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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도심 주택공급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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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대책 없어 중소형집값 폭등할수도
이주수요 감안 순환재개발 마련해야
정부의‘9·19 부동산 대책’이 주택시장에 적지않은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란 불안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뉴타운 추가 지정, 재건축 등으로 수도권 도심을 무더기로 개발하는 주택 공급책이 이주 가구를 양산해 전세대란, 중소형 주택 값 폭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주거 불안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주·입주 시기를 조절하고 순환 재개발(이주 수요를 감안한 순차적인 재개발)하는 등 종합 방안을 마련한 뒤 도심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 환경정의, 녹색연합, 민변 등 52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토지주택 공공성 네트워크’는 21일 “이주 수요를 감안하지 않는 대책없는 도심 개발은 전세·집값 폭등을 촉발해 집값 안정 기조를 크게 뒤흔들 것”이라며 “정부는 최근에 강북 뉴타운 개발 사업의 무리한 추진으로 전세값, 집값 폭등을 야기한 역사적 교훈을 망각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도심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뉴타운 건설 추진 절차를 단축하고, 재건축의 소형의무 비율·임대주택 의무 비율 등 규제 완화를 검토하면서도 주거 불안을 막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이다. 올초 서울 강북의 2차 뉴타운 개발지에서 1만5천가구 정도가 한꺼번에 이주하면서 이를 감당할 전세, 중소형 주택이 크게 부족해 노원·도봉구 등의 전세, 소형 집값이 폭등한 바 있음을 감안할 때 기우로 돌리기 어려운 대목이다.
정부가 9·19대책을 통해 수도권 도심에 10년동안 짓기로 한 180만가구는 기존 계획(100만가구)보다 80만가구나 더 많은 물량이다. 서울시 뉴타운기획단 관계자는 “현재의 뉴타운 사업은 부동산 가격 상승과 전세난으로 이어질 문제점이 있어 지난 5월부터 시는 ‘주거환경 개선정책 자문위원회’를 만들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뉴타운 지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연도별 주택 공급 추이와 재개발·재건축 가능 주택수 등을 고려해 1년, 5년, 10년 단위로 계획을 세워 수요와 공급을 잘 조절하면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시장 불안 요인을 상당 수준 차단할 수 있다”며 불안감을 차단하려 애썼다.
김남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변호사)은 “뉴타운, 재건축 등을 통해 도심을 마구 개발하면 매년 2만~3만가구가 움직여야 하는데 그러면 전세값, 소형 주택값은 난리가 난다”며 “임대짓고 이주하고 개발하는 순환 재개발 등의 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주대책도 없고 학교, 병원, 도서관 등의 기반시설이 뒤따르지 않는 도심 개발 정책은 주택 공급수만 늘리는 막개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주거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이들조차 단계적으로 개발해야한다며 신중론을 편다. 박원갑 스피드 뱅크부사장은 “정부는 고건 시장 때 서울시가 강남의 잠실, 반포, 암사·명일, 청담·도곡 등 5대 저밀도 지구를 재건축하면서 이주 대책을 세운 뒤 개발을 추진한 전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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