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22 18:57
수정 : 2008.01.2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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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ㄷ업체 아파트 당첨자들이 경기 성남시 주택전시관에 설치된 본보기집을 방문하고 있다. 양복 입은 사람이 신분증 검사를 하며 당첨자 가족에 한해서 들여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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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 확장비용도 30~40% 비싸게 책정
당첨뒤 본보기집 공개해 계약포기 쉽잖아
분양값 상한제 아파트이지만 주택업체들이 공급 면적을 부풀리거나 발코니 확장과 풀옵션을 사실상 강요해 소비자들과 마찰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업체들이 발코니 확장비용과 옵션으로 분양값을 간접적으로 올리는 것인데도 사전에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아 내집 마련 꿈에 부푼 당첨자들한테 실망감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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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흥덕지구 내 업체별 분양가 내역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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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덕지구 당첨자들 집단 불만=요즘 용인시청의 홈페이지 시민신고센터 ‘용인시에 바란다’ 코너에는 용인 흥덕지구에서 이달 중순 최고 ‘34.5 대 1’의 경쟁으로 성공리에 분양을 마친 ㄷ업체 아파트에 대한 항의성 글이 매일 수십건씩 쏟아지고 있다. 장관수씨는 “마흔둘에 내집 마련 꿈을 이뤄 좋아했는데 본보기집을 방문하고 내 눈을 의심했다”며 “당첨 전에는 모델하우스 방문이 허용되지 않아 설마 했는데 도저히 확장을 않고는 작은방은 다리 펴고 자지도 못할 정도”라고 글을 올렸다. 이주철씨는 “중소형 아파트에 공용면적으로 들어가는 (현관 앞) 전실이 3평이나 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공급 면적이 쓸데없이 36평(120㎡)으로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김화경씨는 “옵션을 패키지로 묶어놓아 입주하려면 기존 가전·가구를 다 버려야 할 판”이라며 “평(3.3㎡)당 900만원대로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1천만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이강윤씨는 “상담원이 ‘개별 에어컨의 설치를 고려하지 않은 설계이니 쓰고 있는 에어컨은 가져오지 말라’고 한다”며 “터무니없이 비싼 시스템 에어컨을 구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씨는 “석달 전 같은 흥덕지구의 한국아델리움과 비교해도 분양값이 비싸졌다”며 “편법을 이용해 어느 정도 가격을 올려도 일반 아파트보다는 싸다는 점과 청약가점이 높은 당첨자들이 재당첨 금지규정 때문에 당첨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악용해 업체들이 슬슬 가격을 올리는 추세 같다”고 주장했다.
■ 같은 지구 같은 평형보다 30~40% 비싸=지난해 11월 당첨자가 발표된 한국아델리움은 전용면적이 ㄷ업체와 같은 84㎡다. 하지만 아델리움은 기준층 분양값이 3억1795만원이었다. ㄷ업체는 이보다 3445만원이 비싼 3억5240만원에 책정됐다.
발코니 확장비도 ㄷ업체는 2253만4천원으로 아델리움(1663만원)보다 35.5%나 비싸다. 풀옵션 비용도 아델리움은 1527만5천원이었으나 ㄷ업체는 44.5%나 비싼 2207만5천원이 든다.
ㄷ업체 아파트는 베란다에 배수시설을 만들지 않는 설계를 채택했다. 때문에 쓰고 있던 에어컨을 갖고 오더라도 물이 떨어지는 에어컨 실외기를 베란다 쪽에 장착하기 곤란해 무용지물이다. ㄷ업체는 대신 거실, 주방, 안방, 그리고 작은방 두 개 모두에 시스템 에어컨을 다는 비용으로 700만원을 설정했다. 당첨자로서는 쓰고 있던 에어컨을 버리고 700만원을 물어야 하는 형국이다. 반면, 아델리움은 에어컨을 거실·안방·작은방 등에 모두 설치할 필요 없이 거실·안방만, 또는 거실만 설치할 수 있도록 당첨자에게 선택권을 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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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수가 적힌 평면도를 찍는 순간 본보기집 도우미의 손이 평면도를 가리고 있다. 사진을 찍었던 당첨자는 “도우미가 못 찍게 제지한 것”이라며 “치수가 나온 도면을 구할 수 없어 당첨자들이 항의하자 업체가 21일에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고 말했다. 평면도의 바둑판 무늬를 터야 확장형이 된다. 기본형이 훨씬 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ㄷ아파트 당첨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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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한제 아파트의 공통된 현상=이런 현상은 흥덕지구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분양을 한 파주 새도시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이곳의 또다른 ㄷ업체는 전용면적 84㎡짜리에 대해 발코니 확장비를 1㎡당 128만5천원으로 책정했는데, 비슷한 시기 은평뉴타운의 같은 면적(22만원)보다 6배 비쌌다. 은평뉴타운은 전용면적이 커질수록 고정비 비중이 낮아지면서 1㎡당 발코니 확장비용이 줄었지만, ㄷ업체는 되레 발코니 확장비용도 늘었다.
ㄷ업체 아파트끼리 견줘봐도 차이가 크다. 파주 새도시의 공급면적 143㎡짜리는 확장비용이 3320만원이다. 반면 수원 화서에서 분양 중인 같은 업체의 143㎡짜리는 2100만원에 그친다. 수원 화서는 분양값 상한제 물량이 아니다. 파주 새도시에서는 ㄷ업체 외에 또다른 ㄷ·ㅇ업체 등이 발코니 확장과 풀옵션을 패키지로 묶어 청약자들의 불만을 샀다.
상한제 아파트는 대부분 청약 전이 아닌 당첨 뒤에야 본보기집을 공개하는 문제점도 있다. 당첨 뒤 뒤늦게 본보기집을 둘러보고 상담하면서 후회해도 계약을 물리기는 어렵다. 높은 가점을 쌓아 당첨됐는데 계약을 포기하면 한동안 재당첨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스피드뱅크 이미영 분양팀장은 “사람들이 몰리면 안전 사고나 주변 도로 정체 등 부작용이 많아 상한제가 적용되는 인기 단지의 본보기집을 청약 전에 공개하는 것도 해결책은 안 된다”며 “대신 상한제 물량은 취지에 걸맞게 확장·옵션 비용도 정부가 규격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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