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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04 19:43 수정 : 2008.02.04 22:17

지난 1월31일 오후 용인 흥덕지구 ㄷ아파트 당첨자들이 용인시청에 몰려와 요구할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은 시 주택과 공무원들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업체의 편법 설계와 편법 고분양가를 시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ㄷ아파트 당첨자 제공

발코니확장 필수, 월풀욕조는 패키지, 공용면적은 넓게…

당첨자들 “값 부풀리기…심의 어떻게 통과했나”
시 “법적문제 없지만 불편한 구조” 애매한 해명

“쓰던 에어컨을 이사 와서 쓸 수 없도록 베란다가 설계돼 있어요. 대신 생돈 700만원을 들여 시스템에어컨을 달아야 한답니다.”

“고가의 아파트에나 어울릴 시스템에어컨, 월풀 욕조, 무빙 오븐후드 같은 것들을 전용 면적 25평(84㎡)짜리 분양값상한제 아파트에다, 그것도 패키지로 묶어 강요하다니 말이 됩니까?”

“잠 잘 때만 쓰는 안방은 너무 크고, 평소 생활하고 애들이 뛰어놀 거실과 작은 방들은 좁디 좁게 설계돼 있어요. 발코니 확장을 하지 않고는 못 살게 설계를 해놨어요.”

“공용 면적도 다른 아파트보다 너무 커요. 공용 면적도 분양가에 계산됩니다. 분양가를 높이려고 온갖 꼼수를 다 부렸습니다.”

지난달 31일 오후 용인시청에 몰려온 흥덕지구 ㄷ사 아파트의 분양 당첨자들은 “사기 분양”이라며 불만들을 쏟아냈다. 당첨자들은 시 주택과를 찾아 △비합리적인 설계 △옵션 강제 선택 △과도한 발코니 확장비 등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릴 것을 요청했다.

ㄷ사가 분양한 아파트는 같은 지구의 ‘한국아델리움’ 아파트와 전용 면적이 같지만 총 분양가가 3억5240만원으로 아델리움보다 3445만원이 더 비싸다. 분양가에 포함되는 공용 면적이 아델리움보다 8㎡나 넓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코니 확장비와 옵션 비용도 아델리움보다 각각 35.5%, 44.5%나 비싸다. 당첨자 대표인 박찬호씨는 “3.3㎡당 900만원대라고 홍보됐지만 실제 1200만원대”라고 주장했다.


용인시 주택과 관계자는 “법적으로 승인에 아무 하자가 없다”며 시는 잘못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당첨 뒤 공개된) 모델하우스에 가보니 기존에 쓰던 일반 에어콘 실외기를 놓기 어렵고, 동선 구조도 발코니 확장을 안하기 어렵게 해놓은 것 같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당첨자들은 “설계와 세부적인 평면도 치수는 이미 건축 심의 때 접수됐을 텐데 어떻게 건축 심의와 분양 승인을 통과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의혹을 떨치지 못했다.

용인시의 불투명한 분양 행정 의혹은 흥덕지구만이 아니다. 시는 기흥구 상하동 ㅇ아파트의 편법 고분양가 승인으로 주택과장이던 ㅊ씨를 지난달 경질했다. 조합원 물량과 일반 분양 물량이 섞여있는 단지라 하더라도 분양 승인은 일반 분양만 다룬다. 분양가도 일반 분양가를 뜻한다. 그런데도 ㅊ씨는 지난해 12월 시장한테 보고하면서 훨씬 싼 조합원 물량의 가격과 일반 분양가를 평균해서 결재를 받았다.

용인은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의 5~10%가 집중돼 있으며, 막개발의 상징이었다. 그런 막개발을 고치겠다며 시는 2006년 전국 최초로 분양가자문위원회를 꾸리기도 했다. 하지만 자문위는 이후 2건만 심사하고 유야무야됐다. ㅇ아파트는 자문위의 자문 없이 분양이 승인됐다. 분양값상한제 물량도 아니어서 분양가심사위원회도 피해갔다.

용인시 주택담당으로 일한 적이 있는 한 공무원은 “자문위와 심사위는 필요하지만 개선할 게 많다”며 “복잡한 분양 내역을 살피기에는 전문가들이 참가비 10만원에, 회의에 와서야 책자를 받고, 30분당 1건씩 통과시키는 구조는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경실련의 윤순철 시민감시국장은 “지금은 심사위도 공무원이 사실상 주도할 수밖에 없다”면서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분양가의 투명성에 관심이 많은 시민단체들도 위원회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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