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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09 19:55 수정 : 2008.10.09 19:55

지난 6일 인천 부평구 삼산동 서해그랑블 모델하우스에 마련된 청라지구 서해그랑블 102가구 신혼부부 특별공급 분양 접수처가 기대와는 달리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천/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청약 6건중 1건만 근로자…자영업자·투기꾼만 ‘입맛’
‘연소득 3075만원이하’ 기준 맞춘 사람엔 너무 비싸

“법으로야 무직자이지만 솔직히 동네에서 사업자등록증 없이 과일가게를 해요. 약간만 대출받으면 집을 살 정도는 벌어요.”지난 7일 서해종합건설(서해건설)이 인천 청라경제자유구역에 지을‘서해그랑블’아파트의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당첨된 ㅇ씨(33)는 소득이 있지만 세금을 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과세·납세 사실이 없다는 증명서를 떼어‘적법’하게 청약했다.

신용부부 특별 공급 제도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에서 비롯된 것으로, 민간·공공 할 것없이 전용 면적 60㎡ 이하 분양 주택의 10~30%를 결혼 5년 이내 신혼부부들에게 배정하도록 한 것이다. 신혼부부 분양주택 관련 규칙은 소득 기준을 연 소득 3075만원(맞벌이는 4410만원) 이하로만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따른 갖가지 편법이 현장에서 적지않이 발견된다.

서해건설은 전체 336채 가운데 102채를 6~7일 신혼부부용으로 우선 공급했다. 청라경제자유구역에선 원건설도 ‘힐데스하임’ 1284채를 분양하면서 385채나 되는 물량을 신혼부부용으로 할애해 7~8일 청약을 받았다. 정부가 지난 7월 관련 제도를 입안해 시행한 뒤 처음 나온 대규모 물량이다.

원건설의 힐데스하임 본보기집에서 한 30대 중반 여성은“사업을 하고 있는데 부부 명의로는 재산도 소득도 없다. 집도 차도 있지만 단지 타인 명의로 돼 있다. 송도에도 투자했고 이번에 청라에 하려한다. 그런데 일반 청약과 달리 소득 증명 서류를 요구하던데 찜찜하다. 세무조사같은 게 있느냐”고 창구 상담사에게 물었다. 원건설의 한 임원은 “소득이 있다고 신고하는 자영업자도 대부분 연간 소득이 겨우 몇백만원이다. 그게 진짜라면 2억~3억원짜리 집을 살 수 있겠느냐. 자영업자는 절세하기도 쉬운 데 신혼부부 주택에서까지 유리하니 이거야 원…”이라며 말을 흐렸다.

지난 6일 서해건설에서 오후 5시까지 접수된 청약 6건 중 1건만 직업이 근로자였다. 현행 청약 규칙에 따르면, 근로자 신혼부부들은 특별분양 혜택을 받기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소득이 실수령액이 아닌 총급여을 기준으로 해놓아 웬만해선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 서해건설 관계자는 여기에 “7%가 넘는 중도금 신용대출이나 10%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갚으려면 남는 소득이 월 100만원이 될까말까다. 그걸로 부부가 생계 꾸리며 자녀 교육까지 시키려니 막막해 접수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신혼부부 보금자리주택 제도 변경 과정
신혼부부 보금자리 주택은 이 대통령의 야심작이다. 공약집 부동산 분야 7쪽 중 가장 많은 3쪽을 차지했다. 하지만 “장기 무주택자에 대한 역차별로 청약제도의 근간을 훼손한다.”, “잘 사는 부모 밑에서 여유있게 박사 과정을 밟거나 고시를 준비하는 계층이 당장 소득이 적다는 이유로 혜택을 보는 등 투기수요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등의 비판들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그럼에도 역차별 등 본질적 문제는 놔둔 채 물량 축소 등 일부 잔가지만 쳐내고 밀어붙였다.

신혼부부 주택 청약 현장에선 취지와 달리 사회 초년생인 신혼 부부가 새치기를 당할 뿐 아니라 허술한 법망의 틈새에서 이익을 누려왔던 계층이 ‘신혼부부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수혜를 보고 있다. 진정한 ‘저소득’ 계층은 소외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인천/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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