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13 21:52
수정 : 2008.07.13 21:52
“한달내내 거래없다 정부 발표 뒤 계약 줄이어”
집주인들 매물 회수 잇따라…“더 하락 안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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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송파 아파트값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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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10일까지는 이곳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내 39개 부동산 업소에서는 한건도 매매가 안됐거든요. 그런데 11일에는 오후에 거래가 3건이나 성사됐습니다.” (송파공인중개 최명섭 사장)
최 사장은 “전용면적 77㎡(23평)짜리가 각각 10억원과 10억2천만원에 급매물로 나왔었는데 안 팔리고 있다가 11일 오후에 하나는 10억2500만원, 다른 하나는 10억3천만원으로 조금 오른 가격으로 팔렸다”며 “10억3천만원과 10억4천만원짜리 매물은 10억5천만원은 돼야 팔겠다며 주인이 거둬들였다”고 설명했다.
꽁꽁 얼어붙었던 서울 강남의 재건축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정부가 지난 10일 재건축 규제 완화 의사를 밝히면서부터다. 정부는“하반기 중으로 재건축조합설립 인가 이후에도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도록 하고, 소형·임대 아파트 의무비율을 완화하는 것도 시장 상황을 봐가며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선 즉각 반응이 나타났다. 송파구 잠실5단지 신동아공인 관계자는 “급매물 하나가 모처럼 11일 계약이 예정돼 있었으나 공교롭게 전날 정부 발표로 매도자가 ‘10억원대 중반은 받아야 겠다’며 보류했다”며 “급등은 아니지만 일단 가격이 내려가는 물꼬는 확실히 막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 주공단지도 비슷했다. 개포부동산 최은희 차장은 “한달 넘게 이곳에 거래가 없었는데, 금요일 하루에 3~4건 정도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총선 때 개포 주공단지의 전용 42㎡짜리 아파트는 가장 비싸게 팔렸던 2006년말 시세인 8억원까지 회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총선 뒤 매수세가 실종되면서 6월에 7억3천만원, 7월 들어서는 7억원선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11일에는 7억3천만원에 거래가 이뤄져, 6월초 수준을 회복했다.
부동산114 집계를 보면, 강남구와 송파구의 부동산 평균시세는 집값 거품이 절정에 이르렀던 지난 2006년에 각각 36.19%와 32.16%씩 올랐다. 이후 참여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강화했지만 강남구 시세는 지난해 1.04%, 올해에도 0.66%만 떨어졌다. 송파도 지난해 4.10%, 올해 1.89% 하락에 그쳤다. 거품이 빠지려면 아직 먼 셈이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가 강남 집값을 본격적인 상승세로 반전시키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 은마아파트에 있는 엘리트부동산 관계자는“정부 발표 뒤 매수 대기자들한테 전화했지만 ‘그 정도로 되겠느냐. 금리는 오르고 있어 정부 조처가 상쇄될까 오히려 걱정’이라는 반응이 대세였다”고 전했다. 잠실 주공5단지 뱅크공인의 임영순 대표는 “여기 집 팔아 경기도에서 월세 놓고 생활비 마련하려는 손님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ㅅ중개업소 부장은 “이명박 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 의사를 대선 때부터 계속 밝혀왔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식으로 한다는 게 아직 없다. 최근 내놓은 규제완화안도 재탕 수준이다. 미분양 늘고 주택 거래 안되니까 쇠고기 파동처럼 급해서 나온 땜질식 미봉책이다”고 평가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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