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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용지 ‘멋대로 통계’ 막개발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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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6.2% 불과해 토지 규제 완화” 주장
전문가들 “국가간 개념 달라 신뢰성 떨어져”
‘도시용지 비율:한국 6.2% < 일본 7.1%, 영국 13%.’
‘소득 대비 집값 비율:서울 7.5배 > 도쿄 5.6배, 런던 4.7배.’
지난 3월 국토해양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 3쪽(현 상황에 대한 인식) 첫머리에 실린 내용이다. 도시용지 비율이 낮아 집값이 비싸니 토지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다.
국토부와 한나라당이 이 통계를 ‘전가의 보도(보물 칼)’로 휘두르며 국토에 생채기를 내려하고 있다. 국토부는 업무보고에서 도시용지 비율을 “2020년까지 (지금보다 50% 늘어난) 9.2%로 제고”하겠다며, 농지·산지 규제완화, 산업단지 규제 완화, 수도권 규제 합리화 등을 내세웠다. 여당도 지난 총선 공약집에서 도시용지를 9.2%까지 늘리겠다며 그린벨트 완화 등의 개발 논리를 폈다. 정부는 이미 지난달 골프장 건설, 공장 건설, 주거지 층고, 연접 개발 등의 규제를 풀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외국과의 도시용지 통계 비교는 실상을 정반대로 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토부는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의 자료를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국토연구원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잘못된 비교”라며 당황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국토연구원의 채미옥 토지·주택실장은 “몇년 전 도시용지의 국가간 비교를 한 적은 있으나, 개념과 잣대가 달라 한계가 많음도 지적했다”며 “적절하지 못한 논리에 쓰인 소지를 만든 것 같아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의 정희남 연구위원도 “도시용지라는 용어 자체가 국제적으로 통일된 게 없으며 영국의 경우 도시용지 개념은 우리로 보면 도시용지가 아닌 ‘도시지역’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도시용지는 지목 개념의 용어다. 여러 지목 중 대지(택지·상업용지), 공장용지, 공공시설용지 등 3개를 합쳐 도시용지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영국에는 도시용지 개념이 없다. 지목이 아닌 용도지역상 ‘도시지역’이 있을 뿐이다.
한국도 국토의 용도를 크게 도시지역과 비도시지역(관리·농림·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분류하는데, 도시지역은 국토의 16.0%다. 같은 도시지역 비교로는 되레 영국보다 3%포인트나 많은 셈이다.
정 연구위원은 “일본은 한국처럼 도시용지를 쓰고 있지만 예를 들어 도시지역에 있는 골프장, 교회, 주유소, 하천, 위락시설까지 도시용지에 포함하는 등 한국보다 훨씬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이들이 각각 지목상 체육용지, 종교용지, 주유소용지, 유지, 유원지 등이라는 이유로 도시용지에 넣지 않고 있다.
골프장은 비도시지역뿐 아니라 도시지역에도 들어설 수 있다. 용인시청 도시계획과는 “88·수원·아시아나·한화 컨트리클럽 등 용인시 골프장의 70% 이상은 도시지역 안에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도시용지 통계에는 이런 골프장이 포함되지만, 한국에서는 빠지는 셈이다. 국토연구원 민범식 도시연구실장은 또 “한국은 층고·용적률 허용으로 볼 때 영국·일본보다 고밀도로 개발하고 있어서 이런 입체적인 면까지 고려하면 개발의 정도가 훨씬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의 한 과장마저 “솔직히 외국과의 도시용지 비교는 기준이 달라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털어놨다. 각종 토지 관련 규제를 풀어버리려는 새 정권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국토부가 신뢰할 수 없는 통계를 일부러 견강부회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는 대목이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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