넓고 인구가 430만명으로 서울의 절반에 미치지 못해 아직 여유 공간이 많아 서울 및 수도권에 비하면 주택여건이 좋다.

다섯째, 정책결정 구조의 상이성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싱가포르는 독립이후 인민행동당(PAP)의 집권이 계속되고 있고 언론과 집회의 자유등 표현의 자유에 상당한 제약이 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2005년 10월 세계 언론자유도 평가에서 싱가폴을 조사대상 167개국 중 140위로 최하위권으로 평가한바 있다.

따라서 정부의 의지가 곧바로 정책으로 연결되는 경향이 강한 반면, 다원화된 사회에서 무한한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우리의 경우는 정책의 왜곡현상을 감안해야만 한다.

설령 정책이 아무리 좋다해도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색안경을 끼고 그 정책을 바라본다거나 정책을 좌절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는 세력이 더 강하다면 정책이 실행력을 갖기 어렵다는 점은 많은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싱가포르의 주택정책은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되고 많은 나라로부터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연구되고 있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싱가포르의 주택정책도 그 나라의 역사와 환경에 뿌리를 둔 특수성을 지닌 것이어서 비록 많은 면에서 우리와 다르지만 적어도 토지와 주택은 일반적 재화와는 다른 특수한 성질을 가진 것으로서 무조건 시장에만 맡기기보다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때로는 훨씬 효율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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