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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14 08:53 수정 : 2008.10.14 09:04

나홀로 인기 옛말…대형 평수 하락세 못피해
중간층보다 ‘몸값’ 낮춰 분양한 아파트도 등장

‘가장 높은 곳에 사는 자부심’도 무너지나?

주택시장에서 소수만을 위한 고가주택의 대명사로 통하던 ‘펜트하우스’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고가주택 집값이 하락하고 분양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한때는 없어서 못 팔았던 펜트하우스의 인기가 동반 추락하고 있다.

펜트하우스란 조망이 좋은 아파트 최상층을 고급 자재로 꾸민 집으로, 건물 한 동에 1~2채만 지어지는 프리미엄급 대형 아파트를 말한다.

김아무개씨는 연초 경기 고양시에서 분양받은 ‘ㅂ 아파트’의 최상층 펜트하우스 307㎡(93평)형 계약을 해지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당시에는 단지 내 2500여 가구 중 10채에 불과한 분양값 18억원짜리 펜트하우스를 계약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대형평수 집값이 떨어지면서 ‘웃돈’(프리미엄) 기대는 고사하고 이대로라면 분양값마저 건지기 어렵다는 말을 들을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씨는 계약을 해지하면 1억8천만원의 계약금을 포기해야 한다는 업체 쪽의 설명을 듣고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달 김포 한강새도시에 선보인 ㅇ 아파트는 전체적으로 80% 가까운 계약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펜트하우스는 사정이 다르다. 업체 쪽은 최상층 펜트하우스 250㎡(75평)형 6가구를 내놓았는데, 이 가운데 절반인 3채만 계약을 마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종전에는 최상층 펜트하우스가 먼저 팔리고 저층 판매가 저조했는데, 이번에는 고가주택 수요가 위축되면서 분양값이 높은 펜트하우스가 미분양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고가주택 분양시장이 위축되자 주택업체가 아파트 최상층을 펜트하우스로 짓는 기존의 관행을 포기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경기 광교새도시에 참누리 아파트를 분양 중인 울트라건설은 이 단지의 맨 꼭대기층 대형주택의 평당 분양값을 그보다 작은 주택형보다 낮게 책정해 화제가 되고 있다. 31, 36층에 들어서는 187, 232㎡(총 10가구)의 3.3㎡당 분양값은 1303만~1308만원으로 중간층인 146㎡(3.3㎡당 1312만~1329만원)보다 싸다. ‘최상층 펜트하우스=최고가’라는 공식이 깨진 것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용인 동천동에 짓고 있는 ‘래미안동천’은 펜트하우스 분양이 아예 무산될 위기에 몰렸다. 래미안동천 펜트하우스는 230(69평)∼330㎡(100평)의 초대형 36가구로, 시행사 쪽은 지난해 9월 2047가구를 분양할 당시 고분양값 논란을 피하기 위해 펜트하우스만 분양을 미룬 바 있다. 이후 시행사는 올 2월 펜트하우스 분양값을 일반 분양값(3.3㎡당 평균 1726만원)보다 3.3㎡당 154만원 가량 비싼 평균 1880만원에 책정해 분양승인을 신청했지만 용인시는 최근 시장가격에 견줘 분양값이 지나치게 높다며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계약을 마친 펜트하우스 바로 아래층 분양값이 3.3㎡당 1876만원이어서, 업체로서는 최상층 분양값을 이보다 낮출 경우 펜트하우스를 일반 아파트로 전환해야 할 입장이다.

분양시장에서 펜트하우스의 인기가 추락한 것은 최근 고가 대형 아파트값 하락세와 무관치 않다.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에서도 올 들어 168㎡(51평)형 이상 대형 평수 아파트값 하락폭이 중형 이하 평수보다 더 크다. 또 최근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과 양도소득세 완화도 고가 대형 아파트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지난 7일부터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이 9억원으로 상향 조정된 이후 고가주택 매물이 더 늘어나고 있다”면서 “금융시장 불안으로 매수세가 끊어져 고가 대형 아파트값은 더 떨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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