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6.17 20:00
수정 : 2010.06.17 20:00
[정부 ‘부동산 부양책’ 고심] 금융위 신용평가 바탕 본격착수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일부 건설사들의 ‘도덕적 책임’을 언급하면서 부실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퇴출’과 ‘지원’의 기로에 선 일부 건설사들은 정부의 부동산 후속 대책에 촉각을 세웠다.
현재 금융당국의 건설사 ‘옥석 가리기’ 작업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채권은행들이 시공순위 300위권 건설사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와 분류 작업을 마치는대로, 이르면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구조조정 기조는 한계기업을 퇴출시키되, 회생 가능하지만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겐 지원책을 제시하는 ‘투트랙’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은 평가 대상 기업을 이달 말까지 에이(A)~디(D)등급으로 분류해 명단을 발표할 방침이다. 시등급과 디등급에 대해선 각각 워크아웃과 법정관리가 진행된다. 이 대통령이 이날 “일부 건설사들의 어려운 부분을 살펴보겠지만, 건설경기에 편승해 무책임하게 주택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많은 이들에게 부담을 준 데 대해 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하면서, 건설사 구조조정은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국으로선 정해진 틀에 따라 충실히 구조조정 절차를 이행하겠다는 것이 일관된 방침”이라며 “업계에서는 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지만, 미리 부실을 털어내는 것이 금융권과 기업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구조조정이라는 ‘채찍’과 함께 곧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당근’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건설업계와 관계기관과 협의하며 건설사 지원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이번달 말 종료되는 패스트트랙(유동성 지원) 프로그램과 8월에 끝나는 대주단 협약의 연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기본 원칙은 ‘옥은 다듬고 돌은 버리는’ 것”이라며 “보통 구조조정과 지원책이 함께 나오기 때문에 헷갈릴 수 있지만, 대상과 범위가 엄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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