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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장 공사를 하지 않은 낙천대 2차의 외벽 모습.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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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 사당동 롯데낙천대 아파트 ‘명칭변경’ 소송
주민 “판결에 만족”…건교부 “무분별한 변경은 국민피해”
“롯데낙천대아파트, 롯데캐슬로 이름 바꿔도 좋다”
지난 1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안철상)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 롯데낙천대 아파트 입주민들이 낸 아파트 명칭변경 거부처분 취소청구에서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낙천대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7월 해당 지자체인 동작구청이 아파트 명칭 변경을 거부하자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실체적·유형적 변경이 있고, 명칭 변경으로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한다고 볼 자료가 없어 명칭변경 신청 거부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비슷한 처지에 있던 아파트 주민들이 귀를 솔깃해 할 소식이다.
‘자이’ ‘래미안’ ‘힐스테이트’ ‘아이파크’ ‘꿈에그린’ ‘위브’ ‘푸르지오’ ‘캐슬’ ‘하늘채’ ‘하이빌’ ‘이편한세상’ ‘어울림’ ‘상떼빌’ ‘아이원’ ‘더샾’ ‘뷰’ ‘브라운스톤’ ….
대형 아파트 건설회사들이 거액의 광고비와 인기모델을 동원해 앞다퉈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다. 이에 기존에 건설된 아파트단지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벌이는 곳이 여러 곳 있었다.
이번 법원 판결로, 아파트 이름 변경이 크게 늘어날 것인가? 판결과 관련해, 상세내용을 취재했다.
법원, “명칭변경은 타인 권리 또는 이익 침해 없는 이상, 소유권적 권능”
“이름만 바꾸면 브랜드 가치 떨어져 가격도 제자리로 회귀할 것” 법원은 아파트의 명칭변경에 대해 일정 조건을 갖춘 경우에만 허락했고, 시공사들도 “이번 경우는 특수한 경우”라며 일반적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법원의 판결은 소유권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물건의 가치는 품질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의 외곽(디자인)이나 명칭(브랜드 명)도 가치형성의 또다른 요소로 작용한다”며 “아파트의 경우에도 외관을 바꾸거나 명칭을 시대흐름에 맞게 바꾸려는 입주자 욕구를 금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명칭변경을 제한하는 법령의 규정이 없고 타인의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가 없는 한, 소유권적 권능으로서 명칭변경권을 인정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원은 ‘아파트 값을 올리려는 꼼수’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실체적 유형적 변경이 수반되지 않는 무분별한 명칭 변경은 수요자와 소비자의 분별력에 의해 그 브랜드명의 가치하락을 초래하게 되어 결국 가격도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므로, 시장의 원리에 따라 해결될 것이다”고 시장의 자율적 판단에 손을 들어줬다. 법원 “명칭변경권 무제한적으로 인정할 것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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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대에서 캐슬로 변경된 단지 출입구.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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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 롯데 낙천대 1차의 변경된 외관.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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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 “한 케이스일 뿐. 무분별한 명칭변경은 국민적 피해·원칙 변함 없다” 판결이 나오자, 피고였던 동작구청은 당황한 눈치다. 동작구청의 한 관계자는 “판결이 의아하다”며 “우리는 건교부의 지침에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결문이 공식 송달되는 대로 분석 작업을 통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건교부 또한 편치 않은 분위기다. 건교부는 지난해 9월 “일부 아파트 단지들이 페인트칠만 다시 해 건설사의 옛 브랜드를 새 브랜드로 바꾸는 것은 주택법상 ‘공동주택의 효율적 관리를 저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아파트 명칭 변경을 허용하지 말아달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건교부 서명교 주거환경팀장은 “이번 판결은 낙천대아파트, 한 케이스만을 가지고 법원에서 판결한 것”이라며 “무분별한 아파트 명칭 변경에 따른 공부상의 변경 등 소요되는 공적 비용은 전국민적 피해로 돌아가므로 제한하겠다는 건교부의 원칙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서 팀장은 또한 “현재 법사위에 상정되어 있는 집합건물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통과가 되면 명확한 법적 기준이 세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이 발의한 ‘집합건물의 구분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등기부에 오른 명칭만 공식적으로 쓸 수 있도록 제한하고 등기부 명칭 변경요건을 리모델링 등으로 엄격히 하자는 것으로서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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