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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23 13:10 수정 : 2008.12.23 13:10

지난 주 강만수 장관이 “부동산 투기보다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난 뒤 부동산 대책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일단 어제 정부는 당분간 부동산 시장 규제해제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나 때가 아니라는 것일 뿐, 부동산 시장 규제해제는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인 것 같습니다.

부동산 시장 규제해제를 찬성하는 측의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버블 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내년 본격화될 경기침체 국면에서 집값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만약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게 되면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해집니다. 다시 말해 집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빌린 중산층의 상환능력이 떨어지게 되므로 은행 역시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어렵게 됩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 가운데 34.8%가 주택담보대출입니다. 이는 은행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더욱이 집값 하락으로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자산 디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면 왠만큼 소비력이 있는 가구조차 소비를 줄이게 됩니다. 결국 경기가 더 어려워져 고용도 저하하게 됩니다.

따라서 민간주택의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강남 3구의 투기지역지정을 해제하는 등 규제해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 전반적으로 소비가 증가하고, 부도위기에 처한 건설업체도 회생의 기회를 갖게 되며, 건설업계의 고용도 회복되리라는 것입니다. 조선일보에서는 ‘붕괴한 부동산 시장’이라는 표현까지 썼는데요. 실제로 지난 11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2006년의 3.3%인 687건으로 크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일단은 부동산 시장을 살리고 나서 추후 발생한 부작용은 그 때가서 해결하면 된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집값 하락의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입니다. 집값 하락은 전반적인 경기침체 때문이지 규제 때문이 아닙니다. 따라서 규제를 해제한다고 떨어진 집값이 반등하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오히려 규제 해제는 경기회복 국면에서 투기열풍과 함께 엄청난 버블을 불러올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오히려 은행의 부실대출을 더욱 부추길 수 있습니다. 당장 돈이 되는 곳에 투자하려는 심리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부실한 건설업체들이 정부지원으로 몸집만 키우는 것도 오히려 경제의 불안요인을 키우는 일입니다.


또한 규제 해제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은 ‘그 때가서’ 치유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IT 거품이 꺼진 뒤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실시한 전면적 부동산 규제 완화는 집값의 폭등을 야기하였습니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물거품이 되어버렸고 계층간 위화감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뒤늦게 종부세와 같은 강력한 규제가 마련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돈을 벌게 된 사람들이 강력하게 반발하였지요. 결국 종부세는 유야무야 되고 말았습니다. 이를 보면 부작용 발생 후에 규제를 강화하면 된다는 주장이 얼마나 현실성이 부족한 지 알 수 있습니다. 권위주의 시절과는 다르게 정부가 지시하는 방향대로 시장의 흐름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건 요즘의 금융권을 보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그리고 한겨레신문에서 지적한 것처럼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집값의 40~60%선에 불과합니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그랬던 것처럼 집값의 10%만 먼저 내고 내 집을 장만하는 시스템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지요. 따라서 부동산가격 급락->주택담보대출 부실화 ->은행 위기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김준경 한국 개발연구원(KDI) 교수가 지난 11월에 작성한 ‘가계대출의 현황 및 평가’ 역시 집값하락에도 불구하고 고소득층의 자산 가격이 이미 상당히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부동산 발 경제위기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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