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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09 22:09 수정 : 2010.03.09 22:09

지에스(GS)건설이 2006년 100% 분양에 성공한 ‘영종자이’는 입주한 지 한달가량 지났지만, 실제 입주율을 20% 밖에 채우지 못해 밤에 불 켜진 가구가 손에 꼽힐 정도다. 영종자이입주자협의회 제공

2006년 고가에도 분양 100%…대부분 투기수요
집값 거품 꺼지며 손실보자 계약자들 ‘입주거부’





지에스(GS)건설이 인천 영종도에 지은 대단지 아파트 ‘영종자이’는 이른바 ‘불꺼진 아파트’다. 입주 기일이 한 달 이상 지났는데도 20%가량의 주민만 입주한 상태다. 이 아파트는 2006년 청약 당시 최고 1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00% 분양을 완료했고, 초기 수천만원의 웃돈(프리미엄)까지 붙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도권에서 최악의 입주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종자이야말로 2006년 ‘부동산 광풍’과 ‘묻지마 청약’에서 비롯된 후유증의 상징으로 꼽는다.

영종자이 입주 지연의 가장 큰 이유는 시공사와 입주예정자들 사이의 분쟁이다. 영종자이 입주예정자 1022가구 가운데 530가구(52%)는 지난해 12월30일 부실시공과 사기분양 등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에 ‘분양계약 해제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영종자이입주예정자협의회는 “소방안전 시설이 미비하고, 원형 보전지를 용적률에 포함시켜 분양하면서 동간 거리가 좁아지는 등 부실시공을 했을 뿐 아니라, 조망권을 허위 과대포장해 동과 층별로 최대 1억원 이상의 분양가를 차등적용함으로써 사기분양을 했다”며 “계약을 해지해 주거나, 원형지를 뺀 가격으로 다시 분양가를 책정해 달라”고 주장한다.

갈등의 핵심은 분양가다. 지난해 9월 영종자이 사전입주점검이 이뤄질 무렵 인근 영종하늘도시에서 우미건설 등 6개 건설사는 3.3㎡당 평균 950만원가량에 아파트를 분양했다.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높게는 평균 3.3㎡당 1070만원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영종자이 입주예정자들은, 주변 집값이 분양가 아래로 떨어지자 고분양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인근의 ㅅ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상당수가 집값이 오르면 팔고 나가려던 투기수요였는데, 오히려 집값이 떨어지면서 금융비용만 물고 있는 상황”이라며 “손실을 본 계약자들이 입주를 거부한 채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 실태를 무시한 채 대형 위주로 아파트를 공급한 것도 입주율을 낮추는 데 한몫했다. 영종자이의 298가구(28.5%)는 공급면적 195㎡(옛 58평형) 이상의 대형아파트다. 중대형인 142㎡(42평형) 이상은 669가구로 65%가량이다. ㅁ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형 계약자의 상당수는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한 게 아니었다”며 “영종도의 90% 이상이 인천공항에 직장을 둔 이들의 수요인데, 대형아파트를 중소형과 같은 값으로 전세를 준다고 해도 관리비 등을 이유로 들어가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2006년 당시 건설사는 수익이 많이 남는다는 이유로 대형아파트 공급을 늘렸고, 시세차익 기대가 컸던 탓에 투자자들 역시 대형아파트를 선호했다.

실수요자 가운데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계약자들도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으로 부동산거래가 침체되면서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서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 이영진 소장은 “낮은 입주율은 크게 두 가지 원인에서 비롯됐는데, 실수요자들이 잔금을 마련해서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와, 투자 수요자들이 임대로 내놓은 물건이 거래되지 않는 경우”라며 “수도권의 불 꺼진 아파트 상당수는 분양 당시 실수요보다 투자수요로 들어온 데서 생겨났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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