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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건설교통부에 마련된 주택거래허위신고자 정부합동조사실에서 조사관들이 허위신고 혐의자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과천/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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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거래신고 위반 합동조사 첫날 표정
“실거래가는 5억원이 넘는데 1억5천만원이나 낮춰 신고했다.”
“아니다. 팔고난 뒤 1억5천만원이 오른 것이다.”
정부가 합동조사반을 편성해 처음으로 주택거래신고 위반자를 소환해 조사한 18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건설교통부 지하 116호실 정부합동조사반 안 풍경은 하루종일 치열했다. 주택거래신고 위반 사실을 입증하려는 지자체 공무원들과 통장 입·출금 내역 등을 제시하며,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조사 대상자들은 서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가압류된 집이라…”읍소도
서울시 강동구 상일동의 주공아파트 24평형을 지난해 11월15일 3억9500만원에 팔았다고 신고한 김아무개씨 부부는 조사원이 “5억원이 넘는데 허위신고했다”고 하자, 통장 입·출금 내역, 전세계약서 등을 제시하며 억울해 했다. 김씨는 “남편 사업이 어려워져 1억5천만원을 대출받은 이 아파트를 급히 처분할 수 밖에 없었다”며 “팔고난 뒤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면서 값이 올라 지금은 이 집만 생각하면 ‘홧병’이 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원은 김씨 부부의 주장을 못미더워했다. 김씨 부부는 소명자료를 다시 내겠다며 일어섰다.
40대 주부라고 밝힌 한 조사 대상자는 “지난해 12월 회사가 부도나 집을 급히 처분하면서 시가보다 싸게 팔아 가뜩이나 속상한데, 조사까지 받아야 하느냐”며 울먹이기도 했고, “가압류된 집이라 어쩔 수 없이 싸게 팔았다”고 주장하며 거래 대금을 놓고 조사원들과 입씨름하는 조사 대상자도 있었다.
조사실 한쪽에서는 “선생님께서 신고하신 1억8백만원은 건물가격 밖에 안되니 20일 오전 10시에 나와 소명하라”는 조사원의 목소리도 들렸다. 이날 조사를 받은 20여명 모두 은행 대출서류 등을 꼼꼼히 챙겨오는 등 준비를 많이 한듯 했다.
350여건 투기혐의자 소환 시작
이번 조사 대상 명부를 보면, 허위신고의 의심이 가는 대상자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기준가격 20억원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 95평 짜리 빌라는 12억7천여만원에 거래했다고 낮게 신고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83평형 아파트 (기준가격 7억5천만원)는 5억5천만원에 거래했다고 밝혀 조사 대상에 올랐다. 또 송파구 오금동 50평형 아파트(기준가격 3억9천만원)를 2억원에 샀다고 신고했고, 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의 64평형 아파트는 기준가격이 5억1천만원인데 2억4천만원에 거래했다고 신고해 의심을 사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실거래가의 절반에 신고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건교부는 6개 신고지역에서 접수된 주택거래신고 5724건을 지난 3월 일제조사한 결과, 7.2%인 412건을 불성실 신고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불성실 신고 내역을 유형별로 보면 △허위가격 신고 374건 △신고기간 초과 38건이다. 지역별로는 강남구가 142건으로 가장 많고 △분당구 89건 △송파구 69건 △강동구 65건 △용산구 36건 △과천시 11건 등의 순이다.
이 가운데 허위가격을 신고한 374건을 정밀분석한 결과, 350여건은 허위가격을 신고해 투기 혐의가 있다고 보고 이날부터 조사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정밀조사에 나선 것은 주택거래가격을 시가보다 터무니없게 낮춰 신고하는 등 불성실 신고자들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적발땐 기준가 최고 10% 과태료
이번 조사에서 기준가격보다 낮게 신고한 것으로 밝혀지면 기준가격의 최고 10%(취득세의 5배)를 과태료로 물린다. 따라서 주택가격이 5억원이면 5천만원, 20억원이면 2억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양도소득세 등 관련 세금은 따로 추징된다.
건교부 관계자는 “주택가격 신고내역을 보면 과태료로 5천만~1억원 정도를 내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종식 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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