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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민간공급 늘리려면 이번 국회서 꼭 없애야”
야당·전문가 “집값안정이 먼저…지금은 때 아니야”
지난 상반기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던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다시 현안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민간부문의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폐지하도록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폐지라는 방향은 맞지만 집값 상승이 계속되고 있고 전세시장마저 불안한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국토해양부가 상한제 폐지를 위해 총대를 멨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최근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반드시 민간부문은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권도엽 국토부 제1차관, 한만희 주택토지실장도 “민간 부문의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불가피하다”며 여야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민간의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법안은 지난 2월부터 국회에 계류중이며, 21일 국토해양위는 이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필요한 이유로 민간 건설업체들의 주택 공급 부족을 들고 있다. 민간건설업체들의 올해 주택 공급은 애초 목표의 30% 정도에 머물고 있다. 9월 이후에는 수도권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물량이 다소 늘고 있지만 민간 공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진한 실정이다. 공공에서는 계획대로 공급되고 있다.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면 당장은 일부 지역에서 분양가가 오르겠지만 전체적으로는 민간에서 공급이 증가해 장기적으로 부동산시장 불안 요인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고급주택 수요도 수용하는 등 다양한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건설업계는 “분양가 규제는 다양한 품질의 주택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는 등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야당은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도 부동산 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때에 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과잉유동성, 저금리, 규제완화에 맞물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걱정하고 있는 시점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면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휴가철인 8월에 이어 9월에도 집값 상승이 가파르게 계속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1층은 8월에 11억원에 팔리며 지난 7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가 10억7500만원을 넘어섰고 인근 재건축 단지들도 지난해 금융위기 직전 집값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여기에다 수도권 전셋값도 폭등해 서민들의 주거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수도권 담보대출을 규제하고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으나 집값 상승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상한제를 폐지할 경우 분양가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진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공급 확대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집값 상승의 뇌관으로 작용한 점이 아킬레스건”이라며 “집값 안정기조가 정착된 뒤에 상한제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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