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24 21:47
수정 : 2007.10.24 21:47
살던 집 팔 생각으로 현금없이 새집 계약
집 안팔리고 대출 막혀 급매 손해 더 커
집은 사두면 오른다는 믿음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이제 고정관념이 됐다.
집값 상승에 대한 믿음을 좀더 과하게 표현한 것이 ‘부동산 불패 신화’다. 이 신화는 지난해까지 이른바 ‘집테크’로 탈바꿈해 온나라를 달궜다. 회사원 강아무개(32)씨도 이런 그릇된 믿음 때문에 결국 피해를 입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는 2년 전 넓은 평수로 옮기려고 수도권에서 분양권을 샀다. 현금이라고는 계약금 밖에 없었지만,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고 4천만원만 추가로 대출받으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올해 초까지도 개발 호재로 아파트 매매가 원활했고, 집값도 오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달 뒤면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지금 거주하는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큰 고민에 빠져있다. 그동안 몇 번의 매각 기회가 있었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다는 부동산 중개인의 말만 듣고 매각을 지연시킨 게 화근이었다. 올 여름부터는 매기가 완전히 끊기면서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없다. 새로 이사 갈 아파트의 중도금은 무이자 대출로 해결했다. 사는 집만 팔리면 잔금을 치르고 중도금 대출도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집이 팔리지 않다보니 계약금을 뺀 나머지 1억8천만원을 다시 전부 빚으로 해결해야 할 판이다.
게다가 주택담보 인정비율(LTV)에 걸려 잔금 지급을 위한 신규 대출은커녕 오히려 기존 중도금 대출까지 일부 상환해야 할 지경이다. 결국 두 아파트 가운데 하나는 급매로 처분해야 돌파구가 생긴다. 따져보니 예상되는 손해액이 최대 5천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지금까지 빚 없이 자기 집에서 잘 살아왔던 강씨는 “남들은 집테크로 돈을 버는데 나만 되는 일이 없다”며 하소연했다. 강씨의 경우는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 빚어낸 대표적 피해 사례다.
부동산은 환금성, 즉 현금화가 쉽지 않은 자산이다. 정상적이라면 살고 있는 집을 우선 팔고 새 집을 계약 해야 한다. 소득이 뻔하고 유동 자산이 많지 않은 서민들이 ‘집테크’에 뛰어드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억단위 이상의 부동산에 대한 의사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각종 규제와 세제조건, 대출이자 등을 꼼꼼히 따진 뒤 자신의 소득 흐름에 부담을 주지는 않는지, 또는 자산가치 상승에 비해 대출이자 비용이 더 큰지 여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의 할인 분양과 중도금 무이자 대출만 믿고 덜컥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 많다. 무이자 대출이라는 말에 현혹된데다, 계약금만으로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장밋빛 꿈은 정작 잔금을 치를 때부터는 대출규제에 부딪혀 반드시 낭패를 겪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제윤경/에듀머니 대표 misosesang@heem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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