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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 5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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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 5돌
환산보증금 큰 주요상권 빠지고임대료 올려준 임차인도 빠지고
계약갱신 요구권 5년도 너무 짧아 ㅈ씨는 2005년 서울 양천구에서 보증금 8천만원에 월세 300만원으로 치킨점을 시작했다. 추가로 6천만원의 권리금(상인끼리 주고받는 자릿세)과 1억2천만원의 시설비가 들었다. 이를 위해 1억원의 빚을 냈다. 올 들어 건너편 치킨점이 문을 닫아 장사가 잘됐다. 한시름 더나 했더니 건물주가 “재계약 안할 테니 나가라”고 통보했다. 보증금 외에 권리금과 시설비 등으로 들어간 돈이 많아 회수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눈앞이 캄캄했다. 최초 계약일로부터 5년간 임차인에게 ‘계약 갱신 요구권’을 주는 ‘상가 건물 임대차 보호법’도 ㅈ씨를 보호하진 못했다. 이른바 ‘환산 보증금’(보증금+(월세×100))이 3억8천만원이나 돼 법상 보호 대상인 상한선(서울 지역은 2억4천만원)을 웃돌았다. 계약 갱신 요구권이란 건물주가 일방적 계약 해지나 임대료 과다 인상을 하지 못하도록 임차인이 재계약 때 보증금과 월세를 이전 계약 때보다 최대 12%까지만 올려주면 되도록 한 권리다. 법 보호 대상이어도 문제가 일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식당을 하는 ㅅ씨는 지난 6월 보증금과 월세를 각각 두배로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ㅅ씨는 2005년 9월 보증금 4500만원, 월세 185만원으로 2년 계약해 환산보증금(2억3천만원)이 상한선 이내다. 주인의 요구를 무시하고 법이 정한 12%까지만 올려주면 된다. 하지만 그러긴 어려웠다. 12%를 올리면 환산보증금이 2억4천만원을 넘게 되고, 그 순간 법적 보호망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ㅅ씨는 주인의 요구를 묵살해 ‘괘씸죄’로 다음해 쫓겨나느니, 차라리 주인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고 2배로 올려주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11월1일로 시행 5돌을 맞는다. 이 법 시행 이후 기존 건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했던 임대차 관행이 다소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특히 당시 도입된 계약 갱신 요구권이 5년으로 돼 있어 11월 이후에는 건물주들의 일방적 계약 해지나 임대료 과다 인상 요구가 더 빈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동현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국장은 “피해 사례들이 1주일에 10여건씩 접수되고 있다”며 “애초 법의 보호 대상이었지만 임대료 인상으로 환산보증금 상한을 넘어버린 경우, 보증금을 환산보증금으로 오인해 뒤늦게 보호 대상이 아닌 것을 알게 되는 경우 등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보증금을 환산보증금으로 착각한 경우가 많은 것은 법 시행 당시 정부의 홍보가 부족했던 데다 법에 ‘대통령령이 정한 보증금액’으로만 돼 있을 뿐 ‘환산’이라는 표현이 없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환산보증금 제도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는 것이다. 환산보증금은 2002년 법 제정 막바지 단계에서 “기준을 만들어 보호 대상을 영세 상인으로 국한하자”는 의견이 나와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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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의 보호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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