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14 18:46
수정 : 2005.06.14 18:46
“새옷입고 들어와 누더기로 나간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해 말 ‘집·땅이 많은 사람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내용을 뼈대로 한 ‘종합부동산세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구멍이 숭숭 뚫린 누더기 법안”이라고 혹평했다. 심 의원은 14일에도 “비싼 집에 높은 세금을 물리자는 당연한 법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것이 국회”라며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아 부동산 투기를 막을 장치가 안되는 종부세 법안은 투기를 막고 조세 형평성 원칙에 충실하도록 다시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합부동산세 법안은 △주택은 개인별로 9억원 △나대지는 6억원 △사업용 토지는 40억원 초과분에 대해 세금을 물리도록 했다. 또 과세 표준은 기준시가의 50%만 적용하고 세액 한도는 5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법은 애초 정부에서 입안할 때는 △주택은 가구별로 6억원 이상 △과표 적용은 100%, 세액 한도는 아예 없었다. 게다가 국회 통과 과정에서 부부가 공동으로 주택을 소유하면 18억원이 넘어야 종부세 대상이 되는 등 헛점 투성이로 바뀌었다. 한나라당과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닥쳐 누더기가 된 것이다.
부동산 거래때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 하는 ‘부동산 중개 및 실거래가 신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돼 같은해 말에 여야 합의로 올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법안은 6월 임시국회 통과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 법안은 현재 변호사·법무사한테만 주고 있는 경·공매 입찰 대리업무를 공인중개사에게도 허용한다는 조항이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면서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한채 진통을 겪고 있다. 이 법안의 뼈대는 부동산 투기 및 탈세의 원인이 되고 있는 △거래 때 이중계약서 금지 △중개업자들한테 부동산 실거래가 통지 의무를 부여하는 것 등을 포함하고 있다. 결국 ‘밥그릇’ 싸움 때문에 부동산 투기를 막을 법안이 낮잠자고 있는 셈이다.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소속의 전국 4만8천여곳 중개업소가 15일부터 일주일 동안 동맹휴업을 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부동산 실거래가 통지 의무를 중개업자에게 부담시키지 말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
이밖에 개발이익환수가 뼈대인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 애초에는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이었으나 올 2월에 통과돼 시행시기가 5월로 늦춰지면서, 이 기간 안에 사업 승인을 받으려고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을 서두르는 바람에 가격이 크게 오르는 사태를 빚는 등 부동산 개혁 입법은 국회만 가면 뒷걸음질하거나 늦어지고 있다. 허종식 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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