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30 16:44
수정 : 2005.05.30 16:44
18세기 후반에 영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영국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전국의 땅값이 계속 상승을 하고 있었다. 영국은 섬나라이다. 땅을 수입해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비싸게 사더라도 계속 보유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오른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계속 오르던 땅값이 어느 날 영국 정부가 내린 조처 하나로 급락세로 돌아선다. 그 조처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쓰는 세무조사도 아니고 자금출처조사도 아니었다. 바로 유럽대륙으로부터 밀수입을 자유화하는 조치였다. 영국은 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이다. 따라서 영국 국내에서 생산되는 밀밖에 먹을 수 없을 때에는 인구가 늘고 경제가 성장을 하여 밀 값이 오르게 되면 밀 생산을 하는 영국의 땅값도 따라서 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밀수입이 자유화되면서 사정은 달라진다. 해외에서 국내가격의 절반 또는 1/3 가격으로 밀을 수입해온다는 것은 간접적으로 땅을 싼값에 수입해오는 것과 똑 같은 효과가 있다. 이런 인식이 확산되면서 영국의 땅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바로 그런 시기에 들어섰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선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의 농산물을 마음대로 수입해올 수 없었고 국내기업이 마음대로 해외에 공장을 지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해외 농산물을 국내가격의 절반 가격 또는 1/10 가격으로 얼마든지 수입해올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국내기업 또한 얼마든지 해외에 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국내 땅값은 기업이 사서 올려놓은 측면이 매우 컸었는데 이제는 땅을 사려고 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
더 놀라운 사례가 또 있다. 지난해 공동체 운동을 하는 국내 어느 종교단체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에서 집단농장 하던 자리를 빌려 농장을 시작했다고 한다. 반듯하고 비옥한 땅 13만평을 49년 계약으로 러시아 정부로부터 빌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13만평에 대한 1년간의 임차료는 단돈 100달러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땅은 얼마든지 수입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들의 인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 토지가 수용되어 땅값을 보상 받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또 땅을 산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땅에 대한 지나친 집착, 신앙을 갖고 있는 것이다.
지나치게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는 앞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자산의 비중을 높여가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과 같은 개방화 시대에 부동산 불패신화는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이다. 강창희/재테크 포털 모네타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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