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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왜 급등하나 최근 강남과 분당새도시 등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 현상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서 신뢰를 잃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판교 새도시 개발에 따른 부동자금의 쏠림 등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 강북과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집값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강남-판교 벨트’로 불리는 강남, 송파, 분당, 용인, 평촌 등 특정 지역의 집값만 크게 올랐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 최근 집값이 급등한 지역 안에서도 소형 주택은 중대형보다 오름 폭이 크지 않는 등 주택 규모에 따라 차별화된 가격 흐름을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그렇지만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강남지역과 판교새도시의 중대형 아파트 공급 부족이 집값을 끌어올리는 원인이라는 시각은 시장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개발이익환수제·종부세등 법제화과정서 대폭 뒷걸음
투기제압 효과 사실상 잃어 판교행 부동자금 ‘기름’ 정부 정책의 실패인가?=일각에서는 최근 집값 상승 원인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총체적 실패로 돌리려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올해가 사실상 시행 첫 해라는 점에서 실패 여부를 따지기가 적절하지 않은 시점이다. 종합부동산세나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등 참여정부의 핵심적인 정책들은 입법 과정을 거치는 데만 상당 기간이 소요돼 모두 올해부터 처음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또 양도세 실거래값 과세라든가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 같은 제도도 현재 법안을 준비중이거나 법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로 빨라야 내년 이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렇지만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뼈대라 할 수 있는 지난 2003년의 ‘10·29 부동산시장 안정 종합대책’은 이후 법제화 과정에서 상당 부분 후퇴해, 결과적으로 정책 실패로 비춰질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많다. 예컨대 보유세 강화 조처만 해도 지난해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 나타났던 조세 저항 등을 이유로 올해부터 상한선 50% 규정을 두는 등 반쪽의 개혁에 그쳤다. 종합부동산세도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9억원 이상 보유자에게만 부과돼 사실상 집부자들 대부분이 피해갔다. 또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5월부터 도입되기는 했으나 개발이익 환수비율이 늘어나는 용적률의 최대 30%로 정해지면서 법률안의 취지가 퇴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애초에는 개발이익 환수제가 도입될 경우 이를 적용받게 될 재건축 단지는 기대수익이 크게 줄면서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강남구 개포동 , 강동구 둔촌동 , 과천시 등 재건축 단지 집값이 계속 오르는 데서 보듯이 절름발이가 된 개발이익 환수제는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중대형 공급, 과연 부족한가? =일각에서는 소형주택 집값은 별로 오르지 않는데 비해 중대형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은 정부의 지나친 재건축 규제로 인해 중대형 공급이 부족해지는 데 따른 것으로 지적한다. 지난 2003년부터 재건축 사업 때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을 전체의 60% 이상 짓도록 한 중소형 의무건설비율이 강남지역의 중대형 아파트 신규 공급을 가로막고 있다는 논리다. 그렇지만 이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재건축이 한창인 송파구 잠실 주공 1~4단지만 해도 종전 8~19평형으로만 이뤄진 1만5250가구가 재건축을 통해 1만7615가구로 늘어나면서 33~54평형 1만4128가구가 새로 지어진다. 즉 기존 주택이 중대형으로만 이뤄진 경우를 제외하면 강남지역 재건축 사업은 중대형 공급을 크게 늘리는 효과를 갖고 있는 셈이다. 판교새도시 역시 애초 계획보다는 줄었다고 하지만 전용 25.7평 초과 중대형 아파트 4566가구와 수요가 많은 전용 25.7평(33평형) 7274가구가 새로 지어질 예정으로, 적지않은 물량의 중대형 공급이 이뤄진다. 강남과 분당새도시 등지의 매맷값이 오르고 있지만 전셋값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자산가격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김성식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실수요를 반영하는 전세가격이 안정된 상황에서 투기적 요인이 가세한 집값 상승은 거품이 꺼질 때를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5·4대책이라도 철저시행을 어떻게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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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집값 급등에 대해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여론이 높다. 그러나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처럼 규제를 대폭 완화하거나 반대로 더욱 강도높은 규제를 가하는 것은 양쪽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많다. 다만,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이 계속될 경우 정부가 문제가 되는 특정 지역만을 겨냥하는 초강도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건교부는 현재 이 지역에서의 아파트 거래 때 실거래가를 신고했는지 여부를 즉시 조사에 착수하는 등 강도높은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 스스로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강수 대구카돌릭대 교수(경제학)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5·4 대책’은 지난 2003년 10·29 대책을 발표할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청와대의 의지가 엿보인다”면서, “보유세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거래세는 내리겠다는 이번 대책이 보수세력들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위기의 본질”이라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지난해 말 제정된 종합부동산세법과 개정 지방세법은 재경부 내부 논의, 보수언론의 집요한 공격을 거치면서 보유세 정상화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코 보유세 강화라고 볼 수 없는 내용으로 귀결됐다”면서, “이번 5.4 대책을 차질없이 밀고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임기응변식의 섣부른 대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최근 건설교통부 발표대로 내년부터 강남권의 입주량이 크게 늘어나면 시장은 안정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새로운 정책 수단을 쓰기보다는 내년 입주량 증가 통계 등 시장에 지속적으로 신호를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임대주택을 중심으로 공급확대 정책을 꾸준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세곡지구 등 강남권에도 국민임대주택을 짓는 등 주거환경이 우수한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서민층을 위한 임대아파트를 많이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수기에 접어들었는데도 특정 지역의 집값이 계속 급등한다면 이를 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종식 최종훈 기자 jongs@hani.co.kr
정부 혼선만큼 국회해법 혼선 ‘부동산값’ 대정부질문 9일 열린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은 부동산값 이상 폭등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집중 추궁했다. 정책 혼선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여야가 따로 없었다. 김양수 한나라당 의원은 “참여정부 들어 전국의 땅값이 500조원이 올랐고, 아파트값은 200조원이 올랐다”며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부동산 가격이 뛰었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판교 새도시 개발 과정에서 전용면적 25.7평이 넘는 아파트엔 채권입찰제를 도입한다고 했다가, 결국 분양값을 평당 1500만원으로 규제해 원칙을 깨뜨렸다”며 “또, 과거 10년 동안 아파트에 당첨된 사람에게는 1순위를 주지 않겠다고 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등 혼란을 빚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부동산값 폭등의 해결책으로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분양권 매매 전면 금지 △공공택지 공영개발 등을 제안했다. 같은 당 심재엽 의원도 “부동산값 폭등은 정부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수시로 임기응변 대책을 남발해, 정부 정책에 대한 부동산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두고서도 “지방세의 핵심인 재산세를 국세로 전환해 지방자치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고, 세금의 기본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여당 의원들도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았다. 유필우 의원은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나 정부의 정책과 달리 최근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며 “부동산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답변에 나선 이해찬 총리는 “장기적으로 아파트 가격을 잡을 수 있는 해법은 25평대의 장기 임대아파트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기관투자가나 연기금 등의 자금을 동원해 이들이 아파트 임대업을 해나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임대사업자들에게 연 5.5∼6.5%의 이익을 보장해 줘야 하는데, 시뮬레이이션을 해본 결과 입주한 근로자 가구에 부담이 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임대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또 “신규 택지사업을 놓고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며 “주공은 신규 아파트 제공보다는 공공임대 아파트 사업을 맡고, 토공은 도시개발 쪽으로 기능을 분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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