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2.05 11:53 수정 : 2008.02.05 12:07

대통령직 인수위에 상기시키는 일본 '버블경제' 붕괴

1985년 9월 22일에,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는 아주 중요한 합의가 있었습니다. 일명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라고도 합니다. 1달러당 250엔까지 기록되는 등,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미국과 일본의 무역불균등이 심화되자, 미국 측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일본의 환율정책에 인위적인 조정을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합의였습니다.


일본 측이 '엔고 현상'을 받아들인 회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 1년 만에 1달러당 120엔까지 떨어질 정도로 플라자 합의 이후의 '엔고 현상'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일국의 화폐가 높은 가치를 유지하면, 타격을 받는 분야는 당연히 수출입니다. 이 수출업계 측과 국내 경기 불황 완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일본정부는 중앙은행의 재할인률을 인하하는 정책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이게 엉뚱한 나비효과를 유발합니다. 금리가 이렇게 낮게 되면, 무역수지흑자로 인해 가뜩이나 늘어났던 일본 내의 통화량이 다른 곳으로 향햐게 됩니다. 어디일까요? 주식과 부동산입니다.

'버블경제'라는 표현에서 말하는 '버블'은 주식과 부동산에서 유발된 '버블'입니다. 이 당시 일본에서는, 돈이 좀 있다 싶으면 거의 마구잡이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당장 주가와 가격이 폭등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을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일본 내의 일부 대재벌은 해외 부동산 매입에까지 나섰을 정도였으니, 말 다한 것입니다.

그런데, 풍선껌을 씹다 보면, 그 풍선을 부풀어오르게 할 수 있는 그 한계치 갔을 때에 갑자기 펑 터지는 일을 누구나 경험하게 됩니다. '버블 경제'도 그런 관점에서 이해하면 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습니다.

그러다가, 일본 대장성 은행국이 부동산 관련 융자 금지 정책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은 일제히 자금 회수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현금은 주식과 부동산에 집중돼 있습니다. 매물이 급작스럽게 쏟아지는 것입니다. 주가 폭락과 부동산 가격 하락이 수반됩니다. 버블은 이렇게 꺼졌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나 대통령직 인수위의 관점에서 보면, "정부의 규제 때문"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우리가 겪은 IMF 사태가 강경식 경제부총리 재임 시절에 터졌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은 섣부른 금융시장 개방과 한보사태에 대한 대처 미흡 등, 다양한 관점에서 비롯된 작용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어차피 꺼질 거품이었지만 관료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그 계기가 일찍 찾아오거나 영향을 줬다"는 것이 정확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주가든 부동산 가격이든 특별한 근거 없이 갈데까지 갈 정도로 폭등했다는 것 자체의 문제입니다. 풍선껌도 그랬고, 개구리의 배도 그랬습니다. 한계에 다다르면, 어느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펑 터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과연 지켜보고 있는가

미국 대선의 주요 이슈로도 작용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도, 그 패턴 상으로는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와 유사한 일면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란, 한마디로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행위입니다. 신용등급이 낮아도, 별다른 준비 없이 기본 서류만 갖추면 누구라도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었기 때문에, '거품'은 수반될 수 밖에 없던 측면도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전쟁 등, 대외전쟁을 수행하면서 금리 인하와 주택경기 부양책을 선택합니다. 이로 인해, 현금을 갖고 있어봐야 큰 수익을 얻을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동원될 수 있는 자금들이 부동산으로 몰리게 됩니다.

주택 가격이 치솟으면서, 동시에 이행된 저금리정책으로 인해 저렴한 이자로 주택을 구입하는 움직임이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되면, 주택 가격은 더 많이 오르게 됩니다. '버블'의 시작입니다.

이 과열을 막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이 선택한 정책은 바로 '금리 인상', 순식간에 반대 현상이 일어납니다. 모기지론의 금리도 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체율 상승과 함께 주택시장 경기 악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버블'이 순식간에 터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버블 붕괴는 모기지론 업체 부실과, 서브프라임 대출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을 주도한 투자회사에까지 영향을 미쳐 금융권 전체로 확산된 것입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그 패턴이 상당히 유사합니다. 부동산 문제,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은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는 이런 사태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납득할 수 없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분형 분양주택' 정책, 일명 '반값 아파트 공급정책'입니다.

'반값 아파트'라는 말 자체가 어폐다

'반값 아파트'라는 말 자체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파트 가격 자체를 일괄적으로 반값으로 내리는 것으로 착각할 여지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대통령 후보 시절에, 하도급 비리 척결 등을 전제조건으로 이러한 의미의 '반값 아파트'를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인 측이 제시하는 '반값 아파트'는, 정태인 민주노동당 '이명박 정부 대안운동본부' 위원장의 언급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대단히 유사한 일면이 있습니다.

일단, 실거주자는 분양가의 51% 가격만 내고 아파트에 입주합니다. 나머지 49%는 투자자의 몫입니다. 투자자는 이 49%의 지분을 펀드 상장 등의 수단을 통해 매매할 수도 있습니다. 쉽게 정리하면, 주택 하나하나를 투자의 개념으로 바라보게끔 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펀드 장사를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입니다.

투자자는 49%의 지분에 대한 자금을 실거주자가 아파트를 최종적으로 판매할 때,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우려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실거주자와 투자자가 부동산시장 동양에 대한 '눈치 작전'을 통해 얼마든지 차익 거래를 시도할 수도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애초에,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나 문국현 당시 창조한국당 대선후보가 거론한 '반값 아파트'는 아파트값 내부의 부당한 거품을 제거해, 안정적인 가격에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취지에서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인수위 측이 거론한 '반값 아파트'는 아파트 가격을 '반값'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반값'을 위장해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을 공공연한 투기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의미와 전혀 다를 바 없습니다. 종합부동산세까지 폐지한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투기의 장이 될 것입니다. '버블'의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산시킬 가능성도 무궁무진하게 제기될 것입니다.

투자자의 수익? '버블'이 오히려 조장될 위험성

'지분형 분양주택'에 49%의 지분을 투자한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수익을 얻으려면 자연히 부동산 가격의 버블이 확산돼야 합니다. 끊임없이 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실거주자와 합의해 '눈치 작전'을 통해 투기에 나설 가능성이 커집니다. 최소한의 판단력이 있다면, 누구나 우려할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정태인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아주 중요한 지적을 남깁니다. 그 이전에, 대통령직 인수위가 발표한 '지분형 분양주택'의 전제 조건을 살펴봐야 합니다.

"투자자는 펀드 상장을 통해 지분 매매 가능"

앞서 언급했던 바 있는 것입니다. 정태인 위원장의 우려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분형 주택에 주식을 40%, 50% 투자한 사람이 자신의 채권을 기초로 해서 다시 유동화를 시킬 수 있게 설계가 돼 있는데 그러면 다시 파생상품이 생기는 것이고 그게 나중에 터지게 되면 금융기관이 연쇄돼서 문제가 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붕괴된 과정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실제로 정태인 위원장도 "(인수위가) 지금 '지분형 주택' 이런 걸 이야기 하고 있는데 바로 '서브프라임'하고 아주 비슷한 정책"이며, "미국의 '서브프라임'과 상관없이 계속 우리 부동산에 버블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투자자가 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이 끊임없이 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조선일보>조차도 간접적인 지적에 나섰습니다. <조선일보>의 언급대로 '지분형 분양주택' 제도는 '부동산 불패론'에 근거하고 있으며, 실제로 '불패'해야 지속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번이라도 패배하거나 거품이 꺼지면, 공멸입니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연세대 서승환 교수의 지적을 살펴보겠습니다.

"연세대 서승환 교수는 '투자가 유치를 위해서는 리스크(위험) 프리미엄을 포함, 연간 10% 정도는 집값이 계속 올라야 성립될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송파신도시 등 집값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는 인기 지역은 투자가가 몰리겠지만 집값 상승률이 낮은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대도시는 투자가가 나오기 어렵다." -<조선일보> 1월 19일자 기사 <'지분형 아파트'의 역설>의 일부

게다가, 투자 유치에 대해서도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분형 분양주택을 통해 수익을 얻으려면, 차익 거래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던 파생상품 확대 밖에 없습니다. 만일, '버블'이 붕괴된다면, 미국에서처럼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명박 당선인, 재앙을 유도하나

이명박 당선인은 자신의 정책과 인수위 측을 향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면 안된다고 반복하지만, 이건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닙니다.

'영어 몰입 교육'을 비롯한 교육정책에서부터,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어떻게 유발됐는지 판단은 했는지부터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부동산정책, 그리고 금산분리 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도대체가 이명박 당선인이 시도하려는 정책은 평범한 서민을 비극으로 이끌 정책들 투성이이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에서, 말 많고 탈 많은 '건강보험 민영화' 가능성과 '경부대운하 사업' 시도까지 현실로 드러나면, 서민의 비극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을 찍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비극적인 사업들을, '경제 살리기'의 일환으로 포장해 이명박 당선인을 지지한 1100여 만 가량의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것 역시, 정치 도의상으로 있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일부 이명박 당선인의 지지자들은, 이명박 당선인에게 집중되는 비판 제기에 대해 "임기 시작이나 하고나서 말하라"는 변명을 하지만, 이런 정책들 자체의 위험성은 최소한의 상식만 있다면 누구든 우려할 수 밖에 없는 것이기에 그 비판에 대해서는 때를 굳이 가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합니다.

인수위는, 이 '지분형 분양주택'에 대해 "왜 안된다고만 하느냐"고 힐난하고 있습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지난 4일에 있었던 정례브리핑에서 이렇게 주장합니다.

"인수위가 지난 1일 기관투자 전문가 14명을 초청해 자문회의를 개최한 결과 참석자중 8명이 현 제도를 보완하지 않아도 투자유치가 가능하다고 답했고, 나머지 6명도 청산회수를 비롯한 수익성 보장방안 등 일부만 보완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게 근거라니, 제 개인적으로는 할말을 잃었을 정도입니다.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야만 투자유치가 가능하다는 상식적인 반론에 대해서도 "분양가와 시가 차이가 30~50% 되는 지역이 상당수인 만큼 전체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지분형 아파트의 투자자를 충분히 유치할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남깁니다.

이건 교묘한 말 꼬기에 불과합니다. 분양가와 시가 차이가 30~50% 되는 지역도, '버블'에 맞춰버리겠다는 의미입니다. 현재로서는, 전반적인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아도 이미 현재 가격 자체만으로도 '버블'인 측면이 강합니다. 이런 답변을,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하다니요. 이건 한마디로 국민 현혹입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안됩니다. 한나라당의 전신 신한국당의 김영삼 정권 시절에도 금융시장 개방과 OECD 가입을 시기상조라는 반론을 제기했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김영삼 정권과 신한국당은 이에 개의치 않고, 2개의 국가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정권의 치적으로 삼으려다, 결국에는 '한보 부도'와 맞물려 IMF 사태를 유발했습니다.

자신들이 정권을 잃은 한을 일컬어 "잃어버린 10년"이니 하는 식으로, 국가적 손해로 포장해 정권까지 장악했습니다. 보수언론에만 길들여진 유권자들이 많다는 점을 악용한 해서는 안될 선전수단입니다.

그런데, '지분형 분양주택'에 대해서는 보수언론조차도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판단력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우려를 느낄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판 제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죠. 정권을 잡는 그 자체를 목적으로 두는 것이 우리 보수정치의 씁쓸한 한계지만, 그래도 기왕 잡은 김에 2012년 임기말을 떠올리며 최소한 국민적 지탄을 받는 정부가 되지는 말라는 의미입니다. 현혹과 밀어붙이기로 일관하는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겨레 블로그 내가 만드는 미디어 세상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