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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입주 및 입주 예정아파트 공급면적별 가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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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평대 품귀현상…최근 강북 집값상승 주도
필요물량 조사 없어 정책-수요 엇박자 우려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 등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 노원·도봉구 등 강북지역 아파트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중소형 주택(공급면적 112㎡ 이하)을 찾는 수요자가 많은 탓이다.
최근 3~4년 동안 집값 폭등으로 수도권에는 중대형 위주로 아파트가 대량 공급됐다. 전문가들은 강북발 집값 불안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요인으로, 공급면적 66~99㎡(20평형대)의 주택 공급이 적은 것을 지목한다.
중소형 주택이 인기를 끌자 건설업체들은 앞으로 수도권에 중소형 공급을 크게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주거 수요에 대한 정부의 실태 조사가 제대로 안 돼 있어, 중소형 주택을 어느 곳에 얼마만큼 지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 중소형 주택 공급 부족= 23일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 조사를 보면, 올해 입주 했거나 입주 예정인 서울지역 아파트는 3만3796가구다. 이 가운데 공급면적 66㎡(20평형) 미만은 1465가구(4.3%), 66~99㎡(20평형대)는 5612가구(16.6%)로 나타났다. 지난해 입주한 2만7394가구 중 66㎡ 미만은 아예 없고, 66~99㎡는 4994가구(18.2%)다. 중대형 공급이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예기다.
건설업체들이 중대형 위주로 물량을 공급하다 보니 소형은 의무비율(20%)만 지키고 있을 정도다. 서울시 에스에이치(SH)공사가 지난해 12월 공급한 은평뉴타운1지구의 일반분양 1643가구는 모두 중대형(32~60평형대)이다.
이러다 보니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소형 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12일 청약 접수한 서울 은평구 불광동 북한산래미안 1, 2단지 79㎡(24평형)는 1순위에서 최고 21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청약 가점(만점 84점)도 49~69점으로 상당히 높았다.
반면, 20평형대는 분양 물량이 크게 부족해 중소형 평형이 많은 노원, 도봉구 등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이 지역은 올들어 가구당 1억원 안팎 폭등했다. 노원구는 전체 아파트 15만7천여가구 가운데 66~99㎡(20~30평형)가 6만2천가구(39.67%)에 달한다.
도봉구 관계자는 “1월 778건, 2월 1049건, 3월 1369건으로 주택 거래가 크게 늘고 있는데 대부분이 20~30평형”이라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젊은층이 다세대·단독주택보다 20평형대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수요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현대건설 박상진 주택영업본부장은 “수도권에서 중대형 보다 중소형에 대한 수요가 많아 내년에는 중소형 주택 분양을 올해보다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문형 대우건설 홍보부장도 “대형 평형은 수요가 점차 줄고 있어 앞으로는 20~30평형대의 중소형 평형을 주력 상품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의 고민은 깊다. 주거 수요에 대한 실태조사가 없어 수요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초반에는 중소형 주택이 인기를 끌자 건설업체들은 중소형 주택을 대거 공급했다. 하지만 2004년 이후에는 투기바람과 건설업체들의 고분양이 겹치면서 중대형 평형이 시장의 주력으로 떠올랐다.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해 요즘은 수도권에서도 중대형 평형의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수요에 대한 기초조사조차 안 돼 있는 허술한 정부의 주택 정책으로는 집값 불안을 막을 수 없다”며 “지금부터라도 정확하게 수요를 조사해 주택 정책이 시장 수요와 엇박자를 내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도태호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관은 “현재 국토연구원에서 주거수요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어느 지역에 어떤 유형·규모의 주택이 필요한지를 예측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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