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15 16:46
수정 : 2007.01.15 16:53
참여정부에서 모처럼 제대로 된 부동산 대책을 내어 놓았다. 거의 모든 신문에서 분양가가 20-25% 가량 하락하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분석을 함으로써, 그 동안 아파트가 폭등으로 화병을 앓아 왔던 무주택 중산층, 서민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위로해 주고 있다. 오히려 더 싼 값으로 어엿한 자신들의 집 장만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아파트 광풍 대열에 합류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할 정도이다.
그러나 각 언론사마다 그러한 낙관론의 사족으로 1.11 부동산 대책에 대한 미비점을 지적하고 있어서 이를 정리해 볼 필요가 있겠다. 이제까지 여러 차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있어 왔지만, 정부가 부동산 대책에 실패한 것은, 철저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투기꾼들이나 건설족들이 빠져 나갈 뒷 구멍을 열어 두는 느슨한 대책으로 일관해 왔던 데 있어서, 1.11 부동산 대책의 문제점을 살펴 보는 것은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 민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의 문제점
노 대통령의 대통령 선거 공약이었으며 우리당의 당론이었으나, 이제서야 비로소 약간이나마 실천이 되고 있다. 그 동안 우리당에서는 계속해서 당론으로 민간 아파트 분양원가의 공개를 주장해 왔으나, 공급이 급격히 줄게 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건설족들의 로비에 밀린 정부측의 주장에 막혀서 이를 관철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우리당의 전직 재경부 장관 출신인 강봉균 정책위원장 마저 분양 원가 공개에 대해 부정적이어서, 이번에 당의 원래 방침인 거의 전면적인 분양원가 공개라는 목표치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원가 공개에 만족해야 했다.
이는 마치 당의 입장이 대부분 수용된 것처럼 대서특필되고 있지만, 무늬만 분양원가 공개라는 비난을 면하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외형상으로는 당의 승리로 보여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측 안을 그대로 수용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찌되었든 부분적으로나마 민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라는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자위할 수 밖에 없을 성 싶으며, 이 정도만 가지고도 어느 정도 분양가 하락 효과는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
막판까지 당정간 치열한 샅바싸움의 대상이었던 공개대상 항목은 결국 택지비, 직접공사비, 간접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부대비용, 가산비용 등 7개 항목으로 결정됐다. 이들 항목은 분양가심사위원회의 검증을 거친 뒤 공개된다. 되도록 많은 항목의 공개를 주장했던 여당으로서는 원가공개라고 부를 수 있는 최소한의 모양새는 갖춘 셈이다.
이 중 건설업체들이 각 사업장별로 직접 공개해야 하는 항목은 택지비와 가산비용. 이 두가지는 그 동안 건설업체가 비용을 부풀려 폭리를 취하는 도구로 사용됐다는 비판을 받았던 대표적 항목들이다. 이 때문에 이들 항목의 원가가 공개될 경우 어느 정도 거품 제거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이번 방안이 당정간 타협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7개 항목 중 5개 항목의 경우 “이를 원가공개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택지비와 가산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5개 항목의 경우 업체들이 각 사업장의 원가를 공개하는 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 사정을 감안해 조정한 기본형 건축비의 내용만 공개된다. 지자체가 일종의 ‘지역 평균 가격’을 제시한다는 것. 입주자들은 이 평균 가격을 토대로 각 아파트별 원가를 간접적으로 추측해볼 수 있게 된다. 공개항목이 7개가 아니라 사실상 2개이며 ‘무늬만 원가공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각 지자체에 대한 민간 건설업자들의 치열한 로비전이 충분히 예측되고도 남는다.(한국일보) |
|
|
|
분양가의 60~70%에 달하는 택지비를 매입원가가 아니라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분양가에 산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건설사의 부당 폭리를 눈감아 주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감정평가액은 감정평가기관이 주변 시세를 감안해 택지비로 정한 가격을 말한다.
현행 주택법은 택지비를 매입원가와 제세공과금, 금융비용을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분양가에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분양가의 적정성을 따질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없었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주택법에 정한 기준이 아니라 택지비를 통상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분양가에 산정해 온 것이 사실이다.땅값은 시간이 흐를수록 통상 오르기 마련이고, 특히 개발 정보가 지역에 유입되면 땅값은 폭등해 왔다. 따라서 건설사들은 매입 당시 지불했던 가격과 분양시기에 땅값을 재평가받은 감정평가액 간의 차액만큼 이윤을 가져갈 수 있었다. 이처럼 분양가의 거품은 택지비가 매입원가가 아닌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산정돼 오면서 주로 발생해 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기존 건설사들의 관행을 그대로 받아들여 감정평가액을 택지비의 산정기준으로 하겠다는 것은 분양원가 공개의 취지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것과 다름 없는 일이 됐다. 원가공개의 근본 취지는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적정 수준 이상으로 이윤을 가져가는 폭리구조를 제거하자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경실련의 김헌동 본부장은 "감정평가액이 택지비의 기준이 된다면, 원가 공개 자체도 빛이 바랠 뿐 아니라 택지비 등을 기준으로 분양가 상한선을 정하도록 하는 분양가 상한제 역시 실제 분양가를 낮추는 데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요컨대 지난 11.15 부동산 대책에서는 공급확대 로드맵을 통해 건설사에게 수많은 사업 물량을 제시해줬다면, 이번 1.11 대책에서는 건설사들이 편법적으로 택지비를 산정하던 것을 합법화 시킴으로서 기존의 관행에 면죄부를 줬다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프레시안) |
|
|
2. 담보 대출 1인1건 허용
이 대책은 1인 다주택 소유자의 대출 만기가 돌아 올 때, 1건의 대출만을 인정하고 만기가 된 대출금을 1년의 유예 기간을 준 뒤에 회수하겠다는 것으로, 종부세, 재산세, 대출금 상환 등의 압박을 다주택 소유자들에게 가하여, 다주택자들 소유의 부동산을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하겠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1가구 1주택의 주거 개념으로만 아파트를 인정하겠다는 취지가 제도화된 것으로, 참으로 만시지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적절한 제도라 할 것이다. 그러나 담보 대출 '1가구' 1건 허용이 아니라, '1인' 1건 허용으로 되어 있어서 여러 가지 편법이 동원될 소지를 안고 있다고 본다. 물론 미성년자 자녀는 대출이 금지돼 있고, 30세미만 미혼자녀나 부인은 'DTI(총부채상환비율) 40% 규제'에 해당돼 쉽지 않다고는 하지만 어찌 됐든 허점이 있는 제도인 것은 사실이다.
|
변수는 1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져 있어 실제 대출금 회수는 내년부터 이뤄진다는 점이다. 연말에 대선이 걸려 있어 새 정부에 대한 기대로 다주택자들이 끝까지 버티기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1만~10만 호 정도 물량 공급이 이뤄지는 신도시를 하나를 건설하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또 감독당국이 은행 보험 저축은행에만 적용되던 복수대출 규제를 새마을금고, 신협 등으로 확대하긴 했으나 대부업체 등 사금융업체는 여전히 감독사각지대로 남아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따라 자본력이 풍부한 외국계 대부업체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한국일보) |
|
|
1.11 부동산 대책은 상기한 일부 허점들에도 불구하고 그 대책이 너무나도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짜여져 있기에 상당한 효과를 볼 수밖에 없다. 다만 일부 관료들과 강 정책위의장이 건설족들의 공급축소 협박에 굴복하여, 더 철저하게 대책을 수립할 수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미봉하는데 그쳤다는 데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한 미봉책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알 수가 없지만, 이미 배가 터질대로 폭리를 취한 건설족들의 눈치를 그렇게 살필 필요가 있었는지는 마지막까지 의문으로 남는다.
1.11 대책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만약에 시행상에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지체없이 그 문제점을 보완해서, 기여코 아파트가만은 잡고 말겠다는 노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을 반드시 실천함으로써, 화병을 앓으면서 정부에 대한 증오심만을 키우고 있는 무주택 중산층, 서민의 마음을 위로해 주어야 할 것이다. 결론은 부동산가는 2006년 이전 수준으로 떨어져야 옳다는 것이다! 거품은 빨리 꺼질수록 경제에 주는 악영향도 그만큼 줄게 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나의 글이 세상을 품는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