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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04 20:28 수정 : 2008.03.04 20:28

지난해 11월14일 언론에 공개된 경기도 파주 새도시의 삼부르네상스 본보기 집에서 언론사 기자들이 실내 장식과 구조 등을 살펴보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업체에만 신청권 부여 결과 발표도 ‘상위권만’
뽑히면 건축비 1% 가산 입주자 아무런 혜택 없어

이르면 다음달부터 대단지 민영 아파트를 대상으로 정부가 공인하는 ‘주택품질 소비자만족도 조사’가 실시된다. 주택의 품질 향상을 유도해, 업체는 이미지와 분양률을 높일 수 있고 소비자는 좋은 아파트에서 살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국토해양부가 올해부터 해마다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시행 계획을 들여다보면, 소비자들이 업체의 홍보를 위한 들러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 시행을 하더라도 보완이 필요한 대목이다.

■ 소비자 조사, 뭘 어떻게?=입주민들이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새 아파트가 조사 대상이다. 정부가 설명하는 이번 조사의 핵심 취지는 바로 분양값 상한제 실시에 따른 부작용을 막자는 것이다. 좋은 평가를 받은 건설업체에 인센티브를 줘, 건설사들이 상한제 실시 뒤 예전보다 품질이 낮은 자재를 쓰려는 유혹을 방지하자는 뜻도 있다. 대상은 조사 신청 마감일을 기준으로 입주 6개월~1년이 된 단지를 대상으로 했다. 모든 주택을 다 할 수는 없어, 300가구 이상 단지로 한정했다.

국토해양부 서명교 주택건설기획팀장은 “설문 항목은 확정되지 못했지만 현재로서는 가구별 설계 및 성능, 동별 설계 및 성능, 업체의 지속적 유지·관리, 단지 편의, 안전 시설 등 모두 8개 요소로 크게 나눠 설문하려 한다”고 말했다.

매년 4월 또는 5월에 한달간 신청을 접수한다. 이어 대학교수와 소비자단체 등이 포함된 ‘소비자만족도 조사위원회’를 꾸려 대략 5개월간 조사를 벌인 뒤 연말에 우수업체를 발표할 예정이다. 100점 만점 중 60점 이상에 조사를 신청한 업체의 상위 10%에 해당하면 우수업체로 선정된다. 우수업체에는 다음해 1년간에 한해서 입주자 모집 승인을 할 때 건축비의 1%를 가산해서 분양할 수 있도록 혜택을 준다.


주택품질 소비자만족도조사 시행 계획 개요
■ 출발부터 삐거덕, 왜?=건교부는 애초 지난달 13일 시행계획을 공고하고 이달부터 업체들로부터 신청을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갑자기 일정이 미뤄졌다. 애초 올해에만 상·하반기 두차례 실시하고, 내년부터는 해마다 한차례 연례적으로 실시하려 했다. 하지만 이것도 올해부터 한차례씩 실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갑작스런 조사계획 변경은 업체 요구로 서두르다 빚어졌다. 지난해 8월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 초청 주택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업체들은 소비자만족도 조사의 조기 시행을 요구했다. 그래서 애초 올해는 두차례 실시하려 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쉽게 생각했으나 막상 작업을 해보니 설문 항목 확정부터가 만만치 않다. 조사 또한 3개월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금은 최소 4~5개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설문 항목을 확정하면서도 걸림돌이 나타났다. 입주민들이 ‘담합’하면 조사 결과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살고 있는 아파트에 만족하지 못하는데도 설문에서는 “좋다”고 평가해 입주민들이 집값을 올리려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러 논의 끝에 소비자 설문 외에, 추가로 전문가들의 현장 방문 조사도 평가 대상에 넣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소비자 설문 비중을 85%로 하고 나머지는 전문가 조사로 채우는 방식이다.

■ 누굴 위한 제도인가?=더 문제는 시행 방식이 상당 부분 소비자보다는 업체를 위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준비도 덜 됐는데 앞당겨 시행하려다 결국 포기한 것도, 업체 요구를 따르다 벌어졌다.


조사를 신청할 자격도 입주민들에게는 없다. 시행사와 시공사만이 신청을 할 수 있다.

조사 결과 발표도 우수업체만 공개된다. 나머지 업체는 공개하지 않기로 가닥이 잡혔다. 설문에 응했던 아파트 입주민들은 그 결과가 궁금해도 자기 아파트가 우수업체로 뽑히지 않았다면 과연 자기 아파트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알 수가 없다.

자기 단지가 우수업체로 뽑혀도 입주민들에게는 혜택이 없다. 되레 우수업체가 다음해 분양을 하는 아파트에 당첨되는 소비자들로서는, 건축비의 1%를 덤으로 내야 한다. ‘품질 제고’라는 너무나 막연한 혜택을 입는 대가다.

반면 업체가 누리는 혜택은 직접적이고 가시적이다. 우수업체로 뽑히면 업체는 이를 대외적으로 크게 홍보할 수 있다. 또 다음 1년간 분양값을 합법적으로 올리게 된다. 우수업체가 안 돼도 그만이다. 별다른 불이익이 없고, 점수도 공개가 안 된다.

주택품질 소비자 만족도 조사를 이대로 강행한다면, “조사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실련의 윤순철 시민감시국장은 “지금은 주택 품질이 낮아서가 아니라 고급 자재를 썼다는 명분 등으로 분양가를 너무 높게 책정하는 게 문제가 되는 상황인데, 왜 정부가 엉뚱하게 품질 문제를 빌미로 분양가를 높여주려는 해법을 찾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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