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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용인 흥덕지구에 당첨된 청약자들이 당첨 뒤 개방된 본보기집을 살펴보고 있다. 분양값 상한제 물량이어서 경쟁이 치열했지만, 청약가점제로 인해 자녀가 많고 무주택 기간이 긴 실수요자들이 당첨됐다. 모처럼 제대로 방향을 잡은 청약 제도가 새정부 들어 또 흔들릴지 우려된다. 호반건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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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희망 연도·규모·지역 맞춰 주택공급” 공약
아직 총론 수준…가점제 폐지·병행 놓고 의견 분분
서민·실수요자 우대 정책 퇴색 우려…실효성도 도마 올라
한나라당이 집권하게 되면서 청약통장 제도에도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이미 자주 언급된 ‘신혼부부 청약저축’ 도입과 함께, 한나라당은 지금의 청약통장 제도를 “맞춤형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신혼부부가 아닌 주택 수요자들한테도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 건교부 “맞춤형 알아보겠다”= 지난 7일 건설교통부는 주택정책 분야에 대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를 했지만 주로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해제, 기반시설부담금 폐지 등 규제완화 분야에 집중됐다. 청약제도의 맞춤형 개편은 주요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았으며, 맞춤형보다는 신혼부부 청약저축 위주로 흘렀다. 인수위는 ‘연간 12만가구 신혼부부 우선 공급’을 위한 건교부의 시안이 충분치 않아 이를 보충해 이달중 다시 보고토록 했다.
이동성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은 “인수위 업무보고에서는 여러 사안을 한꺼번에 논의해 묻히긴 했지만, 건교부가 청약제도의 맞춤형 개편 방향을 알아보겠다고 간략하게 보고했다”면서 “이명박 당선인이 직접 챙겼던 ‘신혼부부 청약저축’이 더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지만 맞춤형 방안도 조만간 구체화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맞춤형 개편은 아직 대선 공약 수준에서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한나라당은 공약에서 주택을 사고자 하는 연도·규모·지역을 명기한 청약제도를 시행해 맞춤형으로 공급하겠다고만 밝혔다. 맞춤형을 위해 기존 제도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희망 연도·규모·지역에 해당하는 청약자에게 1순위 자격을 주겠다는 건지 등에 대해 시원한 설명이 없다.
■ 가점제 폐지?= 맞춤형 개편은 크게 3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우선 가점제 등 기존 청약제도를 맞춤형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당선인의 선거 캠프에서는 시행한 지 몇달도 안된 가점제의 폐지 여부도 논의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부동산 공약을 만들면서 무주택 기간과 통장가입 기간, 부양가족 숫자를 기준으로 삼는 가점제보다 더 풍부한 기준의 맞춤식 청약을 하자는 데는 일치했다”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가점제를 없애도 되는지, 가점제를 놔둔 채 맞춤형과 조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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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청약제도 도입 및 변천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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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두사미 가능성도= 가점제를 유지한 채 맞춤형을 끼워넣는 방식도 선거 캠프에서 거론됐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도 강북에 살고 싶은지 강남에 살고 싶은지, 언제 입주하고 싶은지, 남향을 원하는지 등을 통장에 기입하도록 해 원하는 동네와 입주 시기, 집의 크기·방향까지 맞는 청약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통장에 희망 연도·규모·지역 등은 적게 하되 이를 주택의 적정 공급을 위한 수요 분석 자료로만 활용하는 방법도 논의됐다. 하지만 가점제를 훼손하지 않더라도 맞춤형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실직을 당하거나 지방이나 해외로 직장을 옮겨야 하는 등 특별한 사유가 있거나, 별 이유가 없어도 사람 마음이 변하는 등 늘 유동적 상황이 있는데 한때 통장에 기입한 희망 연도·지역에 구속돼야 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요 분석 자료로만 활용한다면 그런 건 이미 국토연구원 등이 표본조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영 팀장은 “수요에 맞춰 공급한다고 해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공기업은 몰라도 민간기업이 맞춰줄지, 특히 분양 승인권자인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나 다른 시·도 상황까지 고려하며 승인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가점제를 보완하는 수준의 맞춤형 청약이라면 청약제도가 복잡해지긴 하겠지만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으며, 수요 조사를 위한 통계로만 사용된다 해도 표본조사를 넘는 전수조사가 되는 만큼 의미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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