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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구역 아파트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건설업계의 수주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시내 주요 재개발 추진 구역 주민들은 요즘 시공사를 뽑는 주민총회를 대거 준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건설사들은 총회에서 시공사로 낙점받기 위한 한 치의 양보없는 경쟁에 돌입했다. 업계는 서울에서만 뉴타운 지역을 중심으로 다음달까지 줄잡아 30~40곳의 재개발 조합(추진위원회)이 시공사를 선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조합들의 시공사 뽑기가 급물살을 타는 것은, 지난달 중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시공사 선정시기가 종전 사업승인 이후에서 조합 추진위 단계로 대폭 앞당겨진데 따른 것이다. 특히 그동안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던 뉴타운 지역 재개발 조합들은 시공사 선정을 계기로 본격적인 사업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서울 뉴타운 지역등 30~40곳 선정 잇따라
“앞으로 재건축은 재미 못봐” 건설업계 ‘온힘’
갈현 등 불꽃경쟁…주민 갈등·값폭등 우려
건설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각 건설사들은 도정법 개정안이 윤곽을 드러내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웬만한 규모의 재개발 추진 구역에는 직원을 파견하고 시장 조사에 나서는 등 사업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위 20위권에 있는 건설사들은 예외없이 재개발 수주전에 뛰어들었고 뉴타운 같은 노른자위 지역은 5위권 업체가 다툰다고 보면 된다”면서, “과거 특정 건설사의 연고가 있는 구역이라도 경쟁사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 험악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건설업체들이 이처럼 재개발 수주에 목을 매는 것은 재건축이 개발이익환수제로 직격탄을 맞아 서울에서 아파트 사업으로 수익을 낼 만한 곳은 재개발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업체일수록 뉴타운 지역에서의 회사 성적이 앞으로의 시장 판도까지 좌우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수주전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올 상반기 재개발 수주전은 지난달 말 마포구 대흥3구역 재개발 시공사로 지에스건설(옛 엘지건설)이 선정되면서 사실상 막이 올랐다. 이달에는 18일 에스케이건설과 동부건설이 경합하고 있는 서대문구 연희7구역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하며, 23일에는 벽산건설과 에스케이건설, 동부건설 등이 참여하는 은평구 수색3구역의 시공사 선정이 예정돼 있다. 또한 구역 크기만 6만평에 이르러 대형 건설사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은평구 갈현1구역도 다음달 14일께 시공사를 정할 방침이다. 이곳에서는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전에 뛰어든 가운데 이에 맞선 지에스건설이 협력사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재개발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업계의 치열한 수주전은 적지않은 부작용도 낳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주민들의 표를 얻기 위한 건설사들의 경쟁이 과열로 치닫게 되면 주민들끼리 시공사를 놓고 편가르기가 벌어지는 등 내홍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또 시공사를 선정하는 재개발 추진구역은 예외없이 땅값과 집값이 급등하면서 한 차례 투기 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백준 조인스컨설팅 사장은 “사업추진 초기 시점에 시공사를 뽑았다가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지 않을 경우에는 그 피해가 주민들과 선의의 투자자에게 돌아오는 후유증을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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