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주공5단지 등 1억-2억원 싼 급매 팔려..상승기미는 없어
설 연휴 직후가 상반기 시장 가르는 분기점 될 듯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호가가 1.11대책 이후 최고 2억원이나 하락한 가운데 이달 들어 급매물을 중심으로 일부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급매물이 팔려도 가격이 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고, 전반적인 거래 위축 상태는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설 연휴'가 올해 상반기 아파트 시장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급매물 팔려도 가격은 안올라 = 7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36평형 급매물이 지난 6일 14억4천만원에 팔렸다.
이는 올 들어 첫 거래일 뿐아니라 지난 연말의 호가 16억5천만원에 비해 무려 2억1천만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잠실동 S공인 사장은 "관망세가 짙게 형성된 가운데 거래가 성사돼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도 깜짝 놀랐다"며 "이 것이 추가 매수로 이어질 지는 두고봐야 겠지만 아직 호가가 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34평형은 지난 연말 13억5천만원이던 것이 현재 12억5천만원으로 1억원 내렸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도 최근 13평형이 7억원에, 11평형이 5억4천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이는 1.11대책 전과 비교해 13평형의 경우 8천만-9천만원, 11평형은 1억2천만-1억3천만원이나 싼 값이다.
N공인 이모 사장은 "이달 들어 호가가 연초대비 1억원 안팎 하락하자 대기 매수자들이 계약에 나서고 있다"며 "하지만 급매물이 팔리면 가격이 오르는 게 보통인데 아직은 호가 상승의 기미가 없다는 게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의 잇따른 대출 규제가 큰 원인으로 풀이된다. 서초구 잠원동 Y공인 이모 사장은 "대출 규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어 집을 사고 싶어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 봄 이사수요, '설 연휴'가 분기점 = 전문가들은 올 봄 이사철 향배는 설 연휴 직후 1-2주 움직임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간과공간 한광호 사장은 "집 구입과 같은 중요한 문제는 가족이 모두 모이는 명절때 함께 상의한 후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설날 직후 시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움츠렀던 매수세가 살아날 지, 침체가 그대로 유지될 지 올 상반기 시장을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 직후 분위기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전망은 서로 엇갈린다. 강남구 대치동 S공인 사장은 "설 이후 관망하던 매수자들이 움직이면 급매물 소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격이 소폭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며 "꽁꽁 얼어있는 전세도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북이나 수도권 등 일부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거래가 돼도 집값이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은 편이다. 송파구 삼전동 L공인 사장은 "대출 규제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거래 심리 자체가 냉각돼 있어 설 후에도 급매물이 다소 소화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이 때문에 집값이 크게 오르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김은경 팀장도 "돈 줄을 풀어주지 않는 이상 지금 같은 분위기에 과감하게 집을 구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sm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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