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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과 임차인을 속이고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받아 챙겼다 최근 외국으로 도피한 사기 중개업소인 서울 반포의 현대코리아 공인중개법인.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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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위임 받았다” 속여 전세금 가로채
전세 귀한 곳서 특정업소만 물량 많으면 의심을인감증명·위임장 확인…원칙적으로 주인과 계약 부동산 중개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계약을 위임받은 점을 악용해, 월세를 전세로 속인 뒤 전세금을 가로채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거래 관행의 허점을 악용하므로 누구든 당할 소지가 있다. 세입자는 물론, 집주인도 책임을 져야할 수 있다. 예방책은 없는지 짚어본다. ■ 허술한 위임 관행 악용=서울 서초경찰서는 서초구 반포동의 ㅎ중개업소가 지난 2004년부터 집주인한테는 월세를 대신 받아주겠다고 속인 뒤 실제로는 세입자들한테 전세금을 받아오다 들통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세입자들 위주로 30여명이 지난 14일부터 ㅎ업체를 고소한 상태이지만, 사장인 ㅊ씨 형제는 지난 17일 남은 전세금을 챙겨 외국으로 도피해버렸고 직원 3명은 잠적한 상태다. 반포동의 다른 중개사무소 ㄱ중개사는 “그동안 규모가 작아 소문이 안났을 뿐이지 이 동네에만 지난 10여년간 모두 9차례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고 귀띔했다. ㅊ씨의 대상은 반포동 다가구주택이었다. 세입자들을 일일이 상대하기 귀찮아하는 건물주 심리를 악용했다. 월세와 건물의 유지·보수 등을 대리해주겠다며 위임을 받은 뒤 실제로는 세입자들과 전세로 거래했다. 대신 주인에게는 가짜 세입자 도장이 찍힌 월세 계약서를 줬고, 꼬박꼬박 월세를 집주인 통장에 입금시키며 속여왔다. ㅊ씨는 또 세입자와는 가짜 주인 도장으로 전세 계약을 맺었다. 세입자들이 계약 때 집주인을 찾으면, ㅊ씨는 “주인이 멀리 있고 바쁘다”거나 “계약 관행이 그렇다”며 안심시켰다. 세입자들이 ㅊ씨가 주인으로부터 위임을 받았는지 확인하려 하면, ㅊ씨는 “위임을 받았다”고 말로만 설명하거나, 위임장을 보여만 주거나, 가짜 주인 도장이 찍힌 위임장을 계약서에 첨부해주기도 했다. 어떤 세입자들은 “주인과 통화한 뒤 계약하겠다”며 전화번호를 요구했지만, ㅊ씨는 가짜 전화번호를 적어줘 통화가 불가능했다. 그래도 계약을 한 세입자들은 있었다. 계약하려는 집에 들러 거주 중인 세입자들을 만나보면, 문제 없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ㅊ씨가 주인을 대신해 건물 관리와 임대차 계약을 해와 속기 쉬웠다.
■ 집주인도 일부 책임=가장 큰 피해자는 세입자다. 중개업자는 이미 도주하거나 붙잡혀도 남은 돈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형사상 책임은 없다. 집주인도 속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사상 책임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서초서의 권은희 수사과장은 “반포동 사건의 경우 집주인들이 ㅊ씨에게 위임을 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는 만큼 ‘표현 대리’의 여부와 정도를 놓고 세입자들과 민사적으로 다퉈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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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업소 전·월세 ‘사기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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