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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부 “인하여부…시기 결정 안돼”
지자체 세수감소 우려…국민 혼란만 커져
양도세율 인하도 이랬다 저랬다 뒤죽박죽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기로 한 거래세 등 부동산 세금 인하를 두고 무리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세금을 깎아준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거래세를 주요 세원으로 하는 각 시·도는 어렵사리 세수 감소 대책을 마련해야 할 처지다. 또 당과 정부의 말이 달라 실제 추진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설익은 대책을 성급히 내놓는 바람에 광역자치단체는 세수에 비상이 걸렸고 국민들의 혼란도 커지게 됐다.
올 초 세율 인하로 거래세수 감소=당정은 지난 27일 부동산을 살 때 내는 취득·등록세(거래세)의 세율을 낮추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팔 때 내는 양도세의 세율 체계도 손보겠다고 했다. 거래세의 경우 내년부터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할 예정이어서, 늘어날 세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처라는 게 당정의 설명이다.
하지만 당정의 발표 뒤 광역자치단체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웠다. 이미 올 초 등록세 세율이 3%에서 1.5%(기업은 2%)로 크게 인하되면서 거래세수가 줄어들고 있는데, 세율이 추가 인하되면 전체 세수에 타격이 우려되는 탓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올들어 4월까지 취득·등록세 수입이 1조9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5억원이나 줄었다. 게다가 당정이 거래세율 인하의 시점조차 밝히지 않은 탓에 인하 때까지 거래를 미루는 거래 감소 효과까지 우려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당정의 대책은 “정부가 보전해준다”는 정도가 전부다. 그나마 경기 부진으로 중앙정부의 세수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실제 보전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거래세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29일 “거래세율 인하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내년 실거래가 신고 이후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거친 뒤에나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율을 내리기로 했다”는 당정 발표와는 사뭇 딴판이다.
정부, 한달도 안돼 방침 변경=양도세율 문제도 비슷하다. 당정은 내년부터 실거래가 적용을 받는 1가구2주택자의 세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세율 체계 조정 방침을 밝혔지만,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 는 “조정할지 말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조정하더라도 실거래가 과세가 전면 확대되는 2007년 이후”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당정 합의를 두고 정부 내부에서도 표심만을 노린 여당의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당이 앞뒤 재보지도 않은 채 선심성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부치고 있다”며 “말만 꺼내고 실행하지 못할 경우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부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지난 5월4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 거래세에 대해 “앞으로 2~3년 주기로 세수를 점검해 단계적으로 인하한다”고 방침을 확정해 발표했는데, 한달도 안돼 스스로 뒤집은 셈이기 때문이다. 또 현 시점에서의 거래세율 인하는 주택거래신고지역 등 이미 실거래가로 거래세를 내는 곳에 실질적인 세금 경감 혜택을 주는 모순점이 있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5·4대책’에서 일률적인 세율 인하보다는 지자체의 감면 조례를 통해 사정에 맞게 세 부담을 관리하도록 했던 것인데, 이번 당정 합의로 뒤죽박죽이 된 셈이다.
조성곤 정혁준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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