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아파트 중대형 크기, 가격 '리모델링' 늘어
최근 중대형 아파트가 분양시장에서 고전하면서 건설사들이 중대형 아파트 규모와 가격을 줄이는 '리모델링'을 감행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와 대출 규제 등으로 중소형은 1순위에서 마감되는 반면 중대형은 미달 사태가 속출하자 중대형의 크기를 줄이거나 중소형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분양률을 높이려는 것이다. 6일 SK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달 26-30일 분양한 서울 양천구 신월동 '수명산 SK뷰'에 당초 217㎡(65평형)를 11가구를 넣었다가 포기했다. 이 지역에 대형 수요가 많지 않아 미분양이 우려된 때문이다. 대신 지난 4월 설계변경을 통해 이 크기를 둘로 쪼개 108㎡(32평형) 22가구를 추가했다. SK건설 관계자는 "분양 전 수요조사 결과 처음 설계를 했을 때와 달리 중대형 수요는 감소한 반면 중소형 선호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대형을 중소형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회사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해 108㎡(32평형) 43가구는 경쟁률이 4.6대 1을 기록하는 등 이 아파트 전 평형을 통틀어 유일하게 서울 1순위 청약에서 마감됐다.143㎡(43평형) 한 개 타입 11가구만 3순위에서 1대 1로 마감됐고, 나머지 143㎡ 한 개 타입과 152㎡(45평형), 154㎡(46평형), 175㎡(52평형)는 3순위에서도 미달된 것과 대비된다. 뿐만 아니라 이 회사는 선호도가 높은 108㎡(32평형)의 분양가를 3.3㎡(1평)당 1천500만원대에 책정한데 비해 선호도가 낮은 143㎡ 서향은 1천300만원대로 낮춰 통산 중대형 분양가가 비싸다는 통념을 깨뜨렸다. 회사 관계자는 "중소형 청약 경쟁에서 떨어진 수요를 중대형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대우건설은 경남 진주 초전푸르지오 1천600가구를 지난 7월 1차로 812가구만 우선 분양한데 이어 9-10월께 분양할 2차분은 당초 계획한 110-209㎡(33-63평형)에서 대형은 줄이고 중소형은 늘리는 쪽으로 규모를 변경하기로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1차분 계약자 분석 결과 대형보다는 중소형 수요가 많은 것으로 판단됐다"며 "국민주택규모 위주로 크기를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들어 분양계획을 세우고 있는 곳은 아예 전략적으로 중소형 평형을 늘리는 추세다. 월드건설은 울산 매곡동 월드메르디앙 2천68가구의 대단지 물량중 65% 정도를 국민주택규모 이하로 구성했다. 회사 관계자는 "주택 수요층이 실수요자로 바뀌면서 중대형 보다는 중소형을 많이 찾아 이런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발코니 확장 허용, 종부세 등 보유세와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중소형 선호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건설회사들이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중대형은 줄이고 중소형 비중은 늘리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며 "특히 수요가 침체된 지방의 경우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sm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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