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27 19:37
수정 : 2008.10.2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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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아파트 환매조건부 매입 추진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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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우량 사업장 꺼리고 기존 계약자 반발 때문”
건설업체는 고통분담 전혀 없어 “도덕적 해이 극치”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를 대한주택보증(주택보증)에 팔았다 되사는 주택업체에 대해 해당 물량을 다시 분양할 때는 최초 분양값보다 금액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세부 규정(환매조건부 매입 약정서)을 둘 것을 검토하다가, 이를 뺀 채 약정서 규정을 만들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27일 “분양값 인하 조건을 달자니 비교적 우량한 미분양 사업장은 이 제도를 꺼리게 되며, 그럴 경우 매입한 미분양 물량이 환매가 되고 다시 그 돈으로 다른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는 선순환 구조도 깨질 우려가 있었다”면서 “분양값 인하 조건은 도입이 쉽지 않은 쪽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쪽은 미분양 아파트 환매조건부 매입 규정을 세부화하는 과정에서 업체도 고통분담을 해야 하는 만큼 환매 뒤 분양값은 최초 분양값보다 적어도 몇%라도 내리도록 규제하는 것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체가 되사간 것을 얼마에 팔도록 강제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가 있고, 비싸게 분양받은 최초 계약자들의 반발도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주택보증을 환매조건부 매입 사업자로 규정하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주택보증은 다음날인 29일 이사회를 거쳐 약정서 규정을 확정한다.
국토부 쪽은 ‘최초 분양값보다 높아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약정서에 명기토록 주택보증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낮추도록 하는 의무 조건과는 거리가 있다. 정부의 유동성 지원 없이 분양하는 업체들도, 분양 도중에 시세가 올랐다고 해서 지자체의 승인을 받은 최초 분양값보다 올려 받지는 못한다.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기존 계약자의 반발 우려는 핑계”라며 “고분양가로 계약한 기존 계약자는 자기의 판단 잘못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도 6월 지방 미분양 대책 때는 분양값 인하를 전제로 지원했다”며 “이번에도 분양값 인하를 전제로 환매조건부 매입을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업체들도 도중에 분양값을 올리는 경우는 없어도 내리는 경우는 있다고 했다.
그는 “미분양 사태는 고분양값과 공급 과잉 등 업체의 잘못이 큰데도 유동성을 지원받게 된다”면서 “분양값 인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게 전제되지 않는다면, 고통 분담은 전혀 없이 유동성 지원에 ‘꽃놀이패’라는 보너스까지 누리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가 된다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실제로 업체들로서는 환매조건부 매입으로 유동성 지원을 받을 뿐 아니라 리스크까지 자동으로 피할 수 있게 된다. 환매조건부 매입 당시 금액보다 추후 환매 요청이 가능한 시점의 시세가 더 떨어진다면 업체로서는 환매 요청을 안 하면 그만이다. 반대로 환매조건부 매입 때의 가격보다 환매 가능 시점의 시세가 많이 높아졌다면 업체는 이 물량을 분명 되사갈 것이고 많게는 최초 분양값까지 올려 팔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공기업과 국민들만 피해자가 된다. 환매 가능 시점의 시세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시황이면 환매가 저조해서 주택보증의 재정이 부실화된다. 반대의 경우는 환매는 활발할 것이다. 미분양 물량을 팔았던 업체가 준공 뒤 6개월 이내까지는 우선적으로 되사갈 수 있는 환매조건부를 십분 활용할 것이다. 분양값을 높게 매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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