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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경기위축으로 중고자동차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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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30만~300만원 하락…경차마저 안팔려
재고 많아 더 떨어질듯…수입차 인기도 시들
급격한 경기위축의 불똥이 중고차 시장에마저 옮아붙었다. 국내 완성차 업체와 수입차를 가릴 것 없이 신차 판매량이 뚝 떨어진 가운데 중고차 판매도 덩달아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중고차 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조금만 품을 들이면 불황기를 이용해 이참에 괜찮은 중고차를 구입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중고차 정보사이트인 에스케이엔카에 따르면, 11월 중고차 판매가격은 전달보다 평균 30만~300만원 가량 떨어졌다. 전 차종에 걸쳐 가격이 두루 내려간 게 특징이다. 올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경차(20만~50만원)나 중형차(50만~100만원)에 비해, 대형차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불황기의 수혜주로 꼽히던 경차마저 인기가 식었다. 기아의 모닝과 지엠대우의 마티즈는 모든 연식에 걸쳐 20만~30만원씩 가격이 내렸다. 중급 상태의 2007년식 모닝L의 가격은 630만원대. 올뉴마티즈 SE 2007년식도 650만원대에 거래된다.
중고차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던 뉴아반떼XD 가격도 힘없이 내려앉았다. 뉴아반떼XD 1.6L 고급형의 경우, 2006년식이 680만원대에 팔린다. 연초에 견줘서도 50만원 이상 가격이 내렸다. 스포츠실용차(SUV)도 마찬가지다. 2005년식이 올 초 1480만~1780만원대에 거래되던 현대차 투싼의 가격은 최근 들어 1050만~1300만원대로 크게 떨어졌다.
직격탄을 맞은 건 중형급 이상 시장이다. 중형차인 로체 LEX 20 최고급형(2008년식)은 1680만원으로 한 달 새 70만원 정도 떨어졌고, 뉴 SM5 2008년식은 1890만원으로 60만원 가량 낮아졌다. 단종된 에쿠스의 하락폭은 무려 300만원이나 됐다.
이런 가운데 중고차 판매업체들마저 재고 처리에 머리를 싸매면서 가격 하락세는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수입차 시장의 고민이 깊다. 최근 에스케이스피드메이트는 직접 매입한 수입 중고차를 기존 가격보다 최대 1000만원까지 내려 파는 ‘수입 중고차 특별 경매전’을 열고 있다. 실제로 5400만원에 팔리던 아우디 RS6 4.2 2007년식의 경매 시작가는 4400만원이다.
중고 수입차의 인기도 빠르게 식고 있는 중이다. 가격 하락폭은 한달 새 평균 300만~1000만원에 이른다. 지난달 9800만원에 팔렸던 아우디 4.2QL 2007년식의 현재 가격은 8800만원대. 폴크스바겐의 파사트 TDI 2007년식도 지난달 3200만원대에서 2800만원으로 떨어졌다. 에스케이스피드메이트 관계자는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판매업체들마저 재고 처리 압력을 크게 받고 있다”며 “가격 하락세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고차 정보 사이트 카즈의 김성철 연구원은 “무조건 싼 차만 고르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며 “차량등록증과 성능점검표를 반드시 꼼꼼하게 살펴보고 자신이 정한 적당한 예산 범위 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차를 선택하는 게 실수를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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