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01 22:45
수정 : 2007.03.0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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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 시행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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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제·원가공개 시행 앞둬
분양가 높이면 실수요자 외면
값 내리면 이전 계약자 항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적용과 분양원가 공개가 현실화하면서 분양을 계획중인 건설업체들이 분양값 책정을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지금까지처럼 분양값을 높게 정하면 실수요자들이 외면해 미분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수요자들이 굳이 청약을 서두르지 않고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가 시행되는 9월 이후로 청약을 미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가 시행되면 분양값이 지금보다 20~30%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체들은 그동안 이번 임시국회에서 주택법 개정안 통과 여부를 지켜보면서 분양을 미뤄왔다. 만약 주택법이 처리되지 못하면 집값의 추가 상승을 걱정하는 수요자들이 다시 분양시장에 몰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8일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이제는 분양을 서두를 수 밖에 없게 됐는데, 문제는 분양값을 얼마로 하느냐는 것이다.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일대에 초대형 주거단지(1만2149가구) ‘에코메트로’를 건설중인 한화건설은 4월 말이나 5월 초 ‘한화 꿈에그린월드 에코메트로’의 2차 분양(4246가구)을 할 예정이다. 이곳은 지난해 11월 1차로 시범단지 2920가구를 평당 910만~1046만원에 분양했는데, 고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100% 완료돼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분양값을 높게 책정하면 미분양을 걱정해야 하고, 1차 때보다 싸게 분양하면 1차 계약자들의 항의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앞으로 10년 동안 2만~2만5천가구의 주택을 공급할 예정인 포스코건설은 고민이 더 크다. 포스코건설은 이달 729가구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평당 1300만원대에 분양할 예정이다. 송도국제도시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분양가가 평당 1천만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 시세보다 300만~1천만원 정도 낮은 가격이다. 포스코건설 노형기 송도사업본부 마케팅 팀장은 “송도는 학교와 공원을 만들어 기부체납해야 하고, 기반시설 비용도 많이 드는데 이런 것을 인정해 주지 않고 택지비를 감정가로 한다면 이익이 없어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 동탄 새도시와 용인 등에서 앞으로 분양에 나설 계획인 업체들도 분양에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인근 시세와 상관없이 관행적으로 분양값을 높게 책정해온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값이 크게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올해는 고분양 단지의 경우 분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대출 규제에 이어 분양가 상한제 적용 등으로 집값은 확실한 하향 안정세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종식 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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