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21 09:59
수정 : 2008.08.2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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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검단지구와 경기 오산 세교지구가 수도권 새도시로 지정될 예정인 가운데, 20일 오후 오산 세교 2지구에서 아파트 건설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오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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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 뜯어보니
“배부른 사람한테 밥 더 먹으라고 요구하는 꼴”
정부가 미분양 매입…건설사 ‘도덕적 해이’ 심화
“뜻밖이다.” “주제가 안 보인다.”
정부가 21일 발표할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의 윤곽이 나오자, 건설업계가 보인 반응이다. 며칠 전 청와대 관계자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언급할 때만 해도 공급 쪽보다는 수요에 대한 규제를 푸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견됐다.
지금 건설업계의 최대 화두는 미분양 해소다. 미분양 물량을 소화해줄 수요를 정부가 어떻게 살려낼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여 있다. 공급 확대책은 당장 업계의 관심사가 아니다. 더구나 정부는 지난 5월 내놓은 올해 주택 공급계획에서 “새도시 개발보다는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공급 전략을 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새도시 개발 카드를 부동산 대책의 핵심으로 내세우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정부는 이번에 포함된 여러 주택수요 활성화 대책이 자칫 투기를 부추겨 집값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새도시 등 공급 확대책도 병행해서 내놓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그는 “수도권에서만 미분양 물량이 3만채다. 미분양이 많은데 새도시를 짓겠다는 것은 배부른 사람한테 밥 더 먹으라고 요구하는 꼴”이라며 정부의 새도시 개발 정책을 비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도 “기존 새도시도 최근에는 건설업체들이 택지 분양을 안 받으려 하고 있다. 정부의 추가 새도시 지정은 미분양도 해소하지 못하고 새도시도 활성화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중견건설업체 주택사업담당 임원은 “새도시를 추가 지정하면 오히려 이곳에 대한 기대심리가 일어 현재 수요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며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대형 건설업체들은 혜택을 보겠지만,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건설사들은 느닷없는 추가 새도시 발표로 오히려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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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활성화 대책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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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건설업계 지원 대책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한주택보증 등의 여유자금 2조~3조원을 활용해 업체의 미분양 물량을 환매조건부로 사들이는 내용이 대책에 포함돼 있다. 업체로서는 당장 자금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준공적자금으로 주택건설사들의 부실을 메워주는 것이다. 주택보증의 재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건설사들의 경영상 판단 잘못에 따른 미분양 사태를 정부가 해결해 줌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심화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건설업체들이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고분양가 정책’을 고수할 수 있게 해줘,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점차 멀어지게 한다는 게 문제다. 현재 대부분 지방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눈덩이처럼 쌓이는데도, 건설사들의 분양값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 수요 측면에서는 수도권 공공택지에 분양하는 아파트의 전매제한 기간 단축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는 실수요자가 아닌 전매 차익을 누리려는 투기적 수요에 영합하는 정책이다.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 지위를 조합 설립 인가 뒤 자유롭게 이전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어서, 서울의 재건축 후보지에 대한 투기를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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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검단·오산 세교는
검단새도시는 2006년 10월 새도시로 처음 지정되면서 주변 지역뿐만 아니라 수도권 일대에 연쇄적인 집값 폭등을 불러일으켰던 곳이다. 그 여파로 당시 예고 없이 새도시 건설 방침을 언론에 밝혔던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낙마하기도 했다.
검단새도시는 기존 1120만㎡(340만평)에 새로 690만㎡(208만평)가 추가돼 1810만㎡(548만평)로 확대된다. 기존 검단새도시는 6만6292가구를 짓는다는 계획인데, 이번 검단2새도시가 합쳐지면 전체 공급 주택은 8만가구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인근에 김포한강새도시가 개발되고 있으며, 인천과 서울 서북부지역으로 접근하기 쉽다.
오산 세교지구는 세교2지구 280만㎡(84만7천평)와 연계해 이번에 3지구 520만㎡가 합쳐지면서 총 800만㎡에 이르는 새도시로 조성된다. 3지구에서는 주택 2만5천~3만가구 정도가 공급될 예정이다. 세교지구는 수도권 전철과 경부고속도로가 통과하는 등 좋은 교통여건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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