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만5431평 간암도 41명 참여, 3억3천만원에 낙찰
“개발이익 보다 경관이 좋아 ‘꿈과 낭만의 투자’로 불려”
요즘 경매시장에서 무인도가 화제다.
뱃길은커녕 접안 시설이 없어 배를 대기도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지만 ‘부동산의 기호식품’으로 인식되면서 비싼값에 팔리고 있다.
지난 16일 경매에 나온 전남 신안군 하의면 후광리 간암도(2만5431평)는 41명이 참여해 감정가(5885만원)의 5.6배인 3억3천만원에 낙찰됐다. 간암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하의도 북쪽에서 약 4㎞ 떨어진 섬이다. 이 섬은 ㅎ저축은행이 5천만원을 받으려 경매를 신청했는데 인천의 한 재력가가 샀다.
전남 진도군 조도면 가사도리의 대소동도(3720평)도 지난 1월 새 임자를 찾았다. 이 섬 경매엔 19명이 참여해 감정가(368만9400원)의 11배인 3955만원에 팔렸다. 대소동도는 원뿔 모양으로 솟은 바위섬이어서 풍광은 나무랄 데 없지만 관광자원 등으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이다. 이곳 주민들은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인데 누가 샀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의 대덕도(4만3237평) 또한 지난 1월 감정가(1억9343만원)보다 비싼 2억1050만원에 낙찰됐다. ‘딱섬’으로도 불리는 대덕도는 대지·임야·밭 등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한 사람이 농사 지을 때만 거주해 무인도나 다름없다. 한산면사무소 쪽은 “통영에 사는 40대 여성이 몸이 좋지 않아 요양하기 위해 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음달 28일엔 전남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의 무인도인 녹도 안의 밭(132평)과 논(101평)이 경매시장에 나온다.
2005년엔 인천 앞바다의 무인도 지내섬(690평)이 감정가(2509만1000원)의 12배인 3억원에 팔렸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 동북쪽에 있는 이 섬은 육지에서 2.8km 떨어졌다. 2004년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전남 여수시 소라면 사곡리 궁항마을의 바닷가 임야와 무인도인 모개도(9400평)를 포함해 2만5천여평을 구입하기도 했다.
전국 섬 3153곳 가운데 사람이 사는 섬은 464곳, 나머지 2689곳은 무인도다. 하지만 섬에 사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무인도로 바뀌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무인도는 개발이익보다는 경관이 좋은 섬을 소유한다는 점에서 ‘꿈과 낭만의 투자’로 불린다”며 “하지만 위치, 뱃길과 함께 식수가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사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